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로미어 -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박성신 지음 / 북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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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로미어’는 회춘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DNA의 일부인 ‘텔로미어(Telomere)’는 노화에 큰 관련이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핵심적인 요소 중 하나다. 그 자체가 특별한 단백질로 번역되거나 하는 등의 유의미한 염기서열이지는 않다만, 세포가 복제될때 그 방식으로 인해 DNA 가닥이 조금씩 짧아지게 되므로 그런 DNA 가닥 끝에 있으면서 대신 줄어드는 역할을 해 염색체 말단이 손상되지 않도록 한다. 그래서, 텔로미어가 모두 파괴되면 더 이상 세포분열을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대충 정리하자면, 텔로미어의 길이는 수명이라 할 수 있고, 텔로미어가 짧아져 새로운 세포가 점점 만들어지지 않게 되는걸 노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텔로미어를 인위적으로 연장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만큼 수명이 연장되지 않을까.

물론, 이건 단순한 생각이다. 수명과 노화는 단순히 텔로미어만이 관여하는 것도 아니고, 텔로미어가 마냥 길지만은 않은 것도 다 그래야만 할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다. 당연히, 텔로미어의 연장이 이미 진행된 노화를 마치 판타지에 나오는 ‘회춘의 물약’처럼 되돌려 주는 것 또한 아니다.

저자는 이런 부분들을 적당히 무시했다. SF풍의 판타지 액션 만화 등이 그러는 것처럼 흥미를 끌만한 기본적인 정보만 일부 가져온 후 거기에 뒷 냄새 풍기는 기업을 엮고 그와 관련해서 벌어지는 사건을 쫒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진지한 SF에도 못미치고, 그렇다고 사건을 파헤치는 범죄 미스터리라고도 하기 좀 미묘하다. 그걸 이루는 주요 요소 중에 이 소설 속 특수설정 하에서만 가능하게 짜맞춰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쫌 작가 편의적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면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야기를 쪼개 펼쳤다가 그러 모으는 것이나, 그렇게 되는 과정을 끌고가는 힘은 괜찮은 편이어서 중간에 흥미가 뚝 떨어진다거나 하지는 않고 나름 끝까지 볼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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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다
클로에 윤 지음 / 한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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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깨우다’는 뻔하다면 뻔한 판타지 로맨스의 겉모습을 가진 소설이다.

주인공인 ‘새벽’은 고등학교 졸업을 맞아, 자신의 다사다난했던 인생을 종료하기로 한다. 늙어서 암에 걸리거나, 젊어서 자살을 하거나 둘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딱히 대단하다 할만한 결정도 인생도 아니다. 그렇게 학교 옥상에서 마침내 뛰어내릴 때, 새벽은 생각지 못했던 두 소년과 만나게 되면서 이후를 송두리채 바꿔버릴 기묘한 체험을 하게 된다.

솔직히 도입부에서 조금 진입장벽이 느껴진다. ‘별’의 행동이나 대사가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있고, 소위 말해 오글거림의 극단에 있는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반대로 ‘태양’은 까칠할지언정 충분히 받아들일만하고 무엇보다 실제적인 것들을 조언하고 제공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태양에게 마음이 기울기 쉽다.

그러나, 극명히 다른 두 소년과 새벽의 이야기에는 대놓고 큰 비밀이 하나 숨겨져 있는데, 그것이 꽤나 대중적이라 할만한 것이기도 하고 심지어 중간 중간 노골적으로 떡밥을 깔기도 하기 때문에 초반부터 전체 구성이 어떤 식으로 되어있는지는 좀 뻔히 드러난다. 비밀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 치고, 그걸 숨기려도 하지 않은 것은 좀 의외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랬기 때문에 관련 떡밥이나 판타지스러운 장치 같은 것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뒤돌아 되새김질 할 필요 없이 매 순간에 서로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발언 등을 통해 꽤 노골적인 메시지를 많이 던지는 방식을 사용한 것에는 더 잘 맞는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다소 뻔했는데도 이야기는 꽤나 볼만한데, 조금 뜬금없이 시작한 것이 어떤 식으로 이어져 해소될지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잘 이입되는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자신의 그것과 매칭해서 생각하게 될 수도 있으며, 어떤 건 사회에서 얘기되는 것을 연상하게도 한다. 그래서 끝에 다다라서는 울컥하게도 만든다.

이야기도 볼만하고, 뻔하다면 뻔하지만 하려는 이야기도 잘 와닿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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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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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카리 유바(柞刈 湯葉)’의 ‘인간들 이야기(人間たちの話)’는 색이 다른 단편들을 모은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테마파크’라는 말은 어떻게 좀 잘 안어울리는 표현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소설집에 수록된 작품들이 그렇게 통일된 어떤 테마같은 것을 갖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소재도 그렇고, 작품의 분위기, 뉘앙스, 이야기의 맛 같은 것이 다 쫌 그렇다.

굳이 엮어보자면 표제작이자 소설집의 제목이 그런 것처럼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만, 어디 소설에 안그런 것들도 있던가. 인간이 쓴 소설은, 설사 인외가 나오거나 심지어 인외만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인간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간을 주제로 했다는 것은 어찌보면 별다른 주제가 없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생각을 조금 바꾸면, 어떤 면에서는 꽤나 테마파크스럽다고 할 수 있는데, 작가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특별관이랄까 작가관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기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수록작들은 마치 작가 얼마나 다양한 상상과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모두 실제 경험에서 창작 동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개중에는 원래 모티브가 됐던 것을 강하게 연상케 하는 점들이 고스란이 담겨있는 것도 있기는 하다만, 그로부터 새롭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작은 아이디어에 살을 덧붙여 이야기로 발전시키는 걸 꽤 장해서 전체적으로 흥미롭게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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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 다른 이름, 중간 인류
임태리 지음, 스갱 그림 / 풀빛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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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 다른 이름, 중간 인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그 한 예다. 그만큼 똑부러진 정답이나 방법이 없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 이런게 후회없는 삶이다 같은 얘기들은 대부분 예시로 드는 것 같은 한정된 것에만 맞는 경우가 많으며, 그런 일부를 제외한 사람은 그걸 확실하게 따라하기는 커녕 심지어 비슷하게 쫒는 것조차 그리 녹녹치 않을때가 훨씬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놈의 ‘성공 공식’에 목을 매고, 그에 가장 가깝다고 얘기되는 방법을 준수하며 이루기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는 한다. 다른 길은 소위 ‘성공’을 바랄 수 있기는 커녕 오히려 실패한 예를 듣는 경우도 꽤 있어서 그렇다. 그나마 성공 사례라도 있으니 어떻게든 그놈의 좁은문을 통과해보려 하는 거다.

그것을 요구하는 많은 부모, 어른들, 그리고 거기에 휩쓸려 끌려가는 아직 자신의 정확한 의견이나 생각이 확고히 서지 않은 아이들은 결국 그것 자체에 매몰되어 정작 중요한 것은 잊어버리기도 한다. 애초에 왜 그런 성공을 추구하려는 것인가 하는 것 말이다.

소설은 그런 이야기를 꽤나 이상적이고 판타지스럽게 얘기한다. 그렇기에 삶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게 그렇게만 볼 문제 역시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갈수록 더 쉽게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 중요한 점을 다시 집어본다는 점에서 의미있어 보인다.

이야기로서 마무리는 좀 아쉽기도 하나 하려는 이야기와 그것의 가능성은 잘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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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피
나연만 지음 / 북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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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피’는 장르물의 맛이 괜찮은 스릴러 소설이다.



한 문단만으로 확 시선을 끈다. 범인, 시체, 그리고 메시지. 과연 어떻게 된 일이고, 그 후는 무슨 일들이 펼쳐질지 정말 궁금하게 한다.

일단, 거기까지 이르른 과정은 다소 뻔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 적으로는 그럴지언정 조금만 이입해서 봐보면 결코 평범한 상황은 아니라는 걸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주인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준우’는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는 걸 말이다.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 이게 더 확실해지기에 독자에게 묘한 의심을 갖게 만든다.

계속되는 엽기적인 연쇄살인, 뜻밖의 사건, 그리고 거기에 끼어든 준우를 둘러싸고 몇가지 비밀이 줄타기를 하면서 이야기는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

소재도 그렇고 그걸 다루는 것도 그래서 소설은 뭐랄까 좀 표백된 피비린내가 나는 느낌을 풍기는데, 그게 일반적인 것에서 좀 비껴나 있는 듯한 캐릭터와 버무러져서 상당히 스릴러적인 분위기를 장 만들어낸다.

그것이 미스터리 요소와도 나쁘지 않게 결합되어있다. 그래서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해하고 주요 인물들은 어떻게 행동하고 또 활약할지를 기대하기도 하면서 이야기를 속도감있게 따라가게 한다.

장르물의 맛을 꽤 잘 살린 소설인 것 같다. 이런 장르물에 익숙하지 않다면 조금 거부감이 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런 쪽을 즐겨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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