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교회에 간 기억이 없다. 종교를 물으면 불교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주변에 교회를 다니는 친구도 없었다. 기억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 학창시절에는 막내 고모가 교회에 다니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을 떠나 자취를 하면서 나는 교회에 처음 나갔다. 믿음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지금도 나의 믿음은 연약하고 부족하다. 내가 자취를 하던 집에는 셋방을 사는 이들이 많았고 신기하게도 그 가운데 목사님 댁이 두 가정이나 있었다. 함께 자취를 하던 친구와 나는 각각 다른 교회에 다녔다. 당시를 떠올리면 웃음만 난다. 찬송을 잘 부르던 교회 오빠가 있었고 기도를 잘 하던 친구가 있었다. 나는 그냥 그들이 부러웠다. 성탄 축하 연극을 했고 새벽 송을 부르며 늦은 시각까지 그들과 어울렸다. 그 후로 다시 교회에 가고 예배를 드리기까지 많은 공백이 있었다. 올해, 문득 그 시절의 내가 보고 싶다. 선물 교환의 시간도 있었다. 작고 소소한 물건을 교환하고 카드를 전하던 시절.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던 나는 이제 없다. 성탄 예배를 드리고 특선 영화를 보는 정도다.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떠올린다. 어린 시절 동생들의 산타 할아버지가 되었던 큰언니. 그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많지 않은 용돈을 모아서 동생들의 선물을 준비했던 마음 말이다.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지만 그 시절이 몹시 그립다. 추억을 먹는 나이가 된 것일까. 

 사랑을 나누고 평화를 전하는 성탄절.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성탄절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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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8-12-25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보니 저는 어렸을 때 아이들과 교회 다니기는 했는데, 지금은 다니지 않는군요 성탄절이라고 다를 것 없는 날이지만, 어제 라디오 방송에서 캐럴을 듣고 영화 이야기 들으니 조금 그 분위기가 나기도 하더군요 아이들은 성탄절 좋아하겠지요 산타할아버지가 올지도 모른다 생각하기도 할 테고... 자목련 님, 성탄절 편안하고 따스하게 보내세요


희선

자목련 2018-12-26 16:20   좋아요 1 | URL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반갑고 즐겁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던 시절도 문득 떠오르네요. ㅎ 희선 님도 건강하고 평온한 연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18-12-25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린시절 옆집 친구가 자꾸 교회 나가자고 꼬드기는 바람에 중학교때까지 열심히 다녔었던 것같아요.
지금은 신랑의 영향으로 절에 다니고 있네요??? 불교신자는 아닌데..
종교가 늘 뒤죽박죽이라^^
그래도 어린시절 교회에서 배웠던 찬송가 몇 구절들이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 늘 성탄절만 되면 흥얼거려 지더라구요.
그래서 이맘때면 나홀로 조용히 흥겹더군요.아마도 캐롤송에 속한 찬송가 덕분이지 싶어요.. 절실한 기독교 신자는 아녔지만,그래도 성인이 되어도 캐롤송에 아련해지고 흥분되는 감동의 추억을 담아 주어 감사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막 들떠지진 않아도 그래도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이 전해지는 캐롤송처럼 예쁜 크리스마스가 되길 기원합니다^^

자목련 2018-12-26 16:23   좋아요 1 | URL
저도 고등학교 시절 제 친구를 교회에 초대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친구는 지금 성당에 다니고 있어요. 어른이 되고서는 어렸을 때만큼 캐롤을 따라 부르지 않는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님, 포근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