겨울 이불을 정리하는 일을 자꾸만 미룬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을 하다가 게으른 내 탓이지 싶다. 하지만 날카로운 봄바람은 어쩔 수 없다. 속절없이 비를 간절히 기다리던 시간에는 흔들림 없이 아랑곳하지 않던 하늘이 비와 더불어 바람까지 보내고 황사까지. 알 수 없는 봄바람이 마음의 옷깃도 여미게 만든다.


코로나 이전에는 봄이면 꽃을 보러 나가기도 했다. 가까운 곳에 꽃터널이 많다. 해마다 나무는 성장하니 웅장한 아름다움도 함께 성장한다. 지난주 부활절 예배를 드리고 오면서 가로수로 심은 벚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고 놀랐는데 어제는 그 꽃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 연두가 가득했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 그 안에서 저마다 성장하는 모든 것들. 나는 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가.


4월의 절반이 지나고 세월호 참사 9주기가 지났다. 시간이 흘러도 슬픔은 흐르거나 지나지 않고 우리 곁을 지킨다. 그래서 4월은 여러 의미로 잔인하다. 잔인한 시간을 달래려 책을 샀다. 모르는 즐거움을 위해서다. 내가 아는 작가가 아닌 모르는 작가, 처음 만나는 작가를 기대하는 새로운 즐거움이라고 할까.





이렌 네미롭스키의 『뜨거운 피』, 버나드 멜러머드의 『점원』, 비타 색빌웨스트의 『모든 열정이 다하고』.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 기대할 수 있다. 뭔가 알게 되면 그 기대는 순수하지 않은 불순함이 포함된다. 이 세 권의 소설에 대한 내 마음이 그렇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나의 기대는 달라질 것이다. 실망하거나 기대하거나.


아무런 절망 없이 무언가를 기대하는 일, 새로운 책을 만나는 기쁨이다. 모르는 즐거움, 모르는 기쁨이 있다는 건 얼마나 신이 나는 일인가. 남은 4월은 이렇게 신이 나면 좋겠다. 신이 나기 위해 모르는 작가의 책을 더 들여야 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4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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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4-1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점원 읽다 말고 다른 책들에
그만 정신이 팔렸네요 그것 참.

자목련 2023-04-18 08:49   좋아요 0 | URL
<점원>은 레삭매냐 님의 글에서 처음 본 소설이에요. 언제 읽을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ㅎ

은오 2023-04-17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즐거움!! 😆💕 역시 독서는 좋은 취미입니다. 평생 읽어도 안읽은 책 안읽은 작가가 수두룩할거라는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ㅋㅋㅋㅋ

자목련 2023-04-18 08:51   좋아요 2 | URL
봄 비처럼 반가운 은오 님! 잘 지내고 있나요? 맞아요, 수많은 책들이 있어 다행이에요 ㅎ

은오 2023-04-19 00:01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ㅏ 봄비처럼 반갑다고 해주시다니 자목련님 다정함에 녹아버려.......ㅠㅠ 저 그만 꼬시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