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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언니. 핏빛 석양이 잠기고 있어.
우리는 저런 빛깔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두 번밖에 보지 못했어.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지? 어려서 꾸었던 꿈이 또다시 나를 찾아왔나? 우리가 쓴 시로도, 즐거운 연기를 하며 무대에 올렸던 우리들의 대사로도 이 두근거림이 지워지질 않아.
우리는 무엇을 지켜 왔지? 붉은 뱀은 어디로 갔을까?
더 이상 그 뱀은 나의 무릎을 찾아오지 않아. 비늘을 번들거리며 왼발 쪽으로 기어올라오지도 않아. 언제나 찾아왔던 나의 뱀은 결국 나를 버리고 어디론가 가 버렸어.

사랑하는 내 동생아, 뱀은 이제 없어.
왜냐하면 밤무지개와 함께 암흑 속으로 추락해 버렸거든. 색채를 잃고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어. 뱀은 자기가 무지개를 옥죄는 이유를 몰라. 사랑인지 미움인지, 그걸 확인할 방법이 뱀에게는 없어.
뱀은 그냥 혼신의 힘을 다해 계속 무지개를 옥죄었을 뿐이야. 양쪽 모두 힘이 빠져서 암흑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그 순간까지.
아아, 사랑스러운 아이야,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 마.
네가 그런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면 나는 왠지 불안해져. 머릿속이 부옇게 흐려지고 먼 곳에서 검은 현이 울려.
나는 이제 네가 새벽녘에 꾼 꿈을 몰라.
작은 제비꽃 자수가 놓인 베개에서 꿈꾸는 일도 없어.
더 이상 나는 너의 꿈을 밝은 결말로 이끌어갈 수 없단다. 나는 어둠 속으로 떨어져 버렸어.
우리는 색채와 점액을 잃고 이렇게 여기서 조용히 썩어 갈 거야.

아아, 핏빛 같은 석양이 잠기고 있어.
언니, 누가 오고 있어.
핏빛 같은 노을 속을, 누군가가 이쪽으로 우리를 향해 오고 있어.
왜지? 무척 낯이 익어. 저 사람을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느낌이야. 저 사람이 우리가 지켜 온 것을 알고 있을 것만 같아. 저 사람이라면 내 뱀을 찾아줄지도 몰라. 어쩌면 언니의 무지개도 다시 한 번 찾아줄지도.
아아, 언니. 핏빛 같은 노을 속에서 우리의 소중한 그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어…….

“저길 봐, 노을이 왠지 으스스한걸.”
“바람이 차네요. 이제 안으로 들어가요.”
무섭도록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베란다에 서 있던 남녀는 저녁 바람에 몸을 가볍게 떨더니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나, 뭐라고 옹알대고 있어요. 말이 되지는 않지만.”
여자가 생긋 웃었다.
방 한쪽에 놓여 있는 작은 침대 안에는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은 쌍둥이 자매가 거품 같은 옹알이를 번갈아 하고 있었다.
남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큼지막한 손으로 딸들을 안아 올렸다.
뭔가 옹알거리는 딸들을 안고 그는 황혼의 빛 속을 걷기 시작했다.
“자, 보렴.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단다. 이 석양에 약속하마. 이 아름다운 세상을 모두 너희들에게 주겠다.”
딸들은 작은 눈을 크게 뜨고 무시무시한 노을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과거와 미래의 꿈이 눈앞에 스치는 것을 느끼면서.

지난 3주간 진행해 온 온다 리쿠의 <나비> 온라인 독점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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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2009-03-20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이들의 옹알이에 저런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다면...
우리 아들의 옹알이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오늘 저녁부터.. 우리 아들의 옹알이가.. 심상치 않게
들릴 것 같습니다...
저는 상상할 수 조차 없었던 이 결말..
뭔가.. 마음에 신비함이 담겨지는 듯 합니다..

뒷북치는느림뽀 2009-03-2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결말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어디선가 아주 오래전에 - 갓 태어난 아이는 얼마동안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 -
어디에서 본 것인지 도 모를 그런 내용이 떠올랐어요,,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말을 하지만 그건 우리 어른들에겐 옹알이 일 뿐이고,,
또 그 아이는 점차 크면서 그 기억을 잃는다고,,

후,, 드디어 설레이는 단편연재의 마지막이로군요,,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

지구별탐험가 2009-03-2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정말 이렇게 마무리 될 줄이야...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힘.....
기다리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미니반쪽 2009-03-20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많은 생각을 하는 아기들이군요...^^

포마녀 2009-04-03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이거 소름끼치는데요...
 


그 작곡가라면 기억하고말고.
언니는 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잖아.
‘저 개암 열매처럼 생긴 눈을 탁 깨뜨려 버리고 싶다’라는 말을 자주 했을 정도로.
착한 사람이었는데. 때때로 우리는 오후에 같이 산책을 나갔어. 그 사람이 자기가 만든 곡을 낮은 휘파람으로 불 때마다 나는 그 부드러운 목소리가 좋았어.
그 사람은 자주 산책길을 조용히 벗어나 야생 수목의 꽃을 꺾어 주었어.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서 제철 꽃이 피어 있는 가지를 꺾어 나에게 주었지.
내가 그 꽃에 입술을 가져가면 그는 쑥스러워했어. 나는 그 사람의 부끄러워하는 눈빛이 좋았어.
아아, 어떡하지?
그 부드러운 눈길도, 목소리도, 꽃의 감촉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것만 같아.
개암 열매처럼 생긴 그의 눈을 떠올리면 무릎 위로 뱀이 지나가.
붉은 무늬 뱀이.
나를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독이 없고 가느다란 작은 뱀이.
왜 그의 눈이 사라져 버리는 걸까? 붉은 뱀이 왼발 쪽으로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어.
부드러운 바람. 봄날의 산책.
뭔가 무서운 사고가 있었나 봐. 계절이 바뀌면서 다음 계절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에.
그날도 평소에 다니던 산책길을 걷고 있었어.
다음 계절 꽃이 막 피기 시작한 그 산책길을.
그 사람은 평소대로 나에게 줄 꽃을 찾고 있었어. 그러다가 길을 벗어나 풀숲으로 들어가 막 피기 시작한 라일락꽃 가지에 손을 뻗었지.
목초지도 아니고 농지도 아닌 그냥 아무것도 없는 시골길이었어.
풀숲에 왜 그런 게 있었을까? 도대체 누가 그런 것을 설치했지?
아마 그 사람은 비명을 질렀을 거야. 커다란 들짐승을 잡기 위한 덫이 그 사람의 발목뼈가 부서질 정도로 강하게 파고든 순간, 그 사람의 손에서 막 피기 시작한 라일락꽃 가지가 떨어졌던 것 같아. 자기의 다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그 사람은 비명을 질렀어, 아마도.
아아, 그런 끔찍한 사고가 정말 있었나?
거짓말이야, 이것도 꿈이겠지? 차가운 밤바람 소리가 무서워서 어린 내가 꿈을 꾸었나 봐. 어떡하지? 왼발 쪽으로 붉은 뱀이 올라오고 있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눈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르는 핏빛 저녁노을 말고는.

아름다운 황혼이야.
너는 왜 이 아름다움을 더럽히려고 하니?
아아, 어쩌면 저렇게도 아름다울까?
이렇게 보고 있는 동안에도 하늘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천상의 음악은 지평선 너머까지 울려 퍼지고 있어. 이렇게 성스러운 황혼을 너는 옛날에 꾸었던 꿈 때문에 망치려고 하는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딱 한 번 이렇게 아름다운 석양을 본 적이 있어.
창가에서 서성이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한 쌍의 남녀를 여기서 이렇게 바라보았어.
맞아, 그날 우리는 바로 여기에 있었어.
점심이 지날 무렵부터 이곳에 숨어 있었어. 여기에 있으면 베란다 쪽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이쪽에서는 베란다가 잘 보이니까.
우리는 그 두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
훤칠하게 큰 뒷모습과 거기에 기대어 선 가냘픈 뒷모습. 저녁놀을 받아 그녀의 반지가 엷게 빛났어.
두 사람은 우리가 있는 줄은 전혀 모르더군.
방구석 어두운 곳에 우리가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우리는 숨죽인 채 어둠 속에서 손을 꼭 잡고 있었어. 어둠 속에서 서로를 옥죄고 있는 뱀과 무지개처럼.
시간이 없었어.
두 사람의 결혼식이 바로 일주일 뒤로 다가왔으니까.
우리는 새벽녘에 꾼 꿈을 이야기하면서 결심을 굳혔어.
그리고 날을 정했지. 날씨가 너무나도 좋아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그런 아름다운 날로.
그날 우리는 한마디도 말하지 않았어. 말할 필요가 없었지.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연습을 많이 했지.
먼 늪지대나 채석장 구석에서 몇 번이고 연습을 했어.
아름다운 황혼.
그날, 우리는 오늘처럼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어. 석양 속에 기대어 선 두 사람의 뒷모습 사이로.
그리고 우리는 방아쇠를 당겼지.
불꽃놀이처럼 환한 총성이 맑고 투명한 하늘로 울려 퍼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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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mlim 2009-03-19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빠져든다....

뒷북치는느림뽀 2009-03-19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앞선 두편처럼 매일 읽지 않고, 오늘 4회 까지 몰아서 읽었어요,,
아,,역시.. 너무 재미있어요.. 근데 또 마지막편이 남았군요..헐~
여기 들어오면 보고싶은 맘을 이기지 못할까봐,,아예 이 서재로는 발걸음도 안하구,,
내일까지 하루만 더 기다리면 됐었는데.. 더는 못 참겠더라구요..^^

온다리쿠의 매력이 흠뻑 느껴지는 글이에요,
몽환적이며 섬뜩한 느낌이 드네요..

그 총성은,, 두자매의 아버지와 새로운 연인을 향한 총성일까요?
어서 내일이 되길..

미니반쪽 2009-03-19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점점 더 모르겠내요.. 가장 어렵다는.. 전 사실 이 자매가 사람인것 같지 않은데.. 암튼 낼 완결이 올라오면 읽어보고 다시 첨부터 찬찬히 읽어봐야겠어요^^
 


어머나, 귀여워라.
너 지금도 꿈을 꾸고 있구나.
우리는 너의 꿈 이야기로 작은 연극을 만들곤 했지.
<꽃잎 요> 기억나? 별것 아닌 이야기야. 동틀 무렵에 꾼 꿈이라 잠에서 깨면 금세 잊어버릴 꿈이었지만 우린 그걸 이야기로 만들었어.
달빛이 비치는 푸른 꽃잎 위에 누워 있는 연인들은 결코 눈을 뜨지 않아. 연인들은 언제까지나 눈뜨지 않고 똑같은 밤무지개 꿈을 꾼다는 그런 이야기였어.
네가 그 꿈 이야기를 하던 그 아침이 생각난다.
…… 아아, 그날은 엄마가 돌아가신 날이었어. 우리가 그 이야기를 하는 동안, 엄마의 숨이 끊겼지. 아버지가 우리를 부르러 오셨을 때, 아직도 우리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밤무지개를 보았어.
네가 그랬지. 그 눈으로 나를 물끄러미 보면서 그렇게 말했어. 그때 너는 두려워하지 않았어. 나를 가만히 보면서 밤무지개를 보았다고 했어.
너는 계속 말했어.
나는 꽃잎 위에 누워 있었어. 누군가와 꼭 끌어안고 죽은 듯이 누워 있었어. 몸은 싸늘해졌고 진한 꽃향기에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였어. 손가락 끝이 얼음처럼 차가워서 내 손 같지가 않았어.
너는 계속 말했어.
…… 아버지가 부르러 오실 때까지.
그 사람은 나의 연인이야. 우리 둘은 사귀는 사이였어. 하지만 두 사람은 죽은 듯이 잠들었어. 싸늘하게 식은 몸으로 꼭 끌어안은 채 같이 밤무지개 꿈을 꾸고 있었지. 참 신기해. 꽃잎 위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있는데, 나는 그와 꿈을 꾸고 있었어.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활 모양을 그리며 일곱 빛깔 무지개가 조용히 떠 있는 것을 둘이서 눈을 감고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
너는 그렇게 말했지.
나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어.
제비꽃이 수놓인 베개를 베고, 아직은 어스레한 아침 햇살 속에서.
…… 아버지가 우리들을 부르러 오실 때까지.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우리들에게 알려주기 전까지 계속…….

신기하지, 언니.
나, 그 꿈이 생각났어. 고요한 밤의 무지개. 죽은 듯이 잠든 두 사람.
나는 바닥에 깔린 꽃잎 위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을 보면서 두 사람의 꿈속에 나타난 밤무지개를 주시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이상하지, 거기에 뱀이 나오는 거야. 누워 있는 두 사람으로부터 붉고 작은 뱀 몇 마리가 도망치고 있어. 자세히 보니까 붉은 뱀이 여자의 목을 감고 있어. 본 적이 있는 얼굴이야. 잘 아는 얼굴인데 생각이 나지 않아.
아아, 왠지 언니를 닮았어.
저 사람은 누구지? 그날 죽은 사람이 아닐까? 그날 죽은 사람은 누구지? 우리가 잘 아는 사람인가?
맞아, 그날이야, 저 빛깔을 본 게.
누워 있는 두 사람은 천천히 썩어 가고 있어.
꽃잎들과 함께 색채와 점액을 잃고 서서히 썩으면서 말라가고 있어. 그 위를 저 새빨간 석양이 덮어 버렸어. 색채를 잃은 방이 온통 핏빛으로 물들고 있어. 그래, 그날이 틀림없어. 지금도 내 눈에 선연하게 남아 있어.
언니, 부탁이야. 그날 일을 말해 줘.

글쎄, 이제 와서 무슨 생각이 나겠니, 사랑스러운 아이야.
이제 그런 일은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우리는 이 방에서 많은 것들을 하면서 놀았어. 너를 좋아했던 그 작곡가도 자주 놀러왔는데, 생각나? 눈매가 꼭 개암 열매처럼 생긴 그 남자. 너를 ‘나의 작은 울새’라고 불렀지, 아마. 산책을 좋아해서 언제나 산책길에 꺾어온 꽃을 너에게 선물로 주었잖니.
우리들의 희곡 초연을 축하하던 날 밤 생각나? 이렇게 좁은 방에 그 많은 사람들이 들어온 일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어. 선물로 받은 꽃다발을 전부 뜯어서 천장에서 뿌리게 했었지. 어려서부터 꿈꾸었던 꽃보라였어.
방 안 곳곳에 작은 사랑이 가득한 즐거운 밤이었어. 창가에서 불꽃놀이를 보고 술도 마셨지. 유쾌한 음악이 흐르고 얼음은 유리잔 바닥으로 미끄러졌어.
일곱 빛깔 불꽃놀이. 우리는 창밖으로 꽃을 던졌어. 그리운 여름밤의 추억이야.
그래, 네가 본 빛깔은 그 불꽃놀이였어.
유쾌한 음악과, 웬만한 장난쯤은 눈감아 주는 축제 분위기로 들떴던 그날 밤의 불꽃놀이 빛깔이야. 불꽃은 우리들의 색채를 온통 빼앗았고, 아이 같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우리들을 같은 색으로 물들여 버렸어.
누가 그랬지. 중국에서는 같은 변을 쓰는 뱀(蛇)과 무지개(虹)를 두고 땅을 기는 건 뱀이고 하늘을 기는 건 무지개라 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상상해 보았어.
붉은 뱀이 밤무지개를 휘감고 있어. 발치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가 소리도 없이 담쟁이덩굴처럼 휘감았어. 뱀은 밤의 무지개를 서서히 옥죄고 있어.
왜냐고? 글쎄, 왜일까? 뱀 스스로는 그 행위가 사랑인지 미움인지 몰라. 그냥 뭔가를 휘감고 싶으니까 혼신의 힘을 다해 옥죄고 있을 뿐이야. 뱀은 소리도 없이 무지개를 휘감고 긴 시간을 들여 밤의 무지개를 조여 죽이고 말아.
이윽고 뱀의 몸에서 힘이 쑥 빠지게 되면 뱀과 무지개는 색채를 잃고 어둠의 밑바닥으로 추락할 거야. 그리고 그곳에는 정적만 남아.
어때? 그런대로 괜찮은 이야기지?
우리 희곡에 쓸 만하지 않니?
…… 맞아, 그날 밤에 불꽃 빛깔로 물든 방에 두 사람이 찾아왔어. 태연하게 웃는 얼굴로 우리 방으로 들어오더군. 우리들은 아무 말도 듣지 못했었어. 아버지가 우리와 같은 나이의 딸을 데리고 우리들의 파티에 오셨어. 엄마의 관 뚜껑을 덮고 채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그 사람은 종종 모습을 나타냈어. 우리들은 아무 말도 듣지 못했어. 그 사람은 살짝 미소지으며 그날 밤에 우리 방을 찾아왔어. 아버지한테서 받은 지 얼마 안 된 반지를 반짝이며, 불꽃빛으로 물든 그 방 안으로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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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반쪽 2009-03-1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새엄마의등장? 음 여러 사람은 나오는데 꿈과 섞여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내요. 근데 분위기는 이상하게 맘에 들어요. 근데 참... 관광 여행 / 나비사와 봄, 그리고 여름 / 뱀과 무지개..
3편다 다른 작가 작품같다는....온다리쿠님 완전 더 좋아지내요^^

공순이 2009-03-18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 짜릿짜릿 한데요~ ㅎㅎ
 


사랑하는 동생아, 너는 늘 꿈꾸는 아이였어.
나쁜 꿈, 무서운 꿈. 악몽이 너의 긴 밤을 채웠지. 기억나니? 내가 언제나 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지. 너의 등을 다독여 주며 작은 목소리로 자장가를 불러 주었어. 너는 옆 침대에서 작은 제비꽃 무늬가 수놓인 베개를 베고 자주 훌쩍훌쩍 울었어. 너는 언제나 슬픈 꿈을 꾸었어. 그래서 그 꿈이 현실과 뒤죽박죽되어 버렸나 봐.
나는 너를 악몽에서 빠져나오게 하느라 애를 썼지. 매일 아침 네가 꿈 이야기를 하면 나는 그 꿈을 밝은 결말로 이끌어서 너를 안심시켜 주었어.
맞아, 지금 생각하면 그 습관이 우리의 글 쓰는 힘을 키웠는지도 몰라. 매일 아침저녁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지. 우리는 그렇게 지금까지 이야기를 만들어 왔어. 우리들의 성공은 우리 둘만이 가졌던 시간의 산물일지도 몰라.
검은 개라고? 그런 개는 없었어. 할머니가 개를 싫어하셨는걸. 개를 집 안에 들여놓겠다고 하면 절대로 허락하지 않으셨을 거야. 네가 착각한 거지. 나는 개를 쏘지 않았어. 총 같은 건 만진 적도 없고.
너는 늘 꿈꾸는 아이였어. 그 개도 아마 네가 꿈속에서 보았을 거야.
하지만 까만 머리의 어린 여자아이는 있었어. 언제나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설탕이 묻은 끈적끈적하고 뜨뜻한 손으로 우리를 만지려고 했던 그 어린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는 사촌 오빠를 성가시게 쫓아다니며 시끄러운 매미처럼 그의 주변을 붕붕 날아다녔어. 다들 그 아이를 귀찮아했지.
그 여름에 폭발사고가 있었던 건 사실이야. 작고 검은 머리의 그 여자아이는 나무상자 속에 넣어두었던 불꽃놀이용 화약을 만졌어. 설탕이 묻은 끈적끈적한 손으로.
밝은 총성 따위는 들리지 않았어. 다만 둔중한 폭발음이 먼 곳에서 들리고 땅이 울렸을 뿐이지. 다들 무슨 일인가 천장을 올려다보았어. 샹들리에의 유리알이 마치 싫다고 도리질치는 것처럼 짤랑짤랑 흔들렸어.
작고 검은 머리의 그 여자아이는 머리가 타 버렸대. 타다 만 성냥개비처럼 머리가 버석버석하고 검게 타 버렸다지.
그러니까 총성 따위는 들리지 않았어. 검은 개가 바닥에 누워 있지도 않았고.
그렇지 않니, 사랑스러운 아이야?
네가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불안해져. 네 눈을 통해 네가 본 악몽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올 것만 같아. 그러면 멀리서 검은 현이 울리며 머릿속이 안개로 자욱해져. 가슴 밑바닥의 늪 속으로 검은 돌이 질퍽거리며 빠져드는 기분이 들어.

아아, 언니, 세상이 온통 핏빛으로 불타고 있어.
이런 빛깔을 도대체 어디서 보았더라?
안타까워. 너무 답답해.
하지만 나는 확실하게 기억해. 바로 이 창가에서 저 빛깔을 본 적이 있어.
훤칠한 남자와 가냘픈 여자가 이 창가에 서 있는 정경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세상에 단 두 사람밖에 없다는 듯 그림처럼 아름다운 두 사람. 고풍스러운 커다란 액자 속에 넣어서 장식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정경이었어.
신기하지? 그 두 사람을 떠올리면 무릎 위로 뱀이 기어다녀.
가느다란 뱀이야. 붉은 무늬의 작은 뱀. 언제나 왼발에서 무릎 쪽으로 기어올라와서 무릎 위를 고물고물 기어다녀. 조금 무섭지만 간질간질해. 아주 똑똑한 뱀이야. 아무래도 아주 옛날부터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아.
독은 없어. 절대로 물지도 않아. 왠지는 모르겠지만 내 무릎 위를 기어다니다가 어느 결엔가 시선 밖으로 사라져 버릴 뿐이야.
잠깐만. 잘 생각해 보니까 무릎 위뿐만이 아냐. 뱀은 사방에서 기어다녔어.
그런 풍경이 생각나네. 바닥 전체에 꽃잎이 깔려 있고 뱀이 그 위를 기어다니는 풍경. 벨벳처럼 곱게 깔린 꽃잎 위로 뱀의 반짝이는 비늘이 꿈틀거리는 게 마치 신기한 마술을 보는 기분이었어.
바닥에 깔아 놓은 엄청난 양의 꽃잎에서 꽃향기가 숨막힐 정도로 피어올라와 우리들의 옷과 머리에 스며들었어.
꽃잎이 정말 많았어. 옛날 정물화처럼 흩뿌려 놓은 여러 종류의 꽃잎과 줄기와 잎에서 생생한 냄새가 났어. 분명히 식물인데 마치 짐승의 냄새 같았어.
잠깐만. 꽃잎 위에 누군가 누워 있어.
저건 언니인데? 이상하네, 언니를 닮은 사람인가? 어떤 사람하고 꼭 끌어안고 있어. 갈색 머리의 젊은 남자와 서로 끌어안은 채 누워 있어. 손가락 끝이 갈색으로 물들었는데 왜일까?
방이 빙글빙글 돌고 있어. 누워 있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속도를 높이며 크게 돌고 있어.
이상하네. 뱀들이 온 방 안을 기어다녀. 붉은 뱀들이 저렇게나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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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반쪽 2009-03-1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젠 왠지 유령이 된 언니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동생이 혹시....

온다리쿠팬 2009-03-17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제나 봐도 멋진 글이네요

현지 2009-03-1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안의 장면이 마구마구 상상이 되어지는-
묘한 분위기의 확실하게 정의내려지지않는 그림이-
더 호기심을 부추겨요 'ㅁ'

아이아띠 2009-03-19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화홍련이 떠오르는건 저만의 생각인가요?

포마녀 2009-04-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역시 온다리쿠
 


아아, 언니. 핏빛 같은 석양이 잠기고 있어.
우리는 저런 빛깔을 태어나서 지금까지 두 번밖에 보지 못했어.
세상이 멸망해 버릴 것 같은 황혼. 바람도 숨죽이고 나무들과 대지는 불길한 빛깔로 물들었어.
이런 날은 누구든 조용히 망가지고 말아. 요리하던 여자는 남편을 찌를 식칼을 장바구니 속에 몰래 숨기고, 성직자는 혼자 기도하는 고아를 범하려고 슬그머니 커튼을 들추지. 평소에는 닫혀 있던 서랍이나 작은 상자도 오늘 같은 날에는 말이 많아져. 깊이 숨겨 두었던 편지나 잊고 지냈던 비밀 연애담도 잔기침을 하면서 속살거리기 시작할 거야.
아아, 언니. 저 빛깔을 봐 주겠어?
저런 빛깔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두 번밖에 보지 못했어.
이렇게 해질 무렵에 우리들은 조용히 멸망하겠지. 핏빛 풍경 속에서 색채와 점액을 잃고 우리들은 완전히 썩어 버릴 거야. 그러니까 부탁이야. 그날 일을 이야기해 줘. 우리들이 이 빛깔을 눈에 새겼던 그날 저녁의 일을.

사랑스러운 내 동생아, 너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놀을 사위스런 색으로 물들이려고 하니? 불길한 말로 스스로를 멸시하지 마. 핏빛 같은 석양이라고? 농담이 너무 심하구나. 아무래도 네 눈에는 빛바랜 비단이 씌어 있나 봐.
보렴, 저 보석 같은 하늘을. 남국에 사는 새의 날개처럼 찬란한 빛의 변화를. 밤의 장막이 내리려면 아직 이르지만,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태양이 가라앉고 있어.
맞아, 너는 옛날부터 걱정이 많은 아이였어. 지나가는 고양이의 꼬리를 보고도, 곳간 차양에서 울고 있는 까마귀 그림자를 보고도 너는 언제나 새파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었어. 걱정할 거 하나도 없다고 아무리 타일러도, 너는 옷자락을 꽉 움켜잡은 채 놓으려고 하지 않았지.
그런 불안한 눈으로 보지 마. 나는 너의 그 눈이 싫어. 네가 그런 눈으로 보면 내 머릿속에 안개가 자욱하게 끼면서 어딘가 먼 곳에서 검은 현(弦)이 불온하게 울리기 시작해.
어느 날 저녁을 말하는 거니? 그날이라니 언제?
우리는 늘 강아지나 산사나무 꽃들처럼 사이좋게 장난치고 웃으면서 잘 지냈잖아.
그래, 우리는 시를 짓고 희곡을 썼어. 할머니 생신에는 둘이서 선물로 촌극을 보여 드렸지. 사랑스러운 어린 자매에게 모두들 박수갈채를 보내 주셨어. 네 뺨은 장밋빛으로 붉게 물들었고 우리는 무릎을 굽혀 인사 포즈를 취했지. 그날 저녁놀도 아름다웠어. 너 혹시 그날을 말하는 거니?

아아, 언니. 이런 빛깔은 본 적이 없어.
아니, 거짓말이야. 딱 두 번 본 적이 있는 것 같아.
나도 할머니 생신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우리는 똑같은 하얀 옷을 입고 노래를 불렀어. 유리 꽃병이 여름날의 호수처럼 반짝였어. 사람들은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빙 둘러싸고 있었어.
바닥에는 개가 배를 깔고 누워 있었는데, 생각나지? 크고 검은 개. 언니가 베개처럼 베고 누웠던 그 개 말이야. 성격이 온순해서 우리들이 다가가도 가만히 있었어. 개의 몸 위에 펼쳐져 있던 언니의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눈에 선해. 그런데 개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그러지 못했지만 언니는 가끔 검은 개 위에 올라타고 졸기도 했어. 개의 빠른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언니는 깜빡 잠이 들곤 했지. 하지만 그날을 말하는 건 아냐.
언니가 쏜 그 검은 개가 아직도 건강하게 바닥에 누워 있던 그날이 아니라고.
언니는 그 개를 쏘았어. 왜 그랬을까? 개가 덤비는 바람에 외출복이 더러워져서? 아니면 나를 더 잘 따라서? 내가 갈색 머리 사촌 오빠하고 놀러 나가서였을까?
그러니까 그날은 아니야.
그 갈색 머리 사촌 오빠가 기억나. 먼 곳에 살아서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지만 환한 눈동자에 훤칠한 키, 다들 좋아했어. 나나 동네 여자아이들이나, 그리고 언니까지도. 내 말이 맞지?
우리는 상쾌한 초여름 오후에 외출했어. 그때 언니는 없었지. 언니만 두고 갈 생각은 아니었어. 우리는 집 안을 찾아보았지만 마침 언니가 집에 없었고, 부드러운 바람의 꼬드김에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을 뿐이야.
반짝이는 초원에서 그의 갈색 머리가 바람에 나부꼈어. 개도 나뭇가지를 던져주면 신나게 놀았어. 그가 짧은 나뭇가지를 주워서 던지면 개는 하늘에서 빙글빙글 도는 나뭇가지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어.
총성이 울렸지.
밝은 초여름의 푸른 하늘에 밝은 총성이 울렸어.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던 개가 그 자세 그대로 풀 위로 털썩 떨어졌어. 윤기가 자르르한 검은 털 위로 붉은 것이 흐르기 시작했어. 누군가가 개를 쏜 거야. 꽤 먼 곳에서. 우리는 망연히 개를 내려다보고 있었어. 개의 몸에서 붉은 것이 흐르고 개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이윽고 움직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보았어. 너무 슬펐어. 우리는 손을 마주잡고 울었어. 우리 눈앞에서 움직임을 멈춰 버린 개를 위해서.
다같이 농원 한구석에 개를 묻었어. 기도를 하고 묵도를 올렸지.
맞아, 그날 저녁도 이렇지는 않았어. 내가 기억하고 있는 두 번의 황혼과는 거리가 멀어.
그날, 같이 기도를 올리던 언니의 옷에서 화약 연기 냄새가 났어.
맞아, 나는 기억하고 있어. 언니가 그 개를 쏜 거야. 하지만 정말일까? 언니는 정말로 개를 쏘았을까? 어쩌면 언니는 다른 무엇을 쏠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개를 맞히고 만 건 아닐까? 아아, 그 개 이름이 뭐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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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mlim 2009-03-16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앞의 두 편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글이네요- 빠져들어요 정말 ㅠ

공순이 2009-03-16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마지막편 이네요... 앞에 두 편 넘 재밌게 보았는데... 이번편도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네요~

파이 2009-03-16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앞에까지 단편하고는 다르게 확 온다리쿠 장편과 같은 느낌을 안겨주는 단편인거같네요.
아아, 온다리쿠다! 하는 생각이 들게만드는 특유의 그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온다 리쿠가 그려낼 아름답고도 무서운 두 소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되네요.

52 2009-03-1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요조곡에 나오는 도키코가 쓴 단편인가봐요. 마침 오늘 목요조곡을 다시 보다가 도키코가 말년에 쓴 여러가지 단편 제목을 열거 하는데 중간에 뱀과 무지개라는 제목이 보이더라구요.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네요. 자매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군요.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나네요. 내일이 기다려져요~

파이 2009-03-17 07:49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와, 피리푸씨! 목요조곡 읽은지 꽤되서 기억 안났었는데, 뱀과 무지개라는 제목이 낯설지않았던 이유가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목요조곡을 기억해내며 읽을수있겠네요!

미니반쪽 2009-03-17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쌍둥이일 것 같은데... 보통 쌍둥이는 아닐 것 같은....궁금궁금^^

을지 2009-03-17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온다리쿠 작가 맞아요?
와~!
횡재했습니다.

현지 2009-03-18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_<
정말 목요조곡의- 그 단편인가요? 'ㅁ'
정말- 목요조곡 읽으면서 등장했던 존재하지않는 그 소설들이 언젠가 나올수도 있겠다-하고 생각했었는데-
>_< 진짜진짜 반가운 기분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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