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오빠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다 같이 저녁을 먹었다. 예전에는 오빠네 집에 모여 밥을 먹었는데 작년부터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아직 농사일이 끝나지 않은 이유도 있고 올케언니가 혼자 바쁘기에 남이 차려놓은 밥상을 맛있게 먹기로 한 것이다. 조카들은 저마다의 일정으로 바쁘니 형제만 모였다. 식당에 도착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묻는다. 추수는 언제 끝나는지, 서로의 건강을 챙기고 날씨가 정말 추워졌다며 겨울이라는 말을 건넨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음식에 대해 서로 많이 먹으라고 쌈과 고기를 놔주고 음식에 대한 평을 하며 식사를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아끼는 애정의 울타리 안에 있었다.

 

 기대했던 일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실망감은 생각보다 크다. 과정을 돌아보기도 한다.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지나간 것에 미련을 두지 않지만 미련을 버리는데 필요한 시간까지 생략할 수는 없다. 그러니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속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때마침 내게는 기다렸던 작가의 신간에 대한 문자가 도착했고 나는 기꺼이 그 책을 구매한다. 정용준의 『유령』이 도착하면 한결 마음은 산뜻해질 것이다. 김엄지의 신간 『목격』도 관심이 간다. 미메시스의 테이크아웃 시리즈인데 아직 그 시리즈를 직접 읽지는 않았다. 김엄지니까, 한번 만나볼까.

 

 

 

 

 

 

 

 

 

 

 

 이효석문학상 수상집을 읽고 있는데 故 최옥정 작가의 단편에 마음이 머물고 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 투병 중에서 쓴 소설이 이렇게 단단할 수 있다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죽음과 직면하면서 살아 있는 순간을 기록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점에서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를 펼치기가 두렵기도 하다. 이런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때마침 손에 든 책에서는 내게 이런 문장으로 마음을 두드린다.

 

 중요한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해요. 그 둘 사이에서 허우적거리지 말고 빨리 빠져나와야 합니다. 또한 벗어났다고 해서 다시 빠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늘 들여다보고 구분 짓고 빠져나오는 연습을 해야 해요. (『라틴어 수업』)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는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현실에 감사해야 할까. 과거가 아닌 지금에 충실하라는 말일까. 어쩌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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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30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31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10-30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메시스와 테이크아웃 시리즈가 요즘 제가 읽는 소설의 거의 전부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좋은 애들이더라구요^-^

자목련 2018-10-31 11:40   좋아요 1 | URL
syo 님이 추천하시니 기필코 꼭 만나봐야겠네요. 커졌던 기대가 더 부풀어 오르네요^^

희선 2018-10-31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할 일과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일 잘 구분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싶네요 어쩔 수 없는 일에 더 매달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어느새 시월 마지막 날이니다 시월 마지막 날 잘 보내세요 어제는 공기가 차가워도 날씨 좋았는데 오늘은 어떨지... 가을도 가는군요


희선

자목련 2018-10-31 11:39   좋아요 1 | URL
그것을 구분하는 걸 배우고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기도 해요. 내일이면 벌써 11월이네요. 희선 님도 평온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