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사생활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4
최민경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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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는 말희였다. 

마리는 간밤에 불쑥, 나타났다. 정말이지 다른 어떤 말로는 대신할 수가 없었다.

그냥 불쑥, 쳐들어왔다고 말할 수밖에는. - p.22



주인공은 하나이다.

췌장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게 되었다. 

하나는 어머니와 자신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생각했으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삶이 꺼진듯 변해버린다.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생기있게 일깨워 준 것이 바로 마리[말희]였다.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마리는 어머님끼리 친구였기에 덩달아 자식들도 친구가 된 기억이 전부였다. 그런 마리가 불쑥 자신의 삶에 끼어들었고, 하나는 그런 마리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고 경계심을 느낀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과 어머니에게 눈치빠르게 행동하는 마리를 보며 모녀는 어느순간 그녀의 존재에 대해 당연시하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 마리와 예전에 사귀었던 남자가 알고보니 유부남이었고, 마리는 그의 부인때문에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었다는 자신의 과거를 밝힌다.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을 향해 분노를 드러내며 쫓아다니고 있음을 들킨다. 그 후 하나는 자신의 공간이 집에 마리가 피해를 줄까봐 갖은 구박과 눈치를 주며 마리를 쫓아내버린다.



마리는 침묵속에서 조용히 짐을 꾸렸다. 그러고는 떠날 때 선물을 내밀었다. 포장지를 뜯어보니 예쁜 팬시용품이 들어있었다.

"나는 그걸로 네가 뭔가를 써보았으면 좋겠어. 일기나 시 같은 거 말이야."

p.118



그렇게 스치듯 마리는 하나의 곁을 떠나버리며 끝이 난다.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하나와 마리의 관계는 어릴적 흔히 보이는 사람들이다.

어릴때는 반짝 반짝 빛나던 사람이었는데 커서 보니 삶에 찌들어 있다던가, 어릴때 존재감 없던 친구가 커서는 반짝반짝 빛나는 현상. 전자가 하나였고, 후자가 마리였다.

하나는 삶에 안주하는 자신을 보며 일탈을 꿈꾸지만 두려움에 변화를 포기하고 스스로 납득을 하는 인물로서 현대인 중 모든 사람들이 대부분 하나에 속하는 것 같았고, 반면, 마리는 주도적인 삶을 사는 것 같은 인물이다. 그런 마리를 우리들은 동경하고 부러워 하지만, 자유로워 보이는 마리에게도 고민이나 역경, 고난은 존재했다.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잘 이해할 수 없었다. 두번째 읽었을 때 비로소 이해할 수가 있었다.

하나에게만 존재하는 '마리'라고 생각했는데, 마리의 입장에선 하나가 마리의 '마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말이다.

마리는 하나의 편지로 인해 자신의 삶에 크나큰 변화를 맞이했고, 하나는 자신의 집에 머물러 떠나버린 마리의 존재로 서서히 변화하니까 말이다.


나는 어딘가에서 또 다른 마리를 만나게 되리라. 지하철에서 혹은 여행지에서, 시끌벅적한 카페의 귀퉁이 자리에서. 혼자서, 또는 여럿이서, 단둘이 있을 때에도, 마리는 분명 내 앞을 스쳐 지나가리라. 그때의 마리는 단 하나의 마리일 것이다. 내가 알아볼 수 없게 아무리 모습을 바꿔도 나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오직 단 하나의 마리를

p. 124

 


단 하나의 의문점이라면 왜 마리의 사생활일까 하는점이다....

마리의 사생활이 아니라 마리의 이야기가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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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질 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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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내 눈에는 보이는 것들이 있고

있어도

내 눈에는 안보이는 것들이 있다.



처음에는 시중에 있는 에세이와 마찬가지의 비슷한 느낌의 책이었다. 

평소 에세이를 읽지 않는데, 에세이를 읽을 때엔 나도 저렇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도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별반 다르지 않아서 결국엔 내 자신이 괴로워서였다. 이외수 작가의 책 역시 내용은 시중 에세이를 보며 자주 듣던 이야기, 내용들도 없지 않았지만 책 자체가 향기로웠다.

책 자체가 향기로웠기 때문인지, 이외수 작가의 내용이 향기로웠는지는 모르겠으나 기분 좋은 책임은 분명했다.

다른 에세이들 보다도 마음에 지친, 힐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고, 정태련그림작가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이외수 작가의 쓴소리에 아린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정태련작가의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에세이가 취향이 아닌 분들에게는 정태련작가의 그림이 그려진 면만 읽어도 좋다. 읽다보면 책 전체를 읽고 싶어질 것이다.

책은 한장의 쓴소리와 한장의 위로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 데, 정말이지 출판사에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전략이 잘 짜여있다고 생각되었다. 도무지 그냥 넘어갈 수도 없게 만드는 책이니까 말이다.

에세이의 내용이 비슷하다고 하지만, 이외수 작가님의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라는 책은 짧고 굵게 핵심만 콕콕 찔러준다. 마치 요약정리노트 느낌이랄까,

그리고, 내용의 밑바탕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전제가 깔려있었다.  



피어도 사랑 시들어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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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같은 빛깔로 물드는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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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오래 기다려야 굳이 사랑인 줄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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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풀들은 바다를 향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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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물고기가 실제로 살아 숨쉬는 것 같고, 헤엄쳐 꼭 어디론가 떠날거 같다.


최근, 이외수 작가님의 몸이 좋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에게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해 줄 수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니 절로 존경심이 생겼다. 

쓰러질때마다 일어서면 그만,

이라는 책처럼 이와수작가님이 어서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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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두 여인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 2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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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바우 여인의 삶과 동백꽃 여인의 삶을 다룬 비현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인 단편소설.

우리들의 두 여인

 

최근 독서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던 나에게 독서의 의지를 다시금 불태워준 소설이었다.

장편소설도 좋아하지만, 유독 단편 소설을 즐겨 읽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짧고 굵음에 있어서이다. 

장편소설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문장 하나하나를 스치듯 읽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편의 경우는 단어 하나도 정성들여 읽게 되고, 뜻도 찾아보게 된다. 읽다보면 헷갈리는 일도 종종있는데, 그에 비해 단편은 전혀 그럴일이 없다는 것이 가장 좋은 점 중 하나인 것 같다. 

 

이번에 서평도서로 읽은 우리들의 두 여인은 제목 그대로 두 여인의 삶을 단편 소설로 보여주고 있다.


  

 

 

 

첫번째 단편인 '능바우 여인'

능바우 여인의 선조 여인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그것도  할머니세대까지의 이야기.

길게는 어머니의 세대로도 볼 수 있지만 나는 능바우 여인의 삶을 할머니세대까지로 정의하고 싶다.

 

소설 속 성환씨는 은행 지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을 한 아버지이며, 사업에 실패한 아들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작품의 주인공인 능바우의 여인인 심여사. 

며느리는 아들의 사업 실패로 보험회사에 다닌지 반년차 직장인이다. 어느날, 정년 퇴임 후 편안한 노후를 보내야 할 성환씨에게 아들 내외는 또 다른 시련을 안겨준다. 그것은 성환씨에게 아파트 야간경비직을 맡으라는 일과 반년차 보험인인 며느리의 실적이다. 며느리는 능바우 친척들의 안부를 물으며 보험을 권유하라는 압박과 건강을 핑계로 일을 하라고 말한다.

 

"소일하는 데는 좋으시겠지만 야간이라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네요.

그것만 괜찮으시다면 규칙적인 생활을 하시는 게 아버님 건강에 오히려 도움될 수도 있어요."


"별로에요. 반년 동안 했더니 도와줄 수 있는 주위 사람들은 대개 다 도와준 것 같아요....

...능바우 어르신네들은 요새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나이가 들면 보험처럼 안전한 것이 없어요.

한달에 10만 원이라도 괜찮고, 20만 원이라도 괜찮아요.

보험금에 이자도 붙고 돌아가시면 후손에게 상당한 보험금이 지급되지요. 시골에 있는 땅을 후손에게 남기면 뭐해요?

요새 누가 농사를 지으려고 하나요? 다른 사람시켜서 농사지으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거에요..."


 

 

자존심이 쎈 심여사는 남편의 야간 경비직 일자리에 괴로워 할 남편을 생각하며 본인 또한 괴로워 한다. 결국 능바우 여인인 심여사는 남편을 대신해 친구의 딸네 집에 가사 도우미를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능바우 여인들의 지혜는 그들의 남편에게도 슬기롭게 적용되었다. 젊은 여자와 도시 여자에게 주책없이 마음을 빼앗긴 남편이, '알고도 모른체' 하는 그들의 지혜 속에서 젊음이 힘을 잃고 돈이 떨어지면 가장의 품위를 잃지 않고 가정으로 돌아오게 해주었다.(p.22)

 

 

야간 경비직에 대해 고민중인 성환씨에게 성백준의 공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일을 한다는 것을 능바우 친척들에게 알리게 되고,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 야간 경비직 일을 해야겠다고 그는 마음을 먹는다.

 

 

아무리 늙어빠진 노인이라 하더라도, 옜날 같으면 머슴이나 하던 일을 능바우 양반이 어찌할 수 있느냐는 질책이었다.

궂은일은 몽땅 여자들에게 떠맡기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빈둥빈둥 먹고 노는 전형적인 능바우의 심리상태였음을 성환씨는 깨달았다. (p.43)

 

 

집으로 돌아온 성환씨는 아내가 가사도우미 일을 하기로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 역시 아파트 경비직 일을 할거라고 말을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끝이난다.

 


사실 능바우 여인의 소설에 대한 해설(p.141)은 '현실에서 얼마나 정복당하며 살고 있는가?' 하는 물음으로 해석되고 있었지만,

나는 능바우 여인에게가 아닌 부모와 자식의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아들내외는, 친척들 축의금 조차도 제 손으로, 제 돈으로 낼 생각도 못하고, 아직까지도 부모님의 뒤에 도움을 바란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자식들의 표본적인 모습인 것 같았고, 성환씨와 심여사는 우리들의 부모님처럼 탐탁지 않아도 결국은 자식을 위해서 받아들이는 이 시대의 부모님의 표본이어서 씁쓸하고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참 우리 가난했다 그제?"

성환씨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예, 참 가난했심더. 찢어지게 가난했지예."

"그런데 왜 자꾸 그때가 그리워지지?"

"나도 모르겠심더."

그들은 뛰기를 멈추었다.

"아마도 배고픔이 뭔지 잊어버려 그런갑다"

"그럴낍니더."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그때 생각하면 지금은 무슨 일이든 못하겠나?"

(p.47)

 

 

 

 

 

두번째 이야기인 동백꽃 여인.

현실의 씁슬함과 비현실적인듯한 사랑이 녹아있는 이야기였다.

 

아내는 언제나, 어디서나 분별있고 사려 깊은 여자였다. 아내가 여자로서 항상 보여주는 분별은 평생 동안 짊어져온 책임감을 가볍게 해주었다. 그건 5년 전 사별한 첫 아내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p.63)

 

아내가 일어나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낙화 후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아니 전보다 더욱 아름다운 동백 꽃... 그 동백꽃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 여자가 바로 아내였다.

"당신은 동백꽃과 같은 여자요. 낙화가 더 아름답듯이 당신은 내가 죽은 후 더 아름다운 삶을 살거요."

 

"그렇다면... 그렇다면... 다른 부부가 1년 사는 것을 우리는 하루에 살아야 해요.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어요."

(p.90)


주인공 정문호씨와 동백꽃 여인 홍숙진은 재혼한 부부였다. 재혼한지 4년차였지만, 1년 전 암에 걸린 정문호씨를 홍숙진은 지극정성으로 간호하고 있었다. 정문호씨는 죽음보다 죽고 난 뒤 혼자 남게될 아내 홍숙진이 걱정되어 죽은 후 자신의 연금을 아내가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던가, 공동명의 적금, 38평짜리 아파트도 아내의 명의로 돌려놓았다. 그 후 정문호씨가 죽자, 정문호씨가 살아생전이었을때에는 새어머니를 어머니로 따르던 자식들이 38평짜리 아파트로 인해 돌변한다. 

 

 

"참! 아버님, 해도 해도 너무하십니다! 살아생전에 그렇게 유별나시더니 사후에도 시신 기증이다 뭐다 그게 다 뭡니까? 아파트 명의 이전도 우리와 의논 한 번 없이 하시더니, 이제와서 어떻게 이런 유언을 우리에게 남기실 수 있습니까!"

사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째 아들이 앞으로 나서 영정을 마주보고 버티고 섰다.

"흥! 자기 혼자서 똥폼 다 잡고 있네. 이 씨팔!"

(p.109)


"어머니!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여유 있길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 똑같은 마음이에요."

"아버지는 이미 내가 돈 걱정 하지 않게 해주셨어."

"그건 어머니가 지금부터 얼마나 현명하게 처신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p.111)

 

 

이 장면을 보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ㅜㅜ 결국 아내 홍숙진은 자식들에게 아파트를 주고는 떠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줄거리를 간추리면 흔히 있을법한 현실의 냉혹함과 씁쓸함이 밀려오지만, 동백꽃 여인에서 알려주는 것은 아내 홍숙진과 남편 정문호씨의 사랑이야기다. 

 

아내를 처음 보는 순간 놀랍게도 청년 시절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음이 상기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의 나이 예순넷, 교수직 정년이 1년 앞으로 다가온 말년의 회의와 끊임없이 교차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느낀 두근거림이 결국 회의를 이겨냈다.(p.68)

 

그 후 남편 정문호씨는 청혼을 했고, 홍숙진과 재혼하게 된다. 하지만 1년전 폐암진단을 받고, 죽음을 앞두게 된다. 그리고 하나 둘 씩 자신의 삶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한다. 그 중 그의 눈에 가장 걸리는 것은 아내 홍숙진이었다.

 

"여보, 내가 지난번 동사무소에서 나오면서 한 말 기억하지?"

그가 아내에게 물었다. 아내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모습, 바로 그 모습이 그가 허약해진 폐로나마 숨쉬기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였다.

"저한테 '안되겠다. 영감 하나 얻어라'고 한거요?"

아마도 아내가 동사무소일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자신이 농담으로 한 말을 떠올리며 미소 속에 말했다.

"농담으로 들었겠지만 재혼하면 연금 혜택이 끝난다는 건 알고 있겠지?"

(p.80)



"언제 말하든 한 번은 말해야 되니 지금 말하는 것이오. 잘 들어두오."

아내가 울컥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는 듯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앰뷸런스가 떠난 다음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집으로 가요. 그곳에 내 영정을 차려두고 그 앞에서..."

그는 베개 밑에서 흰 봉투를 꺼냈다. 그러고는 겉에 유언장이라고 씌어진 그 봉투를 아내 쪽으로 내밀었다.

"기연이에게 내 유언장을 읽도록 해요. 당신이 받아 적다가 만 것에 엊저녁 겨우 덧붙였소. 힘이 없어 몇 자 적지도 못했소. 꼭 아이들 모인 데서 읽어야 해요. 다신과 가족 모두 있는 데서..."

(p.90)

 


남편이 죽고 홍숙진은 자식들에게 집을 남겨주고 떠나는데 가슴이 먹먹하게 아팠다. 능바우여인과는 또 다른 여인의 삶이었는데, 동백꽃 여인이 좀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었으나,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가장 아이러니 하면서도 어쩐지 마음에 와닿는 대사가 있었다.

 

"문학이란 진실을 다루는 거요. 그 진실이 인간에게는 득이 되든 해가 되든..."(p.71)


"지금으로부터 3천여 년 전에 솔로몬 왕이 조문객들의 위험에 대해서 말한 거요. 사람이 죽으면 조문하러 오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실로 애도의 마음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는 것을 의미하오. 그건 진실이오. 그러니까..."(p.73)

 

  

정문호씨의 말을 증명하듯 극중에서 자식들이 홍숙진에게서 아파트를 뺏으려고 하는 장면은 정말로 진실로 애도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알려주는 장면같아서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서 마음이 아렸다.

 

마지막으로 우리들의 두 여인의 책이 좋았던 점은 작품해설이 담겨져 있어 내가 생각하고 느낀점과 작가의 의도, 작품의 의도 등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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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 - 연필이 사각거리는 순간
정희재 지음 / 예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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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시대를 거슬러 연필을 쥔다.

- p.57



정희재 작가의 이름이 어디선가 낯이 익다고 생각했고, 예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책을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생각하며 멍하니 지하철에서 시간을 떼우곤 했다.

그런 그의 책을 다시금 떠올리며 책을 폈다.


학생때는 연필을 많이도 사용했는데, 요즘엔 일을 할때나, 집에서나 휴대폰에 입력을 하거나, 컴퓨터로 자료를 입력한다.

거기다 메모할 것이 있어도 잘 지워지는 연필보단 펜을 이용할 때가 많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집에서 묻어두었던 연필을 찾아 꺼내었고, 연필깍이가 없어 칼로 연필을 깎았다. 그리곤 낙서를 해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문구를 적어보기도 했다.

항상 컴퓨터에 기록하고 쓸 때와는 너무 다른 기분에 '연필테라피'라는 말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게 마음의 힐링을 얻었다.

 

한장 한장 책을 작가의 연필홀릭에 격한 공감을 보내게 되었다.



방안에 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음악처럼 흘러넘칠 것이다.


삭삭, 서걱서걱, 슥슥... 

-p.30



이미 옛것이 되어버린 '연필'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게 된다.

연필을 떠올리면 노트도 떠오르게되고, 연필로 꾸역꾸역 일기를 쓰던 때와, 학생때 라디오를 키고 문제집을 풀던 때도 떠오르게 된다. 연필 하나로 이렇게 수많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 바로 '다시 소중한 것들이 말을 건다'였다.

누구나 한번쯤은 써 본 적이 있기에 연필을 사용하지 않는 세대라도 좋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누구나 '난 앞으로 연필을 쓸테야'라고 다짐할것임을 알기에... ^^

거기다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거나 작가가 꿈인 사람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만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작가와 연필의 관계에 대해 정희재작가는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오랜시간동안 작가가 얼마나 연필을 좋아해왔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제1장의 65페이지에 소개된 크누트 함순작가의 '굶주림'이란 책이 소개되었다.

지독한 허기와 굶주림에 관한 이야기인데, 나는 이 책을 꼭 읽어야 겠다고 기록해놓았다.


내가 이 몽당연필을 굳이 되찾으려 했다고 해서 놀라서는 안 된다. 내게 이것은 너무도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내게는 한 사람의 인간과도 같다. 요컨대, 나는 연필의 선의를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그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그렇다, 그거다. 진정으로 그 추억을 간직할 것이다. 약속은 약속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이 연필은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하다.

- p. 68 [굶주림]

 


연필이 하찮은 대접을 받아야 할 정도의 쓸모없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필이 주는 쓰임에 대해 작가는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것은 연필로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적어보라는 것이었다. 연필로 쓰고 난 뒤에 더 우울해질수도 있지만, 어떠한 어려운 상황인지, 직접적으로 자신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75~82)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쓰고 나서 아무런 변화가 없어도 괜찮다.

적어도 무언가를 했다는 최소한의 후련함과 안도감만 있어도 괜찮다... 

-p. 82


연필이라는 작고 사소한것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크나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는 옛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우는 것보다 쓰기에 집중할 것.

완벽한 필기, 완벽 삶.

완벽한 자신이란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차릴것.


리셋이 아니라

리폼 정신으로 살아가기.

p.211


나는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후회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은연중에 회피하기도 하고 후회했다. 하지만 연필을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 지우는 것처럼 나도 인생이 어긋나더라도 포기하고 잊기보다는 리폼하는 정신으로 살아가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었다. 


최근 본 몇 안되는 에세이 중에서도 좋은 책이었고, 한페이지, 한페이지 읽는 것이 기대될 정도로 정희재 작가의 문장에 감탄도 하고,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치 어른들이 들려주시는 동화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지금이라도 주변에 굴러다니는 연필이 있다면, 공책에 낙서라도 끄적여 보면 좋겠다. 분명이 힐링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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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빨간 인문학 - 아는 만큼 건강해지는 성 청소년 지식수다 3
키라 버몬드 지음, 정용숙 옮김, 박현이 감수 / 내인생의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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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느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행됩니다.

- 책 머릿말 中-


10대 청소년의 불안전한 몸과 불안한 마음에 대한 지침서 같은 책이였다.

10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으며, 몸의 변화에서부터 마음의 변화까지 차례대로 꼬집는 책이다.

청소년의 빨간인문학이라고 하여 나는 좀더 개방적인(?) 이야기들을 기대했었다. 10대라고 하면 나는 방황이 가장 많은 시기인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생각했다. 10대 청소년들의 중심으로 性에 관한 진솔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것은 아닌가 하는 내 기준의 잣대를 가지고 책을 펼치니,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part 1) 내 몸이 변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몸을 지닌 소년,소녀들이 여자와 남자로 변하는 2차 성장기.

나는 그 이야기를 접하고나서 10대의 포괄적인 부분이 아닌 10대에 막 들어선 아이들의 성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학교에서도 흔히 성교육시간에 배웠을 이야기들이었고, 지금도 성교육을 책에서처럼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20대 중반인 나에게 성교육은 이 책에서 처럼 몸은 왜 변하는지, 남자와 여자는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10대에 들어서는 아이들에게는 유익한 정보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만, 10대에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맞춘 책이라고 하기엔, 책속에서의 단어구사, 어휘가 너무 고급스러워 내가 연령을 너무 낮게 잡은 것은 아닌지 또 한번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초등학교때에는 어떠했는지 기억을 더듬거려봤지만, 도무지 성에 대해 언제부터 인식되었는지 찾기란 쉽지 않더라;)


내 몸의 변화, 2차 성징 이후 컴플렉스, 내 몸을 사랑하는 방법,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청소년기 롤러코스터같은 감정들, 우울증이 왜 생기는지, 친구관계에 대해....


몸과 마음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청소년기에 갖게 되는 불안같은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를 알려주는 것은 읽으면서 나 역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part. 04 호르몬과 뇌가 내 감정을 조절한다고요?


첫번째로, 사춘기 청소년에게는 표정에서 감정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라는 것.

(두려운 표정을 '화난','혼란스러움','슬픈'표정과 혼동한다는 것.)

어른들과 달리 표정을 구별하기가 혼란스럽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에 청소년들 사이에 싸움이 잦은 것은 아마도 이러한 작용도 한몫하지 않을까 싶었다.

두번째로는, 사춘기의 뇌는 '보상'을 쫓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춘기의 뇌는 보상과 대면하면 충동을 억제하기가 힘든 것이라고 한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통제하는 역할인 전전두엽은 성장속도가 매우 느려서 통제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일부러가 아니고 아직 뇌가 성장중이라는 사실을)


그 외에도 좋은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아쉬운 부분을 2가지 꼽을 수가 있었다.

책의 독자층이 초등학교 5-6년에서 중학교1-2학년에 맞춰진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


part. 06 나도 저 애들과 놀고 싶어요


집단이란 어떻게 형성되는지, 왜 집단을 형성하게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친구들과의 마찰, 청소년의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집단에 대해, 따돌림, 왕따에 대해 말을 해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조금 어려운 내용들이라 과연 10대 청소년이 보았을때 공감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청소년기를 지나온 본인이 읽어도 거칠게 말하자면 무늬만 내용 같아서 방법이라는 것을 알지만 아쉬운 느낌이랄까.


집단을 형성하는 근본적이 이유와 이해에 대한 설명은 머리로는 이해해도 막상 몸으로 행동하기란 너무 어려운 것이니까 말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더욱 어렵지 않을까.


 (part. 10 성관계에 대해 알고싶어요)


갑자기 어른이 된 기분이 든 파트였다.

본인이 보수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성관계에 대해 이야기 할때에는 9개의 파트에 비해 너무 동떨어진 갑자기 성장한 이야기를 다룬 것 같아서 아쉬웠다. 너무 포괄적으로 10대에 대해 다 다뤄보려고 해서 그런건지...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 두가지를 제외한다면 만족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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