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교회에 간 기억이 없다. 종교를 물으면 불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주변에 교회를 다니는 친구도 없었다. 기억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 학창시절에는 막내 고모가 교회에 다니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을 떠나 자취를 하면서 나는 교회에 처음 나갔다. 믿음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지금도 나의 믿음은 연약하고 부족하다. 내가 자취를 하던 집에는 셋방을 사는 이들이 많았고 신기하게도 그 가운데 목사님 댁이 두 가정이나 있었다. 함께 자취를 하던 친구와 나는 각각 다른 교회에 다녔다. 당시를 떠올리면 웃음만 난다. 찬송을 잘 부르던 교회 오빠가 있었고 기도를 잘 하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냥 그들이 부러웠다. 성탄 축하 연극을 했고 새벽 송을 부르며 늦은 시각까지 그들과 어울렸다. 그 후로 다시 교회에 가고 예배를 드리기까지 많은 공백이 있었다. 올해, 문득 그 시절의 내가 보고 싶다. 선물 교환의 시간도 있었다. 작고 소소한 물건을 교환하고 카드를 전하던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던 나는 이제 없다. 성탄 예배를 드리고 특선 영화를 보는 정도다.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떠올린다. 어린 시절 동생들의 산타 할아버지가 되었던 큰언니.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많지 않은 용돈을 모아서 동생들의 선물을 준비했던 마음 말이다.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지만 그 시절이 몹시 그립다. 추억을 먹는 나이가 된 것일까.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전하는 성탄절.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