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의 신화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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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의 신화’는 현대의 뒤틀린 인간군상을 담아낸 소설집이다.



처음부터 병들어가는 인간 사회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 것이다보니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들은 하나같이 좀 기분나쁘다. 어둡고 우울하며 절망적인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걸 좀 의도적으로 더 집약해놓은 모양새를 띄는데, 그렇기때문에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소설을 접하게 된다면 다소 과장된, 그래서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게까지 우연이, 불운이 겹칠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종의 강조를 위한 것인데다, 꼭 그런 우연이 있지 말라는 법도 없고, 무엇보다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 하나 하나는 꽤나 사실적인 그것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이 일종의 극단에 몰려있는 것은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가에 대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다른 방법은 전혀 없는 정도 까지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다만, 그들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그런 선택을 했을 뿐.

이것이 이 소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 잘못되고 병적인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런 것에 공감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씁쓸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수록작들은 어떻게 보면 꽤 실험적인 면도 있다. 담고 있는 내용 뿐 아니라 연출적인 부분도 그렇다. 그래서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또한 좀 덜 대중적인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소설을 출판하기 위해 직접 출판사를 설립한 저자이기에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시도가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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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시가 된다 위대한 도시들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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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K. 제미신(N. K. Jemisin)’의 ‘우리는 도시가 된다(The City We Became)’는 ‘위대한 도시들(Great Cities)’이라는 어반 판타지 2부작의 1편이다.

작가는 이제까지 꽤나 확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작품을 써왔다. 넓게 보자면 혐오라는 것을 주제로 사회에 뿌리내린 것들을 꼬집 작품들은, 그래서 꽤나 무겁고 진중한 느낌이 강했는데, 그에 비하면 다소 슈퍼히어로물의 느낌을 풍기는 이번 작품은 확실히 좀 더 가벼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가볍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으로, 작품 자체가 그렇게까지 가볍게만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 역시 미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있는 혐오 문제를 굉장히 사실적이고 쉽게 다가오도록 담아냈기 때문이다. 내용만 보면 꽤나 무거운 건 마찬가지라는 말이다. 그런만큼 여러가지 진지한 물음과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나름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노골적인 비판으로 적어낸 것이 아니라 마치 외세적인 존재에 의한 것처럼 우회적으로 비꼰데다가 그 비유나 묘사가 해학적인 면이 있어 유쾌한 느낌도 있고, 무엇보다 판타지적인 요소와도 잘 어우러져 있어서다. 이걸 이런식으로? 싶은 부분들이 꽤 많아 저자의 상상력에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도시를 인격화한듯한 캐릭터들을 등장시킨 것부터가 좀 그렇지만, 차원에 대한 이야기도 딱히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오컬트나 신화적인 측면이 강해서 이걸 왜 SF로 분류하는 건지는 좀 의문이 든다. 꼭 하드한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SF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을 사람에게는 좀 마뜩잖을 수 있다. 그냥 솔직히 판타지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남녀를 불명확하게 뭉개놓은 번역도 상당히 거슬린다. 원작자가 애초에 모든 인칭 대명사를 He만 쓰면서 He와 She를 구분하지 않고 일부러 헷갈리게 썼던 거라면 모르겠다만, 그저 한국어판에서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라면 분명히 나쁜 번역이라고 꼬집겠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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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피플 프로젝트 고블 씬 북 시리즈
이선 지음 / 고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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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훈적인 듯 교훈적이지 않지만 꽤 흥미로운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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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피플 프로젝트 고블 씬 북 시리즈
이선 지음 / 고블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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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피플 프로젝트’는 지옥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세상이 완전한 지옥이 되기 전을 그린 일종의 아포칼립스 소설인데, 그 지옥을 인간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려 한다는 것이 꽤 흥미롭다.

기본적으로는 SF이면서 꽤나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세계관도 볼만하고, 비록 짧기에 묘사가 좀 부족한다는 느낌도 들기는 한다만 주요 캐릭터들도 나쁘지만은 않아서 소설에서 다 보여주지 않은 부분에는 무엇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옥과 선한 사람이라는 요소, 이야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최초의 아이디어도 꽤나 잘 풀어냈다. 이미 충분히 지옥처럼 보이는데 왜 더 지옥을 만들려고 하는지를 캐릭터를 통해 매꾸려고 한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이 왜 그런 이상에 동조하고 동참하는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선한 사람’의 기준이나 선별 방식 역시 그러해서, 애초부터 프로젝트에 의문이 들기에 더 그렇다.

국면이 전환되는 시점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반응도 다소 어색함이 느껴지며, 부족한 캐릭터 묘사는 왜 그들이 그런 선택과 행동을 하는지도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렇다보니 결말도 그렇게 핍진성있다기 보다는 다소 클리셰적이라는 느낌도 든다.

저자는 후기에서 전혀 교훈적인 메시지나 그런 의도로 쓴 글이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만, 자본주의, 욕망, 자멸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그렸기에 어쩔 수 없이 그런 냄새를 많이 풍긴다. 몇몇은 현실을 풍자한 것처럼 보여 더 그렇다. 어떻게보면 가볍게 쓴 글이 이런 식으로 완성됐다는 게 어떤 의미론 좀 재밌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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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 재단 : 확보하고 격리하고 보호하라 4 - 비일상 미스터리 그래픽 노블 SCP 재단 그래픽 노블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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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 재단 4’는 동명의 컨텐츠를 기반으로 한 가상 캐릭터 만화다.

이 만화 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SCP 재단 그 자체다.

애초에 많은 사람들이 기여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와 그 배경 스토리를 만들어내면서 커진 컨텐츠이다보니 이걸 살리고 싶은 입장으로서는 보다 많은 캐릭터들을 정리해 담아 일종의 도감같은 형태를 만들고 싶어지게 마련이고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볼거리이긴 하다만, 자칫하면 캐릭터 소개에 치우쳐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정작 이야기 진행은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캐릭터 컨텐츠를 갖고있다는 것이 순수한 도감이 아닌 일종의 이야기책으로서 이 시리즈를 만든 것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는 거다. 당연히 그걸 그대로 옮긴 ‘SCP 견학’도 썩 마뜩지 않은 느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그게 이번 권에서는 꽤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전히 중간에 여러 캐릭터들을 소개하면서 도감적인 성격을 갖고있기는 하나, 자체 스토리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데다 소개하는 캐릭터들이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에 참여하는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좀 더 이야기책과 도감의 비중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SCP 재단의 경쟁자랄까 대립한다고 할 수 있는 여러 단체들을 등장시켜 세계관을 확장하고 상호작용도 더 다양하게 일어날 수 있게 한 것도 좋았다. 은근히 현실 SCP 재단의 논란과 분열을 연상케도하는 ‘혼돈의 반란’이나 한국적인 요소가 재미있게 들어간 ‘뱀의 손’ 등이 앞으로의 이야기를 얼마나 흥미롭게 바꿔줄지 기대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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