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바꿨다.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나는 그동안 2G를 사용했다. 요금이나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미루고 있었던 것도 맞다. 하지만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는 것, 그것도 나의 권리가 아니던가. 스마트폰은 인터넷 검색만 했고 그 옆에 작은 휴대폰을 사용했다. 그러니 당연히 번호도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아니었다. 종종 아직도 그 번호를 사용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 최근에 재난문자를 받지 못하는 걸 제외하고는 불편한 점이 하나도 없었다. 이건 진심이다. 전화를 하고 문자를 받는 것, 내게는 그게 가장 중요했고 필요했다. 메일을 확인하는 것, 정보를 검새하는 건 개통하지 않은 스마트폰으로 대신했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그것으로 사용했다.

시류에 따라야 해서, 번호를 변경했다. 아니, 다른 통신사의 2G를 가입할 수 있었으니 강제는 아니었다. 지금은 사용하는 번호와 부여받은 번호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사실 크게 달라진 것 없다. 더 좋은 기기로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일이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에 내가 사용했던 시스템, 알람, 일정 관리가 달라져서 많이 불편하다. 그래서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전화 통화와 문자는 스마트폰으로 사용하고 일정이나 알람은 2G로 사용한다. 나는 이 2G가 좋다. 그러니 한동안은 그대로 사용할 것 같다.






7월부터 달라진 일상이다. 통화를 하는 일이나 알림, 문자를 받는 일,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는 것. 사소한 것 같지만 사소하지 않다는 걸 알았다. 전화번호를 검색하면서 일부는 삭제를 했고, 일부는 스팸으로 분류를 했다.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연락을 주고받지 않는 이들을 연락처를 정리한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오가며 연결된 그들과의 이별은 쉽지 않다. 1년 동안 입지 않는 옷을 정리하는 것처럼. 멈춤 상태의 관계와 이별을 고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나와의 관계에 이별을 말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새로운 시작, 7월에는 적극적으로 책도 읽어야 한다. 말 그대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미치 앨봄의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장석주의 <예술가와 사물들>, 전이수의 <소중한 사람에게>를 펼친다. 더위와 조금 더 친하게 지내면서, 여름 속으로 직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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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7-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얼마 전까지 2G폰 썼는데...
지난 봄 재난 지원금 받아서 일시불로 스마트폰 샀는데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대는 카톡이 전 좀 귀찮고 싫더군요.
카톡을 나가고 싶긴한데 오해 받을까 봐
아침에 일어나면 삭제하기 바쁩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쓰기 시작하면 옛날로 못 돌아간다고 하는데
지금으로선 스마트폰 고장나면 어르신들 쓰는 효도폰 쓰지 않을까 싶어요.
전 정말 전화 송수 기능과 문자만 있으면 되는데.
스마트폰에서 댓글 달고 검색하는 것도 어깨와 고개가 꽤 경직되더군요.
정말 오래하면 거북목 되겠어요.ㅠ

얄라알라 2020-07-06 14:15   좋아요 0 | URL
정말 동감합니다. 불가역인것 같아요.
저도 지금 폰 액정이 깨져서 볼쌍 사납지만 정작 저는 별로 폰을 안 써서 별 신경 안쓰는데 주위에서 빨리 바꾸라고들 하시네요. 환경 생각하면 1개 사면 6.8년 오래오래 써야하는데 말이죠....저부터도 주기가 2-3년이니 반성합니다.

자목련 2020-07-07 14:23   좋아요 0 | URL
2G를 쓰셨다니 더 반갑습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넘 좋다서 문제더라고요. ㅎ
최소한 필요한 앱만 깔고 사용하는데도 수시로 알림 안내를 받아요.
지금은 조금 친해져야 해서 곁에 둔 시간이 늘어나고 있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