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에 있어요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박우주 옮김 / 달로와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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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삶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어쩌면 만족 같은 것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냥 살아갈지도 모른다. 원하는 삶은 이게 아닌데, 하면서 말이다. 그럼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생각하고 나가면 되는 거 아닐까. 알다시피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왜 이리 삶은 어렵고 버거울까.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아오야마 미치코의 소설 『도서실에 있어요』 속 인물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우리네 사정과 너무도 비슷하다.


사실 제목의 ‘도서실’이라는 단어 때문에 궁금한 소설이었는데 기분 좋은 답을 들은 것 같다고 할까. 도서실에 무엇이 있다는 걸까. 도서실의 비밀 같은 걸까. 도서실에는 사서가 있었다. 책을 찾는 이에게 추천도서 목록과 함께 양모 펠트로 직접 만든 부록을 건네주는 이상한 사서 고마치다. 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하토리 커뮤니티 센터’에 강의를 들으러 오거나 그 안의 도서실을 찾는 이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도서실에 찾아오는 이들의 고민과 마치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듯한 고마치의 부록에 대한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다.


지방을 떠나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여성복 판매원으로 목표도 꿈도 없이 하루하루를 사는 도모카, 앤티크 잡화점을 꿈꾸면서 직장을 그만두지 못하는 가구업체 경리 료, 아이를 낳고 일찍 복귀했지만 잡지 편집이 아닌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아 일과 육아로 지친 나쓰미, 그림을 잘 그려 전공까지 했지만 구직은 어려운 현실에 속상한 백수 히로야, 유명 과자 회사에 다니다 퇴직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몰라 무기력한 마사오까지 평범한 이들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거나 간절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을 더 잘 알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찾은 도서실에서 사서 고마치를 만나고 그녀가 건네는 부록을 받는다. 컴퓨터를 배우러 온 도모카는 그림책과 프라이팬을, 여자친구를 따라 강습회에 온 료는 식물에 대한 책과 고양이 인형을, 주말에 아이와 함께 온 나쓰미는 별자리 책과 지구본을, 엄마의 심부름으로 프리마켓에 왔다 도서실에 들른 히로야는 자연 도감 비슷한 책과 비행기를, 바둑을 배우로 왔다가 관련 책을 빌리러 온 마사오는 시집과 게를 받았다. 책과 양모 펠트 인형이라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고마치가 권해준 책 때문인지 대충 식사를 때우던 도모카는 그림책 속 요리를 직접 하기 시작했고, 료는 직장을 다니면서 여자친구와 잡화점을 열 준비를 하고, 육아와 일로 고민하던 나쓰미는 자신이 원하던 편집자로 이직한다. 료는 도감 속 사진을 따라 그리다 자신감을 얻고 커뮤니티 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마사오는 퇴직 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게 된다. 하나같이 우리가 겪는 어려움과 같았다.


나는 그 파란 뭉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구는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아침과 밤이 지구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찾아가는’ 것이다. 지금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어딜 가고 싶은 걸까? (204쪽)


치에의 가방에서,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게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지금껏 줄곧 앞으로, 앞으로 걸어왔다. 인생은 세로로 뻗어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옆으로 걷는 풍경에는 무엇이 보이려나. (365쪽)


저마다 다른 형태의 고민이지만 결국엔 나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라고 하면 맞을 듯하다. 나쓰미와 마사오의 생각이 가장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매일 자전하는 지구처럼, 옆으로 걷는 게처럼,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내게도 ‘쿵‘ 하고 뭔가 내려앉는 순간이다.


“하지만 저는 무언갈 알고 있지도,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에요. 모두들 제가 드린 부록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죠. 책도 그래요. 만든 이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부분에서 그곳에 적힌 몇 마디 말을, 읽은 사람이 자기 자신과 연결 지어 그 사람만의 무언갈 얻어내는 거예요.” (368~369쪽)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고마치가 있지만 내면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걸 깨닫는다. 우리 모두의 삶이 그렇듯이. 힘들면 잠시 멈춰도 좋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봐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소설이다. 인생에 있어 길은 하나가 아니고 새로운 길을 만들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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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2-24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열심히 읽으시고 글도 꾸준히 쓰시는 자목련님!!
예전부터 알던 분들이 이렇게 활동하시는 모습 아주 보기 좋습니다.
올해도 수고 많으셨어요, 즐거운 성탄절 보내시기 바라고
내년에도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자목련 2021-12-25 15:58   좋아요 0 | URL
라로 님, 응원의 댓글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항상 공부하시고 도전하시는 라로 님의 일상에 감탄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날들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1-12-24 19: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메리 크리스마스 하세요♡

자목련 2021-12-25 15:56   좋아요 0 | URL
나무 님, 감사합니다.
해피 크리스마스~~
행복한 오후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