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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나츠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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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유달리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헤어나올 수 없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된 사계 나츠코 역시 얼마나 매력적인 책이었는지. 작가의 필체가 진짜 좋았다!

네 자매 중 둘째인 나츠코(여름)의 모습을 상상하며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나츠코는 이런 여인이에요.

까무잡잡한 피부에 거침없는 언행. 여름에 태어났다고 하여 나츠코라는 이름을 가졌고, 고등학교 때 농구부였으며, 청량음료 회사에서 남자들과 함께 경트럭을 몰고 다니며 상품을 배달하는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쓰는 일에 더 소질이 있는. 한 여름날의 무더위였다가 장마가 시작되었다가 종잡을 수 없는 여름날 같은 여인.


 

줄거리


 

병원에 입원중인 막내 동생(후유코)을 문병갔다가 후유코가 보고싶어하는 연극을 함께 보러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히 사진작가 나카가키 노보루를 만나 누드사진의 권유를 받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나츠코는 선택의 길에 놓이게 된다. 남자친구 다츠오의 아내로서의 삶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삶.

나츠코는 결국 다츠오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도쿄로 향한다. 그 곳에서 케이라는 여인을 만나 같이 누드사진을 찍게 되고, 결국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상경을 한다. 도쿄에서 상경 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드라마 대역도 하고, 신문잡지에 이름과 누드사진이 실려 결국 유명인사가 된어 예측불허의 삶을 살아간다.

 


 

인간이란 다 달라.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죽으면 되는 거야.(p.343)

사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유코의 담당 의사인 사와키 선생이 우울증도 유전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츠코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는데, 후유코 뿐만 아니라 나츠코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는 후유코와 드러나지 않고 속에서 차츰 차츰 쌓고 있는 나츠코 두 사람의 표현방식이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정신병원에서 금새 사라질 것처럼 보이는 후유코를 바라보며 나츠코의 마음에 변화가 일렁였던 것 같다.

그 변화에 박차를 가해 준 사람이 바로 누드사진을 원유한 나카가키 노보루인 셈이다.

(아마도 누드사진이라는 계기가 없었더라면 나츠코가 후유코보다 먼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던...)


그리고 나츠코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케이.

사계 나츠코에서 나츠코와 동급으로 좋았던 인물이다.

초반에 나츠코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며 다츠오에게 말을 하는 대목이 있는데, 다츠오는 그런 나츠코를 언제까지 어린이로 남을 수 없다며 다그친다. 나츠코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어른인 척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런 나츠코에게 진짜 어른이 바로 케이일 것이다.   



문득 다츠오가 생각났다. 그를 떠나 도쿄로 올라온 이유 중의 하나는 어쩌면 그의 어린애 같은 부분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어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어린애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면서 나름대로 현실적인 생활을 설계하고 있지만, 그런 면도 역시 어딘가 어린애 같은 느낌을 풍겼다. 딱히 사회적인 지위나 경제적인 독립만으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데.  (p.185)


나카가키 노보루에 대해서도 나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오히려 케이 쪽이 훨씬 더 나 자신의 젊음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 (p.186) 


케이는 옛날에 호스티스로 일을 하며,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여인이다. 예전에 갖고 싶은 것들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졌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것들만 필요로 하며 살고 있는 그녀다. 나츠코가 겪고 있는 그 모든 시간들을 이미 겪어 온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과 함께 동행한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면 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 (p.227)


사계시리즈의 첫번째인 나츠코 이야기였습니다.

22살의 괴상한 나츠코를 빌어 작가는 삶에 대해서 물었다.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삶에 책임지고 살아가야 하는 지.


쓰다보니 나츠코보다는 케이의 이야기에 많이 집중되었는데, 책을 읽으면 케이보다 나츠코에 대해 더 많이 나온다. 하지만 케이의 인상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까 자꾸 케이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는 것!


나츠코를 제외한 모란꽃처럼 아름다운 첫째 하루코,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지 모르지만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셋째 아키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막내 후유코. 세 사람으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그 중에서도 후유코와 아키코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특히 아키코는 단 두장면을 제외하곤 정확히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꼭 유명해 지고 싶어요."

나는 케이를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엄청나게 유명해져서 돈 많이 벌고,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요. 그 다음은 그저 죽는 것뿐이겠지요?"

"그렇겠지."

케이는 침착한 목소리로 응했다.

"그때까지 잠깐 동안의 시간을 한여름 빛처럼 환하게 사는 거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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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터의 고뇌 꿈결 클래식 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민수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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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알려진 동일 작품이다. 재판되는 경우가 많지만 왜 제목까지 바뀌었는지 생각해볼 문제였다. 그 이유는 옮긴이(박민수)의 해설에서 볼 수가 있었는데, 원제인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에서 werther의 발음이 베르테르보다는 베르터에 더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Leiden이라는 단어 역시 슬픔이라는 뜻보다는 슬픔의 감정도 포함하는 고뇌나 번민의 상태를 뜻한다고 한다.

* 우리나라에 베르테르란 표기가 장착된 데는 아마도 이 작품이 최초로 들어올 때 일역본으로 소개되었다는 점이 형향을 미쳤을 것이다.(p.257)

그래서 한국 독문학계에서 오랫동안 제목에 대해 오랫동안 지적이 있었고, 이제야 원제의 뜻을 그대로 이어받은 책이 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책이 처음 쓰여졌던 그 시대에는 서간체 소설이 유행이었고, 이 소설 역시 서간체 소설로 쓰여진 작품이다.

헌데, 당시의 서간체 소설은 여성중심으로 쓰여진, 여러인물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형식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최초의 남성이 주체가된 베르터가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로만 구성된 - 그 시대를 생각하면 창의성이 돋보이는 - 소설이다. 

* 서간체 소설: 편지 형식을 빌려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번역된 당시에도 워낙 유명한 소설이었지만 읽지는 못해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처음 읽을때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뒤에는 왜 이제야 읽었나 싶을 정도로 베르터에 몰입해 있었다.

(괴테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이야기를 단 4주만에 쓰여졌다는 사실이 실로 천재적인 작가!!)


사실 서간체 소설을 읽은 게 이 작품이 유일하다고 할 정도여서 얼마나 신선했는지 모른다. 읽으면서 이상작가의 '날개'라는 소설과 트레이시 슈발리에 작가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생각했다.

단지, 한국 문학을 새롭게 보게 된 소설이 이상작가의 날개라는 소설이었고, 날개라는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의 놀라운 기분이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읽었을 때와 똑같은 기분때문인 것 같다.

슈발리에 작가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품을 떠올린 건 이루어지지 못하는 사랑, 두 작품에서 사랑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서로 닿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비극적인 엔딩.

포괄적인 내용만 보니 소설은 어느 작품에서나 존재하는 거 같은데...  


[줄거리 소개]


소설 속 베르터는 화가다. 예술가의 감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그는 자기 주장이 강하고, 타협할 줄도 모르고, 간간히 숨어 있는 광기도 가지고 있다. 부정적이면서도 유리알 같은 심장을 지닌 베르터가 약혼자가 있는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종착역이 있는 열차를 탄 셈인데 결과는 불보도 뻔하다. 종착역으로 향하는 열차를 세우거나 종착역에 도착하거나.

열차에 올라탄 베르터의 삶은 두 가지로 나뉜다.

로테를 만나기 전과 만나고 난 후. 그녀를 만나기 이전에는 자연을 사랑하지만 인간을 사랑한다기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로테를 만나고 난 뒤에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구분을 짓는 것이 없을 정도로 그저 눈에 닿는 것, 눈에 보이는 것들을 사랑한다. 사랑하면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게 보인다는 말이 바로 베르터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런 베르터에게 알베르트라는 로테의 약혼자가 귀환하고나서부터는 그의 삶에 고통이 찾아온 것이다.


 

7월 30일


알베르트가 돌아왔네. 나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야. 그는 너무나 훌륭하고 고귀한 사람, 모든 점에서 나보다 우월하단 걸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렇다 해도 여러모로 완벽한 로테를 그가 소유하고 있음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 견딜 수 없는 일일세. 소유라, 무든 말이 더 필요하겠나!(p.76)




하지만 알베르트는 그가 인정할 정도로 좋은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친구가 된다. 사실 로테만 아니었다면 라이벌 같은 친구로 서로에게 좋은 관계가 되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쨋든 결과야 뻔한 친구관계는 점점 뒤틀린다. 모든 것을 본받을 만한 좋은 성품을 가진 인간을 존경하지만, 동시에 질투도 가졌을 것이다. 자신보다 훨씬 나은 존재이며, 거기다 로테의 사랑까지 받는 존재. 결국 베르터는 알베르트와 로테를 떠날 결심을 한다.


그들을 떠나 귀족 사회에 공사로서 일을 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그 곳에서 베르터는 더욱 힘이 들 뿐이다. 귀족사회의 뒤틀린 세계 안에서 베르터는 적응도 하지 못하는데, 자기만의 세계가 강하고, 자존감도 강한 그가 귀족 사회에 적응하기란 당연히 어려운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나마 마음이 맞는 백작을 알게 되기도 하고, 로테와 닮은 여인도 만나게 되지만 결론적으로는 그 곳을 떠나 결국은 로테가 있는 그 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로테가 있는 고향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는 알베르트와 로테가 이미 부부가 된 뒤였다.)이미 부부가 된 알베르트와 로테를 보며 한없이 절망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 것이다.


10월 27일 저녁

나는 이토록 가진 게 많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군. 나는 이토록 가진 게 많지만, 그녀가 없다면 모든 것이 소용없군.(p.164) 



로테를 볼 때는 살고 싶다가도 그녀가 내 손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베르터는 죽음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생각에 불씨를 집힌 사건을 만나게 된다. 미망인을 사랑한 하인이 있었는데, 그 하인이 자신이 사랑한 미망인을 죽인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전해 들은 베르터는 그 하인의 입장이 되고 만다. 법무관과 알베르트 앞에서 그 하인을 변호하려고 애를 쓰지만 관철된다. 통용될 수 없는 그 사실에 다시 한번 베르터는 좌절하고 만다.


불행한 사람이여, 그대를 구제할 방도는 없다네! 우리에게 구원받을 길이 없다는 사실은 나도 잘 알고 있네.

(p.188)



그 후 베르터는 죽고싶은 욕망에 박차를 가하듯 로테에게서 만남을 자중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 말이 아마도 삶의 마지막 희망이 아니었을까. 결국 자신이 죽기로 마음을 먹은 베르터는 실행에 옮긴다.

알베르트에게 여행을 빌미로 총을 빌리고, 마지막을 준비하려는데, 그 총을 하인에게 건네준 사람이 바로 로테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로테의 손을 거쳐 온 그 총을 바라보며 베르터는 그마저도 행복해 한다.



이 권총은 당신의 손을 거쳐 제게 왔습니다. 당신이 직접 먼지도 털어 주었구요. 저는 권총에 수없이 입을 맞춥니다. 당신의 손길이 닿은 것이니까요! 하늘의 정령이신 당신이 제 결심을 다져 주는군요! 로테, 당신의 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 도구를 당신이 내주다니! 아아, 기꺼이 받겠습니다. (p.234)



초판본에서는 편집자입장의 부분이 소량이라고 하지만, 개작판에서는 편집자의 입장이 꽤 상당부분 고쳤다고 들었다. 편집자입장의 부분의 상당내용이 베르터가 죽음을 맞이하는 그 과정의 순간을 그린 이야기였다. 마지막 로테를 만나고, 권총을 손에 쥐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베르터의 고통을 몇배나 더 알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보면서 내내 베르터에게 이입되어 베르터가 되어 자살까지 상상했다.


당시 이 책을 보고 베르터의 복장과 모방자살을 낳았는데, 그 파급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오늘날에 유명인의 자실을 모방하는 경우 이를 가리켜 베르터효과(베르테르효과)라고 한다.


결국 베르터는 권총으로 자살을 하며 종착역에 도착한다. 마지막까지도 시종일관 로테에 대한 베르터의 사랑에 있어서는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베르터가 그녀를 사랑하는 숫한 표현들, 감정들이 섬세하게 잘 나열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고전소설에서의 과장된 표현들이 꺼려했다. 조금 과장된 그 표현들이 읽기 버거웠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표현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7월 19일


그녀를 만나야지! 아침에 깨어나 밝은 마음으로 찬란한 태양을 바라볼 때면 나는 그렇게 외친다네. 그녀를 만나야지! 온종일 내가 품고 있는 소망은 그것뿐이라네. 이 소망이 다른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 하더라도.




베르터는 로테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사실보다는 로테가 다른 사람의 아내라는 사실에 더 힘든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알베르트와 결혼하기 전에도 불안정했지만, 알베르트와의 결혼 후에 보고만 있어도 죄의식이라는 것이 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친구여, 이 세상에는 양자택일로 결정되는 일이 극히 드물다네. 매부리코와 넓적코 사이에 수많은 단계가 있듯, 인간의 감정과 행동 방식에도 미묘한 다양성이 존재하지.(p.80)



베르터의 말처럼 양자택일로 결정되는 일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에 있어서도 사랑하거나 사랑을 하지 않거나. 그것이 가능하다면 베르터가 자살까지 선택하지 않고 다른 여인을 만나 사랑하며 살아갔을 지도 모른다. 사랑, 그 사이에서도 우정보다 먼 사랑보다는 가까운 관계, 썸타는 관계, 어정관리, 정, 등등 수많은 단계가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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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2
리처드 바크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2015년 첫 게시물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입니다.

심심할때마다, 자주 자주 들쳐보는 책 중 하나인데, 매번 읽을 때마다 반성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요 ㅠㅠ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진정한 조나단 시걸에게


 

갈매기인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먹기 위해서 나는 것이 아닌 새로서 더 높이, 더 빨리 날고싶어 하지만, 대부분의 갈매기들이 조나단을 한심한 갈매기로 보고 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겨울철이 올것이다. 그러면 고기잡이하는 배도 거의 없어지고 얕게 놀던 물고기도 점점 물 속 깊이 헤엄치게 된다. 만일 네가 꼭 배워야만 한다면 먼저 먹이를 구하는 것부터 배우는 게 어떻겠니?

물론 네가 하고 싶은 비행술을 익히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창공을 비행하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 수가 없잖아...

네가 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알겠지?"

 


조나단은 다른 갈매기처럼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질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굶주리더라도 창공을 날기로 마음먹으며 실패를 하면서도 꾸준히 연습한 결과 새로운 비행법을 터득하는 데 성공하고야 만다.

그 순간 무지에서부터 벗어사 스스로 지적이고 우수한 재능을 소유한 생물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지만,

모든 갈매기들은 존엄과 전통을 거역한 조나단에 대한 불명예로 추방당하게 된다.



" 형제들이여! 산다는 것의 의미와 생활에 대해서 더 숭고한 목적을 찾고 갈구하는 갈매기보다 더 책임있는 갈매기가 과연 누구란 말입니까? 우리는 수천 년동안이나 물고기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살아가야 할 목적을 갖게 된 것입니다. 배우고, 발견하고, 그래서 좀더 자유롭게 되어야 할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에게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그래서 내가 밝션한 모든 것을 여러분들 앞에서 보여 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형제의 인연은 이미 끊어졌다."



조나단은 무리에서 쫓겨났다. 그날부터 쭉 혼자서 보내게 되었지만 여전히 비행만은 잊지 않고 매일 매일 꾸준히 연습해나갔다. 다른 갈매기들이 안개와 비 때문에 먹이를 구하지 못할 때에도 바다 위에 짙은 안개를 뚫고 안개의 꼭대기를 벗어나 눈부시도록 해맑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인의 우리들은 주변의 반대에, 주변의 시선에 쉽게 꺾이고, 포기하는 상황으로 연결되지만, 책 속 조나단은 추방되면서까지도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며 꿋꿋하게 해쳐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알아줄 날이 올거라고 말이다!


그에 보답하듯 조나단에게도 어느날 하늘을 높이 나는 자신과 비슷한 갈매기들을 만나게 된다.


"조나단! 너는 반드시 지금보다 더 훌륭하게 날 수가 있어. 너는 지금까지 많이 배워 왔으니까. 한 가지 과정이 끝나고 이제 새로운 과정을 시작할 때가 온 거야."



조나단은 두 갈매기와 함께 떠나고 그 곳에서 자신과 같은 갈매기들을 만나게 된다. 치앙이라는 원로갈매기는 그들중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올라 있었고, 조나단은 치앙 덕분에 더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수록 조나단은 예전 자신이 떠나온 무리가 떠올랐다. 혹시나 자신과 같은 처지의 갈매기가 있는 건 아닐까, 자꾸만 그 곳으로 돌아가 자신이 배운 모든 것들을 알려주고 싶어했다.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간 조나단은 그 곳에서 플레처 린드라는 갈매기를 만나게 된다. 스승으로서 플레처를 자신이 배웠던 것을 알려주고, 어느덧 플레처가 스승이 되어도 된다고 생각했을 때, 조나단은 다시 떠나려고 한다.

 

 

"내가 이끌어 가고 있다고요? 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에요? 여기서 가르쳐야 할 분은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은 떠날 수 없어요!"

 

"떠날 수 없다고? 너는 다른 갈매기들, 또 다른 많은 플레처 린드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할 수 없겠니? 이미 너는 또 다른 빛을 찾아서 날기 시작하는 갈매기들의 희망이고 스승이란 것을 생각할 수 없는가 말이다. 그들이 자기를 가르쳐 줄 스승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는 말이니?"

 

 

그렇게 조나단은 제1의 플레처를 떠나 제2의, 제3의 플리처를 찾아 떠난다.

 

 

"조나단 끊임없이 남에게 사랑을 베풀어라. "

이것이 원로 갈매기 치앙이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그 말을 예전에는 그다지 잘 몰랐던 말이다. 헌데, 갈매기의 꿈을 보면서 살면서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때때로 멀리 보지 못한다. 지금 손에 쥔 것,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아등바등 할때가 있어서 멀리까지 내다보지 못한다. 아직 나는 높이 날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조나단처럼 외롭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까지 자신의 생각을 관찰할려 들지도 않았고, 플리처처럼 무언가 열심히 배우려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조나단처럼 조건없이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본 적은 언제인지...

 

 

 

2015년 많고 많은 자기계발서적, 에세이들도 좋지만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는 것은 어떨지,,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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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성년 -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작가들의 청소년 희곡집
김나정 외 지음 / 이음스토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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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의 말

우리가 아직도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미성년/비성년)같고 딱히 잘난 것도 없는 사람들(B급) 인 것 같아서 'B성년'이라고 지었다.

 

 

1. 방과 후 앨리스

2. 바람직한 청소년

3. 美성년으로 간다

4. 복도에서

5. 개천의 용간지

6. 한번만 좀 때려볼 수 있다면

 

 

오랜만에 읽은 희곡집인데, 정말 청소년을 위한 희곡집 답다고 생각했다.  

6명의 작가를 알게 되었고, 희곡집 특유의 문제를 콕 찝으면서도 캐릭터를 살리는 유머러스함에 상큼한 기분이다. 별 다섯개를 줄만큼 아깝지 않은 책이었고, 각각의 6개의 이야기를 세세하게 소개해주고 싶지만 재미를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청소년들의 문제는 청소년이 직접 해결하자는 취지에서 고현과 남열이 만든 '방과 후 앨리스'

교우관계, 가족관계, 연애 등 예의치 않은 문제를 들고 나타나는 의뢰인과 사건에 두 사람은 머리를 쥐어짜내어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과정은 코미디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 자체가 코미디 적이진 않다. 또한, 언제나 어른의 말처럼 답이 있고, 해결을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간혹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문제를 자신들의 시각으로 보고, 문제와 해결점을 제시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공감할 수 있는 것인가?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어른들이 해결할 수 있으며, 극복할 수 있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청소년들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그 시기를 지나쳐 온 어른이기 때문에, 자신의 입장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 '요즘 청소년들~'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을 볼때면 나 역시도 옛날과 요즘 청소년들이 많이 달라졌는지, 요즘의 기준은 어디까지인지가 궁금하고, 또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 질때가 있다. 그말을 딱! 방과후 앨리스가 말하고 있다.   

 

 

비행청소년 현신과 게이청소년 이레에 대한 '바람직한 청소년'

이레는 상위0.3%에 드는 공부 1등의 수제다. 지각도 한번 한 적이 없었지만, 이레는 남자를 좋아한다.

어느날, 지훈과의 키스사진이 떠돌고 범인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인물.  

출석일수도 좋지 않고, 싸움과 삥뜯는건 기본인 현신은 전형적인 비행청소년이다. 

어느날, 이레에게서 자신의 키스사진을 찍은 범인을 찾아주는 인물.

그들과 함께 등장하는 극중 어른들 역시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청소년이 되길 바하지만, 정작 어른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는다.

제목에 경의를 표하며 박수를 친 작품. 바람직한 청소년이란 어떤 청소년일까?

공부도 잘하고, 교우관계도 좋고, 아무런 문제없이 무탈하게 자라는 청소년. 그게 과연 바람직한 청소년일까?

청소년이란 당연히 방황의 표본이라고 생각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방황을 하는데, 청소년은 오죽할까.

개개인이 다른사람인데 각각의 행동이 다르고, 서로의 문제가 다른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친구와의 바라보는 관점, 의견, 시각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팬픽을 쓰는 공상적인 여고생 시은과 틱장애를 가진 가출 소년 33세 설주의 이야기 '美성년으로 간다'

성년이 된다고 해서 상처받던 일들이 상처받지 않을 수 없고, 갑자기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 실수는 물론이고, 용서를 구하기도 한다.

나 역시 성인이 되었지만 매번 실수하고 사과하고 ... 아프기도 하고... 그렇다.

어른도 이렇게 힘든데, 청소년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겠지. 

 

 

분명 친한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 서로가 멀어지건 왜일까?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에 대한  ' 복도에서 '

분명 친했는데, 어느순간 친하지 않게 되는 걸까? 어느순간 돌아보니 멀어져 있었고, 또 다른 친구가 생겼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청소년기에 흔히 있는 일이었다.

복도에서는 이해할 듯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다. 

옛날 친했던 친구를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칠때, 그 오묘한 기류가 생각나기도 하는... 

 

 

대기업에서 정리해고 당한 아버지들과, 그들을 토대로 연극을 꾸려나가려 하는 청소년들의 대한 ' 개천의 용간지 '

어른들의 문제가 비단 어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른들의 문제의 여파는 청소년들에게도 전달이 되고, 청소년들 나름의 생각을 거친다.

파업의 중심에 있던 아이와 파업과 상관없는 아이로 나뉘어져 다투고 싸우지만 청소년이란 해야할일도, 하고싶은 일도 많다.

요새는 공부,공부,공부라는 말을 하느라 공부만을 하는 아이들이 많은거 같지만, 청소년기때만큼 자유롭고 하고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어느새 대학생, 사회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물리적인 여건에 따라 선택해야 할 때도 오니까. 더더욱 나이가 든다면 두려움에 못할지도.

 

 

 

동효와 중길, 중길과 정길, 정길과 승구, 항석과 대웅.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에 대한 ' 한번만 좀 때려볼 수 있다면 '

삥을 뜯기는 아이가 있다면, !삥을 뜯는 아이가 있고, 빚쟁이가 있다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있다.

친구들 사이에서든, 어디서든 알게 모르게 주종관계가 맺혀 있다는 것을 나도 느낄때가 있다.

그리고 대게 나보다 강한 사람에게 '주'가 되는게 아닌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주'가 되는 현실.

 

 

청소년 희곡집을 만들게 된 계기가 우리나라 청소년 희곡집이 없어서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청소년들이 시나리오로 연극하기 좋도록 연극의 배치도도 그려져 있고, 활용방법이나 중간에 내용을 추가해도 좋다는 상냥한 멘트까지 적혀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연극도 보았고 해서 연극의 무대를 상상하면서 즐겼다.

6가지 이야기 모두 연극으로 상영한다면 직접 볼 의향 100%다.ㅎㅎㅎㅎㅎ

그 중에서도 개천의 용간지는 청소년 아이들과 청소년아이들의 연극무대(극중 어른들)을 교차시키며 연극하면 진짜 재미있을거 같다 ㅋㅋ 연극속의 연극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듯! 감성적인게 주 무대였던, 방과후 앨리스나 바람직한 청소년도 기대된다.  

 

 

 

 

   

고현   (전문가흉내) 요즘 청소년들의 자기 중심적 사고가 문젭니다. 지들 멋대로 하려고 드는 것이 문제죠.

남열   (전문가 흉내) 아니죠, 요즘 청소년은 자아가 없어요. 남의 눈치만 보고 또래 집단이나 유행을 무작정 따릅니다.

고현   아니라니까요. 요즘 청소년들은 자기 밖에 몰라요.

남열   요즘 청소년들은 자기들 생각이란 게 없어요.

고현    요즘 청소년들은 미성숙해요. 몸만 컸지 아깁니다. 참을 성도 없어요.

남열   요즘 청소년들은 겉늙었어요, 순수함을 잃어버렸습니다. 청소년다운 패기가 없어요.

고현    어쩌라고?

남열   어쩌자고?​

 

- 바람직한 앨리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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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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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6편의 기묘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이야기들이 마치 현실에서 있을 법하게 추억을 회상하는 방법이나, 어른들이 아이에게 들려주는 동화형식으로 되어 있어 몰입할 수 있었다.

나는 이런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인데, 현실과 어우러지게 그린 책을 보면,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날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 꽃밥

 

밥은 하얀 철쭉꽃이고, 그 한가운데에는 돌돌 만 빨간 철쭉꽃이 꽂혀 있었다.

반찬은 고원에 피어 있는 갖가지 꽃과 잎사귀로 꾸며져 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면서 흔히 만드는 도시락이었다.

 

 

첫번째 이야기는 전생을 기억하는 후미코의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후미코. 자신이 '시게타 기요미'라고 소개하며, 전생의 자신이 살던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오빠인 도시키는 절대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게타 기요미가 살던 동네로 후미코를 데려가고, 그 곳에서 자신의 딸이 죽을때 튀김을 먹고 있었다는 이유로 십년째 음식을 먹지 않고 있는 시게타 기요미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죽지 않을 정도의 물과 우유만을 섭취하고 있었는데, 그 마저도 딸인 시게타 기요미의 무덤을 위해서다.

결국, 그 모습을 알게된 후미코가 할 수 있는 일은 시게타 기요미일때 자주 만들었던 꽃밥을 전해주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후미코 본인이 아닌 도시키를 통해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결국은 시게타 기요미의 가족과 후미코가 만나게 되고, 가족들은 단 한번에 기요미라는 것을 알아본다.

 

이 이야기에서 시게타 기요미와 후미코가 동시대에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랐다.

꼭 환생이라는 것이 전혀 다른 세대에서 살다온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고난 뒤에 바로 환생할지 누가 알까,

아무튼, 초반에는 전생을 추억하며 자꾸도망가려고 하는 후미코가 미웠는데, 막상 사건의 면모를 알게 되니 안타까웠다.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도시키는 아등바등 자신의 동생을 지키려고 하는 행동도 눈물이 찔끔.... 나더라..  

전생이나 현세나 가족의 주축으로 일어난 내용이라 기묘하면서도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았으면....한다. 슬프니까 ㅠㅠ  

 

"손대지 마세요!"

나는 노인과 후미코 사이로 파고들었다. 거의 내 정신이 아니었다.

"얘 이름은 후미코라고요! 내 동생이에요. 당신네들과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나는  있는 힘껏 후미코를 껴안았다.

오빠란 이 세상에서 가장 손해가 큰 역할이다. 언제 어디서든 동생을 지켜줘야 한다.

P.59

 

 

두번쨰 이야기, 도까비의 밤

 

지금 생각하면, 꿈이었언 것 같기도 하다.

어른이 된 마음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기억을 부정하면서 상식과 아귀를 맞추려 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이야기인 도까비의 밤은 도깨비가 된 한국인 '정우'를 본 유키오의 이야기다.

가장 정감가는 이야기였는데, 옜날에 TV로 반영된 '은비까비의 옛날 옛적에'라는 만화가 떠오를 정도였다.

 

일본인들 가운데 한국인인 정우네는 은연중 마을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정우는 몸이 약해서 학교도 다닐 수 없어서 언제나 혼자였는데, 그런 정우에게 어느날 친구가 생겼다.

그 아이가 바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유키오다. 하지만, 주변의 시선탓에 결국 유키오 역시 정우와 거리를 두게 되고, 찰나에 정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사건은 그때부터 진행된다. 정우가 죽고 난 후 마을에서 기이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른 새벽 책가방을 매고 학교를 가는 아이를 보는가 하면, 옥상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유령이 지붕위를 떠돌아 다는 등등의 일들이다.

마을사람들은 그 귀신의 정체가 '정우'라고 이야기하고, 정말로, 유키오는 어느날 밤 정우를 보게 된다. 생전에 좋아했던 장난감을 같이 가지고 놀기도 하고, 지붕위로 날라다니는 정우를 보기도 했다.

 

 

도깨비는 우리나라에서도 워낙 이야기거리가 많아서 재미있었다.

살아생전 내내 누워야만 했었던 정우가 귀신이 되어 마을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했었다.

얼마나 자유로울까, 책에서 역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어서 더 즐겼다.

다만, 귀신이 된 정우를 무서워하는 마을사람들이나, 정우를 쫓아내기 위해 가족들이 한 행동을 보며, 타향살이라는게 이렇게 힘든거구나라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날 밤, 도까비를 봤다.

그것은 빼곡하게 들어찬 지붕에서 지붕으로, 마치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듯이 가볍게 날아다녔다.

한 귀퉁이가 일그러진 달 아래, 휙 휙 하고 기묘하지만 흥겨운 소리를 내면서.

-P.65

 

 

세번째 이야기, 요정샘물.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나는 그 생물의 감촉이 그리워 견딜 수가 없다.

어린 날 느꼈던 감미로움이 몸서리가 쳐지도록 그립다.

 

 

어느날, 세쓰코는 낯선 사람에게서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요정샘물을 사게 된다.

요정을 키우기 위해서는 사흘에 한번씩 물을 갈아줘야 하고, 물에서 티스푼 절반 정도의 설탕이 먹이로 줘야 한다. 단, 절대로 병의 크기를 늘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병의 크기에 따라 커지기 때문이다.

세쓰코는 요정샘물을 손이나 허벅지에 얹을 때의 기괴한 느낌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날, 공장을 운영하는 세쓰코 아버지의 회사에 다이스케라는 사람이 오게 된다. 

다이스케가 마음에 들었던 세쓰코는 요정샘물을 보여주게 되고, 다이스케의 말에 요정샘물을 큰 병에 넣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스케와 눈이 맞아 어머니가 집을 나가게 된다. 그 결정적인 순간을 세쓰코는 마주치게 되었다. 그 날 이후 세쓰코는 요정샘물에게서 불길함을 느끼고, 강가에 버린다. 내용은 그것이 전부다.

 

6편의 이야기중 가장 기괴하다고 느꼈다. 기괴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과 동시에 가슴을 씁쓸하게 만들었다.

불행해진 세쓰코를 보며 말이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모든 것이 불행해진 세쓰코와, 과연 요정은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이건 키우는 집에 행운을 가져다주는 생물이야."

그날, 고가 밑에서 남자는 그런 말을 했다. 나는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말대로 요정 생물은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다만 엄마에게 만이다. 그리고 엄마의 행운은 나를 포함한 우리 식구에게는 불행이었다.

 

세상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고루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은 존재하지 안흔ㄴ다. 눅누가의 행복 뒤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불행이 있다.

행복이란 대개가 어딘가 뒤틀려 있다.    

P.162

 

 

네번째 이야기, 참 묘한 세상

 

보다 못한 아빠와 남자 친척들ㅇ까지 들러붙어 영구차에 밀었다.

열다섯 명쯤 되는 남자들이 힘주어 미는데도 타이어는 꿈뻑하지 않았다. 정말 묘한 일이었다.

 

 

어느날, 삼촌이 돌아가셨다. 화장을 하러 가는 길에 버스가 멈춰선다. 움직이지 않게 된 것이다.

아키라는 삼촌이 살아생전 바람을 피웠다. 버스가 움직이지 않는 것이 부인이 아닌 첩인 그녀, '가오루'를 만나고 싶어서라고 생각하고 그녀의 존재를 알린다.

아키라의 아빠가 가오루를 부르고, 그녀의 인사를 받은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얼마 못가 또 다시 멈춰선다.

그때, 아키라의 동생이 말한다. 야오이언니를 만나고 싶은 거라고.

야오이가 오고 나서야 자동차가 움직여 무사히 장례식을 치룰 수 있게 된다.

 

참으로 심플하면서도 있을법한 이야기다. 거기다 좀 웃기다 ㅋㅋ

미련 있는 사람은 저승으로 못간다는 말처럼 이 이야기가 딱 그 이야기였다.

세 여자와 바람을 피우고, 세 여자를 만나기 위해 버스까지 멈춰세운.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본 아키라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참으로 기묘한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다만, 삼촌이란 사람이 됨됨이가 좋진 않은거 같다. ㅋㅋ

 

"아키라, 인생은 다코야키야."

대체 무슨소리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대답하는 대신 아키라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세상 참 묘하단 말이야."

P.211

 

 

다섯번째 이야기, 오쿠린바

 

오쿠린바. 그것이 일본 말인지조차 나는 몰랐어요.

대체 어떤 한자를 쓰고 그렇게 읽는 것일까.

그 시절에 구멍가게에서 '우유바'란 아이스캔디를 팔았기 때문에 그런 유인가 하는 생각도 했죠.

 

 

죽어가는 사람을 평온한 죽음으로 인도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집안 대대로 죽음앞에 다가온 사람에게 주문을 걸어 그 사람을 죽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원래는 집안 사람만 가능했지만, 주인공인 미사코가 아주머니의 마음에 든 것이다. 그 후 아주머니를 따라 오쿠린바에 대한 일을 알게 되고, 시간이 흘러 아주머니가 돌아가신다. 그 후 미사코는 주문을 알고는 있지만 그 일을 이어가진 않으며 이야기는 끝난다.

 

사람의 생과 사의 마지막을 끊어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재미있기도 했고, 이 이야기 역시 어디선가 그런 사람이 존재할 것만 같았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실제로 저런 사람이 있으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죽음을 사람이 결정지어도 되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다섯번째의 이야기를 보면서 슈카와 미나토 작가의 필력에 놀란다. 얼마나 생생하게 느낌을 표현하는지 읽는 내내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기다 과거를 회상하며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그립기도 하고, 그런 기묘한 이야기는 누구나 가슴속에 하나 둘 간직하고 있을 법하게 느껴진다.

 

"실은 말이다, 세상에는 갖가지 많은 주문이 있단다. 비를 내리게 하는 주문, 불을 붙이는 주문, 물을 끓게 하는 주문. 말의 힘을 빌리지 못하는 게 없어."

 

"하지만 요즘은 세상이 편리해져서, 주문이 거의 잊혀 버렸지. 그야 그럴 수밖에.

불을 붙이고 싶으면 성냥을 그으면 되고, 물을 끓이고 싶으면 주전자를 불에 올려놓으면 되고, 주문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손만 조금 놀리면 되니까 말이다.

뭐 비를 내리게 하는 것은 힘들지만."

P.238

  

혹시 모르지. 옛날 옛적에 주문을 통해 살아간 사람이 있을지?

 

 

마지막 이야기, 얼음 나비.

 

"앗, 나비다."

나는 간신히 그것이 나비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 겨울까지 살아있는 얼음 나비였다.

 

 

주인공 미치오는 혼자다. 외로운 소년이었다. 천대받는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미치오는 말한다.

미치오에게 친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되면 모두가 떠나버린다.

그런 미치오는 하릴없이 떠돌아다니는 게 전부였고, 묘지 안에서 미와라는 열여덟살난 미와누나를 만나게 된다.

그 날 이후 매주 수요일은 미치오가 마음 터넣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학교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간식도 먹고...

단 두달 남짓 뿐이었지만, 짧은 만남속에서도 기억되는 사람이 있듯, 미치오에게 미와가 그런 사람이었다.

동생의 치료를 위해 많은 빚을 졌고, 그 빚을 갚기 위해 머나먼 남쪽에서 미치오가 있는 곳으로 왔다는 미와는 동생이 죽고 난 후 더이상 미치오 앞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

 

처음부터 암울한 내용이 역시나 암울했다.

외로웠던 미치오에게 미와는 더 없이 좋은 누나였을 것이고, 미와에게 미치오 역시 동생을 떠올렸을 것이다.

기이하다고 하기는 뭔가, 부족한 감이 있지만, 처음 이목을 끈 철교인간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그 철교인간이 그다지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땐 재미있었다.

 

도까비의 밤, 참 묘한세상이 코믹스런 매력이 있었고,

꽃밥과 오쿠린바가 현실에 있을법한 이야기로 기이했고,

요정샘물, 얼음나비는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까운 현실이야기 같았다.

 

은비까비의 옛날옛적에라는 TV만화를 떠올르게 하는 향수마저 갖고 있었기에 추천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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