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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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잠, 그리고 꿈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인 것 같아요. (32쪽)

꿈을 꾸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원하는 꿈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 꿈에 등장한 적이 없다. 돌아가신 엄마는 선명한 얼굴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어떤 형체가 있었고 엄마라는 걸 확신하고 그게 전부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꿈을 주문할 수 있다니. 나는 당장 엄마와 나의 어린 시절의 일상이 나오는 꿈을 주문하고 싶다.

꿈을 판매하는 도시, 도시 전체가 꿈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도시가 있다. 잠옷을 입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고, 숙면에 도움을 주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있다. 꿈을 파는 백하점이라니. 꿈에 관련된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를 한다. 층층마다 꿈은 다르다. 1층은 가장 인기가 많은 꿈을, 2층은 편안한 일상의 즐거움으로 채워진 꿈을, 3층은 현실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판타지, 4층은 동물들과 아기 손님을 위한 꿈을, 5층은 손님들이 다양한 이유로 찾지 않는 꿈들(할인 코너)이 있다.

주인공 페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꿈의 도시에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은 달러구트뿐이라 여겨서다. 꿈 백화점에서 일하는 건 쉽지 않았다. 배워야 할 게 많았고 손님들의 원하는 꿈을 이해하기도 힘들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다양한 꿈을 원하는 손님들을 상대하는 일, 후불로 지불되는 꿈의 값도 이상했다. 소설에서 꿈을 구매한 이들이 지불하는 건 감정이다. 설렘, 자신감, 허무함, 신기함, 자부심, 상실감 등이다. 이런 독특한 설정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꿈 제작자의 등장도 흥미롭다. 주제별의 꿈을 만든다고 할까. 아름다운 꿈이 있는가 하면 무겁고 무서운 꿈도 있다. 가장 싫은 장면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꿈을 과연 구매하는 이가 있을까. 그런 꿈 대신 아름다운 자연 풍광이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꿈을 구매하는 이가 더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소설에서 악몽은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계속 군대에 가는 꿈이나, 기억조차 하기 싫은 시험을 보는 꿈을 통해 그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꿈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면 어느 순간 지나간 과거일 뿐 현재를 지배할 수 없다는 자신감 회복을 위한 꿈이라는 것이다. 싫다고 피하는 대신 정면승부를 하고 직시하라는 조언 같다고 할까. 소설이 아니라 현실에서라면 어떨지 잘 모르겠다. 기발하고도 독특한 상상을 통해 사람들이 현실에서 겪는 고민과 걱정을 해결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하는 소설이다.

어떤 이는 힘든 현실에서 잠시라도 도피하기 위해 잠을 잔다. 어떤 이는 충천을 위해 잠을 잔다. 어떤 이는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 잠을 최소로 줄인다. 잠드는 순간 꿈은 어떤 의미일까. 현실의 연장처럼 이어지는 꿈이 아닌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을 보내는 꿈, 좋아하는 것들을 맘껏 할 수 있는 그런 꿈이면 행복할 것이다. 그런 꿈을 구매하고 싶다면 우선은 잠을 자야 한다. 하루의 일과를 끝마치고 잠을 자는 일, 그것을 지켜달라는 말은 바쁜 현대인에게 하는 간절한 당부 같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죠?”

“그건 확답 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주문한 꿈을 제대로 수령하시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할 일이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매일 밤 꼬박꼬박 최대한 깊은 잠을 주무세요. 그게 전부랍니다.” (69쪽)


내일을 위해 잠드는 시간, 꿈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 환상의 마법의 세계로 초대하는 소설이라고 할까. 한 편의 동화 같은, 한 편의 판타지 영화 같은 소설이다. 해서 아이들과 읽어도 좋다. 부담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 바쁜 일상의 즐거운 쉼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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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5-10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대로 부담없이 읽기 좋은 책이었습니다:-) 자목련 님께서도 이야기 속 주인공들처럼 원하시는 꿈 꾸시길 바랍니다~

자목련 2021-05-11 08:59   좋아요 1 | URL
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파이버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1-05-1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면 어떤 꿈을 사고 싶을까 생각해 볼 듯하네요 잠을 자야 꿈을 꿀 텐데... 잠을 잘 안 자는 사람도 나왔나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꿈은 잠이 깊이 들지 않았을 때 생각나기도 해서, 여러 가지 꿈을 꾸면 더 피곤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꿈꾸는 게 더 좋은 듯해요 안 좋은 꿈은 싫지만...

자목련 님 좋은 꿈 꾸세요


희선

자목련 2021-05-12 08:57   좋아요 1 | URL
다양한 꿈들이 등장해요. 마치 영화을 만드는 것 같다고 할까요. 말씀처럼 일에 쫓기고 바빠서 잠을 못 자는 사람도 있고요. 안 좋은 꿈은 꾸지 말아아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