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마음을 달래는 일은 모든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다. 단지 화가 난 거라면 오히려 괜찮다. 그 마음을 화로 치환해 보면 그 화를 명확하게 알 수 없을 때 더욱 힘들다. 어떤 결과에는 원인이 있을 텐데,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이들도 그러할 것이다. 일련의 글들에서 나는 우울하고 힘들고 어쩔 줄을 모르는 상황이라는 걸 느꼈을 테니까. 그래서 불친절한 글이 될 수도 있다. 어쩌겠는가. 아직 나는 이렇게 밖에 쓸 수 없고, 이 공간은 최우선적으로 나를 위한 공간이니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랄 수도 없다. 그냥 사는 일이 참 어렵고 버겁다는 것. 그건 우리가 다 아는 일이니까. 그런 마음을 아주 쪼그만 보태주면 좋겠다.


우선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냥 소소한 것들, 일상의 작은 파편들이 주는 기분에 대해 말을 건넨다. 그러다 확장이 되면 좋아하는 것, 필요한 것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그리고 필요한 것들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생각을 들어본다. 우리는 때로 아주 단순해서 뭔가를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어둡던 마음이 환해지니까. 그래서 소비는 좋다. 물론 이런 과정이라면 화는 때로 일상의 활력소가 된다.


상처받은 감정을 달래는 일은 더 오랜 시간과 많은 정성을 요구한다. 그 마음을 공감해 주는 일부터 필요하다. 사실, 전혀 공감하지 않는 일에 대해 공감하려는 노력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게 그것이라면 1%의 공감이라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상대의 마음은 헤아리려 한다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지치지 않는 일이다. 상처받은 마음은 어느 순간은 회복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순간은 아주 잠깐이며 나머지 시간은 깊고 어둡게 침잠하니까. 스스로가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느껴서 애쓰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달래는 마음이 생기는 건 상대가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마음에서 일어난 달램이 그대로 전해지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위해 달램의 신호를 멈출 수 없다.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내고 신호가 약해졌는지 점검하고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를 달래는 마음이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고 달래야 다른 마음도 볼 수 있으니까. 나를 달랠 수 있는 이는 오직 나뿐이라는 사실이 때로 버겁다. 그러다 부러질까 걱정이다. 부드러운 단단함이 나를 힘껏 안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거나 이런 책을 검색하고 기대하는 일로 나를 달랜다. 이유리의 첫 소설집과 김초엽의 단편집 이문재 시인의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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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10-28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는 일은...항상 너무 어려워요. 쉬워졌다고 생각하면 여지없이 뭔가가 들이닥쳐요. 자목련님의 마음을 조금은 짐작해 봅니다. 그리고 <브로콜리 펀치>! 그 제가 기억하고 있던 이유리 작가의 단편집이네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1-10-29 10:28   좋아요 0 | URL
네, 하나가 지나가면 또 하나가 온다는 걸 아는데도 참 어렵습니다.
이유리 작가는 저도 블랑카 님 덕분에 기억하는 걸요. 기대하고 있어요^^

막시무스 2021-10-28 1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랭의 신호 점검하기! 오늘의 교훈으로 간직하겠습니다!즐건 하루되십시요!ㅎ

자목련 2021-10-29 10:26   좋아요 1 | URL
^^*
달콤한 주말을 기다리는 금욜, 막시무스 님 향기롭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