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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평점 :
이 책은 6편의 기묘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마치 현실에서 있을 법하게 추억을 회상하는 방법이나, 어른들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동화형식으로 되어 있어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현실과 어우러지게 그린 책을 보면,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날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 꽃밥
밥은 하얀 철쭉꽃이고, 그 한가운데에는 돌돌 만 빨간 철쭉꽃이 꽂혀 있었다.
반찬은 고원에 피어 있는 갖가지 꽃과 잎사귀로 꾸며져 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흔히 만드는 도시락이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전생을 기억하는 후미코의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후미코. 자신이 '시게타 기요미'라고 소개하며, 전생의 자신이 살던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오빠인 도시키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게타 기요미가 살던 동네로 후미코를 데려가고, 그 곳에서 자신의 딸이 죽을때 튀김을 먹고 있었다는 이유로 십년째 음식을 먹지 않고 있는 시게타 기요미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죽지 않을 정도의 물과 우유만을 섭취하고 있었는데, 그 마저도 딸인 시게타 기요미의 무덤을 위해서다.
결국, 그 모습을 알게된 후미코가 할 수 있는 일은 시게타 기요미일때 자주 만들었던 꽃밥을 전해주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후미코 본인이 아닌 도시키를 통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결국은 시게타 기요미의 가족과 후미코가 만나게 되고, 가족들은 단 한번에 기요미라는 것을 알아본다.
이 이야기에서 시게타 기요미와 후미코가 동시대에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랐다.
꼭 환생이라는 것이 전혀 다른 세대에서 살다온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고난 뒤에 바로 환생할지 누가 알까,
아무튼, 초반에는 전생을 추억하며 자꾸도망가려고 하는 후미코가 미웠는데, 막상 사건의 면모를 알게 되니 안타까웠다.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도시키는 아등바등 자신의 동생을 지키려고 하는 행동도 눈물이 찔끔.... 나더라..
전생이나 현세나 가족의 주축으로 일어난 내용이라 기묘하면서도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았으면....한다. 슬프니까 ㅠㅠ
"손대지 마세요!"
나는 노인과 후미코 사이로 파고들었다. 거의 내 정신이 아니었다.
"얘 이름은 후미코라고요! 내 동생이에요. 당신네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나는 있는 힘껏 후미코를 껴안았다.
오빠란 이 세상에서 가장 손해가 큰 역할이다. 언제 어디서든 동생을 지켜줘야 한다.
P.59
두번쨰 이야기, 도까비의 밤
지금 생각하면, 꿈이었언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 된 마음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기억을 부정하면서 상식과 아귀를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야기인 도까비의 밤은 도깨비가 된 한국인 '정우'를 본 유키오의 이야기다.
가장 정감가는 이야기였는데, 옜날에 TV로 반영된 '은비까비의 옛날 옛적에'라는 만화가 떠오를 정도였다.
일본인들 가운데 한국인인 정우네는 은연중 마을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정우는 몸이 약해서 학교도 다닐 수 없어서 언제나 혼자였는데, 그런 정우에게 어느날 친구가 생겼다.
그 아이가 바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유키오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탓에 결국 유키오 역시 정우와 거리를 두게 되고, 찰나에 정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그때부터 진행된다. 정우가 죽고 난 후 마을에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른 새벽 책가방을 매고 학교를 가는 아이를 보는가 하면, 옥상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유령이 지붕위를 떠돌아 다는 등등의 일들이다.
마을사람들은 그 귀신의 정체가 '정우'라고 이야기하고, 정말로, 유키오는 어느날 밤 정우를 보게 된다. 생전에 좋아했던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기도 하고, 지붕위로 날라다니는 정우를 보기도 했다.
도깨비는 우리나라에서도 워낙 이야기거리가 많아서 재미있었다.
살아생전 내내 누워야만 했었던 정우가 귀신이 되어 마을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했었다.
얼마나 자유로울까, 책에서 역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더 즐겼다.
다만, 귀신이 된 정우를 무서워하는 마을사람들이나, 정우를 쫓아내기 위해 가족들이 한 행동을 보며, 타향살이라는게 이렇게 힘든거구나라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날 밤, 도까비를 봤다.
그것은 빼곡하게 들어찬 지붕에서 지붕으로, 마치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듯이 가볍게 날아다녔다.
한 귀퉁이가 일그러진 달 아래, 휙 휙 하고 기묘하지만 흥겨운 소리를 내면서.
-P.65
세번째 이야기, 요정샘물.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나는 그 생물의 감촉이 그리워 견딜 수가 없다.
어린 날 느꼈던 감미로움이 몸서리가 쳐지도록 그립다.
어느날, 세쓰코는 낯선 사람에게서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요정샘물을 사게 된다.
요정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흘에 한번씩 물을 갈아줘야 하고, 물에서 티스푼 절반 정도의 설탕이 먹이로 줘야 한다. 단, 절대로 병의 크기를 늘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병의 크기에 따라 커지기 때문이다.
세쓰코는 요정샘물을 손이나 허벅지에 얹을 때의 기괴한 느낌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날, 공장을 운영하는 세쓰코 아버지의 회사에 다이스케라는 사람이 오게 된다.
다이스케가 마음에 들었던 세쓰코는 요정샘물을 보여주게 되고, 다이스케의 말에 요정샘물을 큰 병에 넣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스케와 눈이 맞아 어머니가 집을 나가게 된다. 그 결정적인 순간을 세쓰코는 마주치게 되었다. 그 날 이후 세쓰코는 요정샘물에게서 불길함을 느끼고, 강가에 버린다. 내용은 그것이 전부다.
6편의 이야기중 가장 기괴하다고 느꼈다. 기괴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과 동시에 가슴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불행해진 세쓰코를 보며 말이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모든 것이 불행해진 세쓰코와, 과연 요정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이건 키우는 집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생물이야."
그날, 고가 밑에서 남자는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말대로 요정 생물은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다만 엄마에게 만이다. 그리고 엄마의 행운은 나를 포함한 우리 식구에게는 불행이었다.
세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고루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안흔ㄴ다. 눅누가의 행복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불행이 있다.
행복이란 대개가 어딘가 뒤틀려 있다.
P.162
네번째 이야기, 참 묘한 세상
보다 못한 아빠와 남자 친척들ㅇ까지 들러붙어 영구차에 밀었다.
열다섯 명쯤 되는 남자들이 힘주어 미는데도 타이어는 꿈뻑하지 않았다. 정말 묘한 일이었다.
어느날, 삼촌이 돌아가셨다. 화장을 하러 가는 길에 버스가 멈춰선다.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아키라는 삼촌이 살아생전 바람을 피웠다. 버스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부인이 아닌 첩인 그녀, '가오루'를 만나고 싶어서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존재를 알린다.
아키라의 아빠가 가오루를 부르고, 그녀의 인사를 받은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못가 또 다시 멈춰선다.
그때, 아키라의 동생이 말한다. 야오이언니를 만나고 싶은 거라고.
야오이가 오고 나서야 자동차가 움직여 무사히 장례식을 치룰 수 있게 된다.
참으로 심플하면서도 있을법한 이야기다. 거기다 좀 웃기다 ㅋㅋ
미련 있는 사람은 저승으로 못간다는 말처럼 이 이야기가 딱 그 이야기였다.
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세 여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까지 멈춰세운.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본 아키라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참으로 기묘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다만, 삼촌이란 사람이 됨됨이가 좋진 않은거 같다. ㅋㅋ
"아키라, 인생은 다코야키야."
대체 무슨소리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대답하는 대신 아키라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세상 참 묘하단 말이야."
P.211
다섯번째 이야기, 오쿠린바
오쿠린바. 그것이 일본 말인지조차 나는 몰랐어요.
대체 어떤 한자를 쓰고 그렇게 읽는 것일까.
그 시절에 구멍가게에서 '우유바'란 아이스캔디를 팔았기 때문에 그런 유인가 하는 생각도 했죠.
죽어가는 사람을 평온한 죽음으로 인도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집안 대대로 죽음앞에 다가온 사람에게 주문을 걸어 그 사람을 죽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원래는 집안 사람만 가능했지만, 주인공인 미사코가 아주머니의 마음에 든 것이다. 그 후 아주머니를 따라 오쿠린바에 대한 일을 알게 되고, 시간이 흘러 아주머니가 돌아가신다. 그 후 미사코는 주문을 알고는 있지만 그 일을 이어가진 않으며 이야기는 끝난다.
사람의 생과 사의 마지막을 끊어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재미있기도 했고, 이 이야기 역시 어디선가 그런 사람이 존재할 것만 같았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 저런 사람이 있으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죽음을 사람이 결정지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다섯번째의 이야기를 보면서 슈카와 미나토 작가의 필력에 놀란다. 얼마나 생생하게 느낌을 표현하는지 읽는 내내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다 과거를 회상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그립기도 하고, 그런 기묘한 이야기는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 둘 간직하고 있을 법하게 느껴진다.
"실은 말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많은 주문이 있단다. 비를 내리게 하는 주문, 불을 붙이는 주문, 물을 끓게 하는 주문. 말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게 없어."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편리해져서, 주문이 거의 잊혀 버렸지. 그야 그럴 수밖에.
불을 붙이고 싶으면 성냥을 그으면 되고, 물을 끓이고 싶으면 주전자를 불에 올려놓으면 되고, 주문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손만 조금 놀리면 되니까 말이다.
뭐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힘들지만."
P.238
혹시 모르지. 옛날 옛적에 주문을 통해 살아간 사람이 있을지?
마지막 이야기, 얼음 나비.
"앗, 나비다."
나는 간신히 그것이 나비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겨울까지 살아있는 얼음 나비였다.
주인공 미치오는 혼자다. 외로운 소년이었다. 천대받는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미치오는 말한다.
미치오에게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면 모두가 떠나버린다.
그런 미치오는 하릴없이 떠돌아다니는 게 전부였고, 묘지 안에서 미와라는 열여덟살난 미와누나를 만나게 된다.
그 날 이후 매주 수요일은 미치오가 마음 터넣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학교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간식도 먹고...
단 두달 남짓 뿐이었지만, 짧은 만남속에서도 기억되는 사람이 있듯, 미치오에게 미와가 그런 사람이었다.
동생의 치료를 위해 많은 빚을 졌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머나먼 남쪽에서 미치오가 있는 곳으로 왔다는 미와는 동생이 죽고 난 후 더이상 미치오 앞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
처음부터 암울한 내용이 역시나 암울했다.
외로웠던 미치오에게 미와는 더 없이 좋은 누나였을 것이고, 미와에게 미치오 역시 동생을 떠올렸을 것이다.
기이하다고 하기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지만, 처음 이목을 끈 철교인간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 철교인간이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땐 재미있었다.
도까비의 밤, 참 묘한세상이 코믹스런 매력이 있었고,
꽃밥과 오쿠린바가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로 기이했고,
요정샘물, 얼음나비는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현실이야기 같았다.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라는 TV만화를 떠올르게 하는 향수마저 갖고 있었기에 추천해주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