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픈 상태로 마트에서 장 보기를 하면 안 된다. 뭐라도 자꾸 사게 된다. 필요한 것들, 구매할 목록을 작성해도 소용없다. 바로 먹을 수 있는 빵이나 분식을 사고 만다. 적당히 배가 불렀을 때 장을 봐야 한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마찬가지다. 불만이 있거나 불안하거나 만족스럽지 못한 마음은 충동적으로 구매하기를 누른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리고 취소를 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빠른 업체의 배송 중이라는 알림은 취소를 해도 소용이 없다.

 

여유로운 마음이 점차 사라진다. 책장에 있는 책을 찾지 못하고 덜컥 주문하고서 책장에서 책을 발견한다.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면 더욱 그렇다. 도움을 주는 이의 상황을 알고 배려한다고 생각해서 미리 부탁을 할 때가 있다. 가족의 경우, 이럴 때 뭐 그리 급하냐고 한 소리를 듣거나 그때 말하라며 대화는 멈춘다. 그러면 상처를 받고 소리를 내지 못하는 말만 허공을 떠다닌다.

자꾸만 조급함이 나를 덮친다. 해야 할 일에 대한 조급함이라면 부지런으로 연결 시 킬 수 있을 텐데, 그건 아니다. 새벽에 깨는 일이 잦아져서 걱정이다. 깨는 게 문제가 아니고 잠드는 일이 쉽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늙어가는 거라고 농담처럼 했던 말이 농담이 아닌 요즘이다. 이런 날들에 허수경 시인의 글을 읽는 일이 그나마 정신을 맑게 만든다. 이런 짧은 문장을 오래 바라보고 몇 번씩 읽는다.

 

 

하루에도 몇 번은 절망한다. 하루에도 몇 번은 희망한다. 그건 아주 정상적인 일이다.

언젠가 쓸 수 없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충동적으로 사들이는 책들, 그 책의 미래는 읽지 않고 정리하는 책이 될지도 모를 일. 그런데도 책들이 나를 또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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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11-0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글인 줄 알았지 뭐에요. 장바구니 열기 전엔 배부터 든든히ㅎㅎㅎㅎ

자목련 2019-11-08 09:51   좋아요 1 | URL
모두 비슷한가 봐요. ㅎ

수이 2019-11-06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감기 걸리지 말아요 감기 조심!!

자목련 2019-11-08 09:51   좋아요 0 | URL
넵!! 수연 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향기로운 11월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