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 나츠코 사계 시리즈
이츠키 히로유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지식여행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유달리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헤어나올 수 없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다. 이번에 읽게된 사계 나츠코 역시 얼마나 매력적인 책이었는지. 작가의 필체가 진짜 좋았다!

네 자매 중 둘째인 나츠코(여름)의 모습을 상상하며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나츠코는 이런 여인이에요.

까무잡잡한 피부에 거침없는 언행. 여름에 태어났다고 하여 나츠코라는 이름을 가졌고, 고등학교 때 농구부였으며, 청량음료 회사에서 남자들과 함께 경트럭을 몰고 다니며 상품을 배달하는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쓰는 일에 더 소질이 있는. 한 여름날의 무더위였다가 장마가 시작되었다가 종잡을 수 없는 여름날 같은 여인.


 

줄거리


 

병원에 입원중인 막내 동생(후유코)을 문병갔다가 후유코가 보고싶어하는 연극을 함께 보러 가게 된다. 그 곳에서 우연히 사진작가 나카가키 노보루를 만나 누드사진의 권유를 받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나츠코는 선택의 길에 놓이게 된다. 남자친구 다츠오의 아내로서의 삶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삶.

나츠코는 결국 다츠오의 프로포즈를 거절하고 도쿄로 향한다. 그 곳에서 케이라는 여인을 만나 같이 누드사진을 찍게 되고, 결국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상경을 한다. 도쿄에서 상경 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드라마 대역도 하고, 신문잡지에 이름과 누드사진이 실려 결국 유명인사가 된어 예측불허의 삶을 살아간다.

 


 

인간이란 다 달라.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죽으면 되는 거야.(p.343)

사실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유코의 담당 의사인 사와키 선생이 우울증도 유전일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츠코는 이상한 기분을 느낀다. 처음 읽을 때는 몰랐는데, 후유코 뿐만 아니라 나츠코 역시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했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는 후유코와 드러나지 않고 속에서 차츰 차츰 쌓고 있는 나츠코 두 사람의 표현방식이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정신병원에서 금새 사라질 것처럼 보이는 후유코를 바라보며 나츠코의 마음에 변화가 일렁였던 것 같다.

그 변화에 박차를 가해 준 사람이 바로 누드사진을 원유한 나카가키 노보루인 셈이다.

(아마도 누드사진이라는 계기가 없었더라면 나츠코가 후유코보다 먼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던...)


그리고 나츠코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케이.

사계 나츠코에서 나츠코와 동급으로 좋았던 인물이다.

초반에 나츠코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며 다츠오에게 말을 하는 대목이 있는데, 다츠오는 그런 나츠코를 언제까지 어린이로 남을 수 없다며 다그친다. 나츠코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 어른인 척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 그런 나츠코에게 진짜 어른이 바로 케이일 것이다.   



문득 다츠오가 생각났다. 그를 떠나 도쿄로 올라온 이유 중의 하나는 어쩌면 그의 어린애 같은 부분에 뭔가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자신을 어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어린애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면서 나름대로 현실적인 생활을 설계하고 있지만, 그런 면도 역시 어딘가 어린애 같은 느낌을 풍겼다. 딱히 사회적인 지위나 경제적인 독립만으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닌데.  (p.185)


나카가키 노보루에 대해서도 나는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오히려 케이 쪽이 훨씬 더 나 자신의 젊음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같은 존재였다. (p.186) 


케이는 옛날에 호스티스로 일을 하며, 온갖 풍파를 다 겪은 여인이다. 예전에 갖고 싶은 것들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졌었지만 지금은 최소한의 것들만 필요로 하며 살고 있는 그녀다. 나츠코가 겪고 있는 그 모든 시간들을 이미 겪어 온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과 함께 동행한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책임을 지면 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 (p.227)


사계시리즈의 첫번째인 나츠코 이야기였습니다.

22살의 괴상한 나츠코를 빌어 작가는 삶에 대해서 물었다. 

삶이란 과연 무엇인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삶에 책임지고 살아가야 하는 지.


쓰다보니 나츠코보다는 케이의 이야기에 많이 집중되었는데, 책을 읽으면 케이보다 나츠코에 대해 더 많이 나온다. 하지만 케이의 인상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까 자꾸 케이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는 것!


나츠코를 제외한 모란꽃처럼 아름다운 첫째 하루코, 무엇을 하며 살아가는 지 모르지만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셋째 아키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막내 후유코. 세 사람으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그 중에서도 후유코와 아키코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특히 아키코는 단 두장면을 제외하곤 정확히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꼭 유명해 지고 싶어요."

나는 케이를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엄청나게 유명해져서 돈 많이 벌고, 그리고……."

"그리고 어떻게 할 거야?"

"모르겠어요. 그 다음은 그저 죽는 것뿐이겠지요?"

"그렇겠지."

케이는 침착한 목소리로 응했다.

"그때까지 잠깐 동안의 시간을 한여름 빛처럼 환하게 사는 거야,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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