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다. 봄날이다. 노란 개나리가 핀 것을 보았다. 나른한 고양이가 되어도 좋을 날이다. 마음 편한 소리일까. 하지만 이런 날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생기발랄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일상을 유지한다. 해야 할 일들을 향한 집중력이 다소 떨어진다. 안다. 그래도 단순하게 살고 싶다. 코미디 프로를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고 밥을 먹고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을 기억하고 싶다. 대면할 수 없으니 문자와 목소리를 만나는 시간이 길어진다.

봄은 기어코 도착했는데 봄을 누리는 일이 사치처럼 여겨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꾸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3월에 태어난 이들을 위한 선물로 책을 주문했다. 좋아하는 선배 언니에게는 내 취향의 책들이, 아는 동생에게는 동생이 고른 시집이 도착할 것이다. 조금은 무기력한 일상에 끼어드는 색다른 즐거움이면 좋겠다.

매일 확진자를 확인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개학은 다시 연기가 되었고 주변에는 일을 쉬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모든 건 지나간다. 다 알고 있는 분명하고도 정확한 사실. 그러니 조금 더 기운을 내자고 나에게 말을 건넨다.

 

 

 

 

생기발랄한 딸기처럼, 입맛을 되찾아 주는 노오란 카레처럼, 우리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 당신이 나에게 그런 사람이라는 게 참 좋다. 당신은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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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3-1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 님 딸기 한 알 집어먹고 갑니다 ~^^

자목련 2020-03-24 17:56   좋아요 0 | URL
^^*
봄꽃이 하나 둘 기지개를 폅니다. 프레이야 님, 그 안에서 평온하시길 바라요.

희선 2020-03-19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어지러워도 봄은 오는군요 왔다가 빨리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야 봄이 왔는데 벌써 갈 걸 생각했네요 사월에는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지면 좋을 텐데... 오늘은 바람이 세게 분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목련 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자목련 2020-03-24 17:57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이 봄이 곧 달아나겠지요. 4월은, 제가 좋아하는 4월에는 모두가 편안하면 좋겠어요.
희선 님, 건강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