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러 간다는 건 어떤 볼 일을 보러 나가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연인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설레는 일이고 나는 꽃이 아님에도 꽃단장을 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꽃을 피운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과 지는 꽃을 바라보는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는 여유로움, 그리고 마주한 꽃터널. 가까운 곳에 이렇게 멋진 장소가 있었는데 나는 왜 이제야 이 꽃들을 만나러 왔을까. 사진을 잘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든 순간이다. 늦은 오후에 누리는 호사였다.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고 이렇게 귀한 것을 받아도 되는 것일까. 게으름과 우울, 무기력으로 봄을 앓던 나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꽃이 지고 초록의 옷을 입은 터널을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꽃 피는 봄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그곳에 있을 나무를 보러 오겠다고. 집으로 돌아와 아파트 단지를 보니 자목련도 활짝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서니 더욱 우아해 보였다. 거기 있다는 게, 정말 고마웠다.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주말에는 비가 오고 꽃비가 내릴 것이다. 그리고 봄은 급하게 떠날지도 모른다. 붙잡을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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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4-13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벚꽃과 자목련이네요. 여긴 목련이 이제 피는 중이고, 아직 자목련은 조금 분홍빛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번주도 벌써 금요일, 자목련님,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자목련 2018-04-16 14:26   좋아요 0 | URL
주말에 내린 비로 꽃이 지고 연두 잎사귀가 환해요. 새로운 한 주 활기차게 보내세요^^

붕붕툐툐 2018-04-1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이 찍으신 자목련 사진. 우힛~^^

자목련 2018-04-16 14:25   좋아요 0 | URL
^^*
붕붕툐툐 님, 평온한 오후 보내세요^^

2018-04-13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4-16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