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투에고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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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토끼라고 생각했다. 당연하다고 단정을 지었다. 그런데 토끼 옷을 입은 단무지였다니. 자세히 보아도 잘 알 수 없는 게 있다. 그럼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보여주었을 때에 진짜를 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단무지인 자신의 모습을 토끼옷으로 숨긴 ‘무지’처럼 우리는 저마다 자신만의 옷을 입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 옷을 온전한 나로 봐주는 이에게는 토끼로, 숨겨진 단무지를 발견해주는 이에게는 단무지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물론 어떤 때는 나는 단무지랍니다. 크게 소리치고 싶은 순간도 올 것이다. 오래도록 우리 곁을 지켜주는 ‘콘’ 같은 존재에게는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다.

어릴 때는 구름이 하늘 위에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막상 비행기를 타고 높이 올라가 보니 구름도 하늘 밑에 있더라.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눈에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 내가 가진 불안과 긴장도 다시 보면 별거 아닐지도 몰라. 모두 내 안에서 비롯된 거잖아. (51쪽)

누구나 숨기고 싶은 모습이 있다.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모습으로 살았던 시절이 있다.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가시와 모난 형태로 자신과 주변을 힘들게 만들던 때 말이다. 그런 일상을 견디고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투에고’ 작가는 글이라고 했다. 진심을 꺼내 글로 기록하는 일. 문득 어떤 밤이 떠오른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고 답답한 마음은 터져버릴 것만 같았던 때였다. 그러한 밤에 나는 뭔가 썼다. 물론 작가의 글처럼 위로나 마음을 차분하게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글은 아니었다. 욕을 쓰기도 하고 화를 나는 상대의 이름을 나열하기도 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행위, 어떤 분노를 부수는 방법이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 방법을 추천한다. 후련해지는 기분도 있고 그렇게 뭔가를 쓰다 보면 결국엔 나와 마주하게 되니까.

서로 다른 ‘나’들은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아. 가능한 한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거든. 그래도 그 둘이 평화롭게 만날 때가 있어. 바로 내 진심을 꺼내 글로 기록하는 순간이야. 이 시간을 통해서 난 비로소 내가 누군지 발견하는 것 같아. (96~97쪽)


 

 

우리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건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다. 나에게 좋은 사람, 나에게 소중한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내 맘 같지 않아서 속상하다는 친구의 말에 네 맘이 어떤데, 하고 물을 적이 있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친구처럼 우리는 내 마음의 상태를 정확하게 모른다. 똑같은 사람, 똑같은 삶이 존재할 수 없듯 내 마음과 똑같기를 바라는 건 어리석은 소망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때로는 나를 온전히 이해할 존재가 나밖에 없으니 나를 안아주는 일이 가장 우선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를 믿어주는 거, 나는 앞으로 괜찮을 거라고 토닥여주고 응원해주는 거, 바로 스스로에게 가장 완전한 친구가 되어주는 거야. 그 순간 내 감정을 이해해출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137쪽)

그리고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콘 같은 존재가 있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을 나의 연락을 기다리며 나를 지켜봐 주는 친구처럼 말이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존재, 그런 존재 앞에서는 무장해제될 수밖에 없다. 제목처럼 ‘무지, 나는 나일 때 가장 편해’ 본연의 나로 존재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 모르는 걸 인정하고 잘못한 일은 사과하는 것. 상대에게 나를 강요할 수도 없고 누군가 강요하는 대로 나를 표현하지 않아도 괜찮은 삶, 그게 우리가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무지해. 나도, 너도 무지해. 모든 걸 완벽히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때로는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다고, 때로는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그렇게 전제하고 출발해보기로 했어. 그러면 다수가 손을 들었다고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지.'우리'나 '모두' 같은 말로 뭉뚱그려서 누구에게 강요할 수 없어. (122쪽)

​매 순간 불안과 걱정이 나의 일상을 흔들 때 무지와 콘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편안해질 것 같다. 아무런 기대 없이 창문을 열었을 때 맑은 하늘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무지와 콘을 만나는 순간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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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9-10-23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토끼가 아니라 단무지가 토끼옷을 입은 거였군요. 그냥 지나치던 이모티콘도 자세히 보니 다 사연이 있네요 ^^

자목련 2019-10-25 09:46   좋아요 0 | URL
네, 저마다의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라고 할까요.

또이 2019-10-23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ᆢ단무지였구나

자목련 2019-10-25 10:03   좋아요 0 | URL
토끼가 아닌 단무지였더라고요. ㅎ

희선 2019-10-26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어리테일에는 개구리 옷을 입은 고양이가 나와요 이름은 프로시예요 그래도 프로시는 고양이라는 걸 아는데... 무지는 단무지였군요 이름에 나오지만 잘 생각하지 않으면 모르겠습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기는 하죠 그런 걸 잘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희선

자목련 2019-10-30 17:39   좋아요 1 | URL
아, 그런가요? 개구리 옷을 입은 고양이도 귀여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