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온
고승현 지음 / 99퍼센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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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온’은 한국에선 좀 보기드문 하드 SF 소설이다.

하드 SF라 함은, 진지함을 빡세게 박아넣은 SF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상상력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걸 뒷받침하기위해서도 여러 이론이나 지식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그렇기에 자연히 전문용어처럼 낯설고 처음 들어보는 것들도 많이 나온다.

이 소설은 거기에다가 등장인물까지 많은 편이다. 물론 모든 인물들이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는 것은 아니나, 영상물이라면 그래도 가볍게 지나갈만한 인물조차 이름과 묘사로만 표현되는 소설에서는 하나하나 집고 애써 구분해야하기 때문에 수십명의 등장인물들은 좀 너무 많다는 느낌을 들게한다. 심지어 이들이 방대한 분량 속에서 조금씩 하나씩 등장하는 것도 아니라 더 그렇다.

이 두가지는 소설을 좀 읽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자칫하면 뭔소리를 하나 싶다가 쏟아지는 인물 이름들에 넉다운당해 도망가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정통 SF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야심찬 소개를 하며 내놓은 것 치고는 좀 더 (읽기 쉽도록) 가벼우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점이다.

그러나, 여러 요소들을 꽤 그럴듯하게 사용했다는 점과 그것들을 통해 흥미로운 SF 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양호한 점수를 주고싶다.

초반부는 좀 힘들게 하지만, 이야기도 나름 흥미로운 편이다. SF를 좋아한다면, 한번 인내해가며 읽어볼 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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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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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다.

만약, 자신에겐 너무도 확고한 신념이 있으며 그것은 설사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이 붙는다고 하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공고한 것이라고 자신한다면, 어쩌면 이 소설은 굳이 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소설 소개글에서도 얘기하고, 소설 내에서도 바로 앞 부분에서 말을 꺼내는, 바로 그 질문, 만약 인류의 구원자와도 같은 업적을 이룬자가 희대의 연쇄 살인마라면, 그래서 그가 자신의 업적을 공개하는 대가로 무조건적인 사면을 요구한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이 이 소설의 알파이자 오메가, 처음이자 끝, 그야말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단지 그것은 장황한 이야기란 살을 덧붙여 방대하게 늘려놓은 것일 뿐이다.

저자는 이 핵심 질문에 자칫 해가 될 수도 있을만한 짓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 ‘영환’의 업적이 어떻게 말이 되는지 같잖은 논리를 내세우며 그럴듯해 보일려는 시도를 애초부터 하지 않는 점이 그렇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빠진 부분, 그렇기에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말이 안된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좀 있다. 애초에 대 전제부터가 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소설이 원래 의도했던 바, 즉, 무엇이 옳으냐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끝까지 왜곡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것 없이 잘 유지된다.

나름 사연과 개성이 있고, 그렇기에 각자 다른 선택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더욱 부각해서 보여준다. 또한 단순한 질문일 때는 자칫 무시하기 쉬운 복잡한 상황들을 제시하면서 니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 그래도 처음의 니 생각, 신념이 계속 될까? 라며 조금씩 긁어댄다.

그런식으로 질문을 강화하기만 하고 끝낸 것은 끝까지 컨셉을 잘 지켰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주인공을 하나로 좁히지 않은 것도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는데는 적합했다.

다만, 그것은 관심과 묘사를 분산시키는 역할도 하므로 누군가에게 이입하는 것도 좀 어렵고, 이야기 역시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평이하다.

그래도 소설인데, 다 보고 나서 남는게 단지 생각할거리 뿐이라는 것은 역시 좀 아쉽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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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괴수괴인 도해백과
고성배 지음, 백재중 그림 / 닷텍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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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괴수괴인 도해백과’는 SF 영화 속 괴수와 괴인들을 파해쳐 담은 책이다.

인간은 참말로 비인간적인 존재들을 사랑한다. 세상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을 때에는 그걸 보완하기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꽤나 과학이 발전하고 웬만한 것들은 다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지금에도 비과학적이거나 특이한 괴수괴인들을 즐기는 것을 보면 사랑한다는 말 외엔 달리 그러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랑은 각종 SF 영화들에서 진가를 발휘해왔다. 때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그저 순수한 공포를 선사하기도 하고, 또 어떤 괴인, 괴수들은 차마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연을 갖고있어서 절로 짠한 마음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서살 그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을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옛 SF 영화 속 괴수와 괴인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겉 모습에서부터 그들만의 특별한 능력, 영화에서의 활약 등을 장황하지 않도록 짧게 요약하여 담아 가볍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보면 (특히 외형적인 면에서) 어설픈 부분도 많지만, 중요한 부분들을 잘 살렸기에 오히려 요즘의 외계생명체라던가 하는 것들보다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그것을 괴수의 크기, 체중과 같은 정보나 해부도 등과 함께 볼 수 있어 괴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있게 볼 만하다.

다만, 적은 페이지에 여러가지 것들을 집어넣으려고 해서 그런지 편집이 썩 좋지만은 않다. 책장을 넘겨가며 자연스럽게 읽어나갈 수 없고 흐름이 끊기는 지점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 그렇다.

많은 괴수, 괴인을 적은 페이지로 소화하려 한 문제는 괴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일반적인 모습과, 해부도,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 등으로 나눠서 하나씩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두 그림으로 이런 것들을 퉁치려는 면이 있어서다.

작화 스타일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어둡고 기괴한 느낌의 그림은 아트적으로야 그 나름의 매력도 있다만, 다소 뭉개지고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도감이라 할 수 있는 책의 컨셉과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컨셉과 내용은 차치하고, 편집 등의 완성도가 좀 아쉽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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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 싸인 : 별똥별이 떨어질 때
이선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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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N 싸인 : 별똥별이 떨어질 때’는 좀비를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이다.



대놓고 좀비물이라고 선전하는 이 소설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소설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가오는 위협, 한정된 공간과 자원, 그 속에서의 인간군상 등 좀비물이 의례 보여주는 모습들을 담고 있기에 그렇다.

좀 색다른 점은 좀비의 기원으로, 일종의 마법적인 영향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그려진 과거의 것이나 과학적으로 풀이될 수 있을 듯해 보이는 감염성 질환으로 그려지는 현대의 것과는 살짝 다른 노선을 택했기 때문이다.

장르적으로 과거와 현재의 좀비물에서 보였던 것, 즉 판타지와 SF가 묘하게 섞여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좀 특징적이다. 대체로 현대 좀비물의 특성을 이어받아 SF 호러 분위기를 풍기면서, 또 한편으로는 비과학 또는 유사과학적인 요소를 채택함으로써 일종의 능력자물의 느낌도 들게한다. 이 상반된 요소는 어떻게 보면 서로를 보완해준다고도 할 수 있으나, 또 다르게 보면 안어울리다 느낄 수도 있어 개인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있을 듯하다.

그래도 이야기 전개나 그 속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묘사 등이 꽤 나쁘지 않기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꽤 볼만한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 소설은 꽤나 핫했던 드라마 ‘스위트 홈’과 ‘킹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썼다고 하므로, 이미 두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무엇이 그로부터 영감을 받았는지 알 수 있어 나름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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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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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東野 圭吾)’의 ‘공허한 십자가(虛ろな十字架)’는 사형제도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개인적으로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써내면서도, 늘 일정 수준 이상을 보여주기에 그렇다.

그런 이유 중 하나는 그가 미스터리 요소를 꽤나 잘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소설 대부분을 미스터리로 분류해도 괜찮을 정도로 말이다. 그는 그런 쪽에 특화된 장르라 할 수 있는 범죄 미스터리에서 뿐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이야기의 일부를 비밀스럽게 숨겨두고 그걸 조금씩 풀어내는 식으로 독자가 흥미를 갖고 재미있게 보게 만든다.

그의 소설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사회적인 메시지로, 순수하게 읽을거리로서의 재미나 마치 퍼즐같은 두뇌게임을 하는 것 같은 재미는 덜할 때도 있지만, 대신에 깊게 공감하고 생각해볼만한 주제를 느끼게 하기 때문에 읽은 후 남는 여운이 강한 편이다.

이 소설은 그런 그의 대표적인 성향이 잘 녹아있다. 처음부터 묘한 시작으로 흥미를 끌고, 대체 사건이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를 미스터리로 남겨둠으로써 다음 이야기에 대한 갈망을 이끌어내며, 그렇게 조금씩 전개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진지하고 묵직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잘 던진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다고 해서 소설로서의 재미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뿐 아니라, 더욱 좋았던 것은 저자가 성급하게 한 편에 서서 일방적인 얘기를 늘어놓지는 않는다는 거다. 사형이 왜 좋을 수 있는지 뿐 아니라, 그것이 어째서 무용한지도 분명하게 담아내 독자 스스로 이에대해 고민해볼 수 있게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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