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코 1
김광호 지음 / 아담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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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코’는 다소 호불호가 있을법한 옛스런 로맨스 소설이다.

무려 70년대부터 현대에 걸친 사랑을 그린 이 책은, 한때 전국의 청춘들을 사로잡으며 크게 유행했다가 지금은 잘 보기 어려운 정통 멜로를 표방한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읽다보면 옛 추억이나 감성을 떠올리게 될 때도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꽤 성공적으로 쓰였다고 할 수 있겠다.

무려 20년에 걸친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보니 과거 이야기의 분량도 꽤나 많은데, 7, 80년대가 워낙에 사회적으로 강렬했던 시기이기도 했던데다 주인공들이 한창 어리석은 젊음을 뜨겁게 불태우던 때이기도 해서다. 과거를 주요 시대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때문인지 요즘이라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고 이제는 다소 클리셰처럼 식상해진 관계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요소들은 그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련한 마음이 들게도 하지만, 접점이 없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어색한 것일 수 있다. 소설을 좀 옛스러워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이야기도 다소 그렇다. 쉽게 말하면 좀 뻔하다는 거다. 조폭이 겉 모습이나 살아가는 세계와는 달리 (심지어 일반인들은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것에 반해) 순수하다 할만한 순애보를 보인다는 것도 그렇고, 조폭이라는 점 때문에 처음에는 격하게 거부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변치않는 모습에 마음을 열게 된다는 것도 그렇다.

그렇기에 더욱 그 과정을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했는데, 전개 면에서는 꽤 아쉬움이 남는다. 갈등을 고조시키거나 관계가 바뀌게 되는 사건 등에서 등장인물들이 보이는 행동이나 대사 등이 ‘다양한 일면을 가진 복잡한 캐릭터’라고 치부하기에도 다소 급발진적인 면이 있어서 핍진성이 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설사 ‘나라도 그렇게 할 것 같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럴만 하겠다’ 싶은 생각은 들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좀 공감점이 없었다.

두 주인공을 모두 각기 1인칭으로 그린 것도 좀 걸렸는데, 두 사람의 이야이가 번갈아 나오거나 누구의 이야기인지가 표기된 것이 아니다보니 각 장이 시작될 때 누구의 이야기인지 먼저 파악하는 수고를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괜히 번거롭달까.

양쪽의 상황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감정이입이 지속되지 못하고 흩어지게 하는 단점도 있다. 차라리 ‘김범주’의 시점으로만 이야기를 진행했다면 뻔하더라도 지극한 순애보를 가진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로 일관되게 읽혔을거다.

때때로 전지적 작가같은 이해를 보이거나 제3의 벽을 넘기도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굳이 1인칭일 필요가 있었나 싶게 하는 요인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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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4 - 웃는 침팬지의 비밀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4
타냐 슈테브너 지음, 코마가타 그림, 박여명 옮김 / 가람어린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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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냐 슈테브너(Tanya Stewner)’의 ‘동물과 말하는 아이 릴리 4: 웃는 침팬지의 비밀(Liliane Susewind #4 Schimpansen macht man nicht zum Affen)’는 릴리 수제빈트 시리즈 네번째 책이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묘한 행동을 하는 침팬지다.

사람처럼 입을 벌려 웃고 손을 들어 인사를 하는 이 침팬지는, 동물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릴리가 대할때는 어색한 점이 눈에 띄지만, 얼핏 봤을때는 딱히 이상할 것 없는, 오히려 기특한 재주를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현대 인간들에게 대중적으로 쓰이는 일종의 약속된 제스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 역시 시대나 지역에 따라 같은 행동도 다른 의미로 쓰였고 또한 쓰이는 것처럼, 인간과 동물의 제스쳐도 인간끼리만큼 크게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간과 동물은 서로의 의도나 상태를 오해해서 전혀 엉뚱한 방식의 대응을 하기도 하고 그것이 의도치않은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동물이 인간처럼 행동한다면 그것은 대부분 뒷배경이 있다는 얘기다. 심지어 이 침팬지는 릴리마저도 좀 유추를 통해 문장을 완성해야 할 정도로 어눌한 의사소통을 하기까지 한다. 릴리의 능력이 딱히 동물의 지능 등을 고려한 것이 아닌, 진정한 의도 등을 서로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란 걸 생각하면 이건 분명 이상하다.

그렇기에 이 침팬지의 등장으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꽤 처음부터 분명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이전 권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을 등장시켜 갈등 요소를 만들고, 동물원 동물들의 개별적인 서사나 사건 해결을 위해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게 함으로써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 건 꽤 좋다.

동물과 인간들의 사연을 통해서 동물권은 물론 진실을 밝히고 옳은 것을 추구할 줄 아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도 그렇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중간 준간의 전개가 너무 단순화된 느낌이 있기도 하다만, 재미와 메시지 모두 잘 담아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양호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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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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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에 맞는다면 꽤 재미있게 볼만한 연작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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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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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는 기이들에 엮인 사건을 처리하는 기이현상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소설이다.



연작 소설이라는 말은, 이 책에 담긴 다섯개의 에피소드가 개별 단편으로 봐도 무관할만큼 연결점이 낮다는 말이다. 연작 소설중에는 큰 이야기를 나누었다가 조각모음을 하듯이 합체시키는 것도 있기는 하다만, 이 소설은 그런 구성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생기는 단점 중 하나는 한 이야기에서 부족해 보이는 설명 등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보충되거나 하지 않는다는 거다. 작가는 기이현상청을 굉장히 느슨하게 설정했고, 거기서 다루는 존재들이나 등장인물 역시 별로 세밀하게 묘사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보니 때때로 비거나 허술한 듯한 곳이 보이기도 하며, 그것이 이야기가 좀 덜 명료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는 조금 다르게 말하면, 딱히 심각하고 무게감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처절한 한이라던가, 복수, 찐득한 느와르 같은 것은 커녕, 오히려 충분히 심각할 수 있는 상황이나 사연도 그저 그렇게 뭐 어떠냐는 식으로 넘겨버림으로써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런가하면 현대 한국 사회의 문제를 여럿 집어넣기도 했는데, 꽤나 현실적인 사회문제와 심각할만한 사건성이 갖는 무거움과 그것이 가볍게 다뤄지는 이야기 전개의 가벼움이 완전히 섞이지 않고 조금 층지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 만약 소설을 일종의 코믹한 퇴마물로 읽는다면 이런 요소들은 오히려 불필요한 무거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몇몇 부분은 기존작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만, 그것을 한국이라는 테마에 잘 버무려내 나름 개성적이고, 끝까지 세계관을 뻔뻔하게 들이미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어서 꽤 재미 있었다.



* 이 리뷰는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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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어들 - 전설 신화 속 신비한 인어를 찾아서 고래동화마을 11
차율이 지음, 가지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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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어들’은 한국의 다양한 인어 설화 등을 담은 소설집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소설집이지만, 일종의 설화집으로도 볼 수 있다. 순수 창작이 아니라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나 기록 등에서 유래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인어공주 등으로 유명해진 외국의 것이 현대 한국에 정착한 모습이 아닌 한국에서 만들어진 인어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한국의 인어들은 전형적인 서양 신화 속 인어와는 조금 다르다. 일종의 몬스터 즉 악하거나 해를 끼치는 존재로 그려지지 않는다는 게 대표적이다.

서양에서 가장 유명한 인어 설화는 뱃사람을 꼬드겨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으로, 이는 바다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담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한국의 인어들은 오히려 인간에게 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인간을 경계하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인간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존재로 그려진다. 무해하고 선량하며 복을 가져온다는 큰 틀은 우리 선조들이 바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조금 짐작케 한다.

책 속 인어들은 어디에선 무력하게 포획당해 기름이 짜내지고 고기를 먹히는 물고기와 같은 입장인가 하면 용왕의 딸 즉 공주라는 꽤나 높은 지위로 얘기되기도 하고, 은원은 있을지언정 인간과는 거리가 있는 것처럼 그려지는가 하면 반대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도 여럿 나온다. 지역에따라 인간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인어라고 하는 존재 자체가 조금씩 다른 것처럼 그려졌기에 책 속 인어들은 하나 하나가 흥미롭다.

여러 이야기들이 있는만큼 외국과 유사한 것들도 있는데, 인어공주처럼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라던가 인어 고기를 먹으면 불로불사가 된다는 설정을 가진 낭간 설화 같은 게 그렇다. 이런 걸 보면 또 인간의 상상력이란 결국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가 당초 모았던 설화는 모두 이야기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건 아니었기에 그것들은 살을 붙여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했다는데, 해당 설화를 알고 있던게 아니라면 알아채지 못할만큼 자연스럽다. 현대적인 삽화도, 비록 글의 묘사를 충실히 재현한 것은 아니다만, 동화적이고 따뜻한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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