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슨력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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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야마 세이이치로(大山 誠一郞)’의 ‘왓슨력(ワトソン力)’은 독특한 상상력을 재미있게 그려낸 추리 소설이다.

일본식 본격추리물의 탐정은 대게 ‘사신’ 따위로 불린다. 자문 탐정으로서 부탁이나 의뢰를 받아 사건 해결에 나섰던 ‘셜록 홈즈’와는 달리 그 본인이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 중 하나로 나오는데다, 어김없이 계획살인 그것도 연쇄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녀석이 있어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인지 아니면 이녀석 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건지 헷갈리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모든 추리소설이 (특히 일본 추리소설은 더) 사실상 셜록 홈즈 시리즈에 영향을 받은만큼 탐정역을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일종의 히어로처럼 그리고 ‘왓슨’과 같은 사이드킥 역시 필수요소처럼 등장시키는데 대게는 이런 왓슨들에게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때로는 왓슨을 서술자로 활용함으로써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맡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독자도 알 수 있게 굳이 풀어서 해설하는 상황을 만드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는 이 소설속 왓슨 ‘와토’도 그런 전형적인 왓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딱히 적극적으로 추리를 하거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서다. 다만, 살인사건을 부르는 사신 탐정들과 비슷하게 명탐정을 등장하게 만드는 기묘한 힘이 있다는 게 다르다.

자기 주변 사람들의 추리력을 높여 사건을 해결하도록 만드는 능력, 이것에 그는 왓슨력이라고 이름 붙인다. 그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이 왓슨력 덕분에 명탐정 못지않게 난제들을 파헤쳐 낸다.

이 단순하지만 발칙한 상상력은 와토를 굉장히 흥미로운 인물로 만든다. 설사 그가 뭔가를 하지는 않더라도, 그 모든 상황이 그로인해 생겨나는 것이란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능력은 심지어 적극적으로 그러고싶게 만드는 부수효과까지 있는데, 이게 단지 추리력 즉 두뇌회전만을 높여주는 것이란 한계와 만나 좋게 말하면 다양한 가능성, 나쁘게 말하면 헛다리를 집게 만들면서 진상을 다양하게 상상하게보게 한다.

증거를 찾고 그에 따른 추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들을 살펴보고 가장 그럴듯한 것을 찾는다는 왓슨력식 추리쇼는 또 누가 추리에 고파 어떤 이야기를 들고나올지 예상할 수 없어 흥겨운 반면 자칫 찍어맞추기 식으로 보이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범죄까지 저질러놓고는 너무 손쉽게 실토하는 범인들도 좀 어색하다. (어쩌면, 왓슨력엔 정답을 맞췄을 시 무조건 투항한다는 부수효과도 있는 것 아닐까. 탐정처럼 추리하고 싶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하나의 긴 이야기가 아니라 자잘한 사건 여러개로 구성한 것도 좋았는데, 이게 사건의 심각성이나 그렇게 된 상황, 개별 인물의 행동 등에 대한 핍진성을 세세하게 따지기보다 추리쇼 자체에만 집중해서 즐길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모두 하나의 사건 안에 액자식으로 넣고, 그를 통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것도 좋았다.

시리즈가 아닌 단권으로, 단편집과 같은 구성으로 만든 것이 참으로 빛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살린 소설이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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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태닉에서 탈출하기 탈출하기 시리즈
메리 케이 카슨 지음, 이경택 그림, 김선희 옮김 / 스푼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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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케이 카슨(Mary Kay Carson)’의 ‘타이태닉에서 탈출하기(Escape from… the Titanic)’는 유명한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를 그린 소설이다.

타이타닉호 침몰 사고는 그 유명세만큼이나 그 원인과 경과 등이 비교적 잘 알려져있다. 교신 등 기록이 남아있기도 하고, 무려 68%나 되는 높은 사망률을 기록한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자연적 재해로 인한 해난 사고지만 그래도 710명의 생존자가 있었기에 그들을 통해 알려진 바 역시 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지금도 여전히 화자될 정도로 당시에도 뜨거운 화재였는데, 그러면서 제대로 확인되지도 않는 것들을 사실인양 퍼트리며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이 책은 그런 것들은 배제하고 거의 확실하게 사실로 판명이 난 사실들만을 기초로해서 가상의 캐릭터들을 통해 당시를 생생하게 따라가볼 수 있게 했다. 타이타닉의 구조나 거기에 탄 사람들, 사고의 전말, 그리고 구조 과정까지 꽤 잘 담아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다소 운이 많이 따라주는 것처럼도 보이는데, 끝까지 생존하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펴는 것이 사고의 전반을 그려내는데 좋고,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 너무 어둡게 만들려고 하지 않으려는 측면과 이 시리즈의 컨셉인 ‘탈출하기’에 어울리 끝내려고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책을 가볍게 만들려는 것은 한국어판에서 더욱 두드러지는데, 굉장히 사실적인 것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원래의 것과 달리 삽화를 모두 아기자기한 것으로 새롭 다시 그렸기 때문이다. 마치 동화같은 색감의 그림들은 꽤나 무거운 내용을 담고있는데도 책을 전체적으로 가벼워 보이게 한다.

주인공들에게 사고와 전개 상황을 일찍부터 알고 대처할 수 있었다는 엄청난 행운이 따랐음에도 수월하게 탈출할 수만은 없었다는 것은 당시 사고가 얼마나 통제불가능한 것이었는지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타이타닉 침몰 사고는 은근히 ‘세월호 침몰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 많다. 사고 위험성을 알면서도 무시한 작태가 결국 그러한 사태로 이어지게 만들었다는 것도 그렇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했었다는 것도 그렇다.

다만, 모두를 죽도록 내버려두고는 가장 먼저 탈출한 쓰레기 살인자와 달리 여러 잘못에도 불구하고 승객들을 구하기위한 조치를 하고 선원들에게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전하며 선교에 남았던 타이타닉의 선장은 마지막 양심까진 저버리지 않은, 최소한 사람이긴 했다.

어쩌면 이런 차이가 쌓여 타이타닉에 비하면 훨씬 조건이 좋았는데도 거의 그에 가까운 사망률을 남기게 만든 것 아닌가 싶어 생각할수록 씁쓸함을 남긴다.



* 이 리뷰는 문화충전200%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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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온
고승현 지음 / 99퍼센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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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온’은 한국에선 좀 보기드문 하드 SF 소설이다.

하드 SF라 함은, 진지함을 빡세게 박아넣은 SF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상상력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물론이요, 그걸 뒷받침하기위해서도 여러 이론이나 지식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그렇기에 자연히 전문용어처럼 낯설고 처음 들어보는 것들도 많이 나온다.

이 소설은 거기에다가 등장인물까지 많은 편이다. 물론 모든 인물들이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는 것은 아니나, 영상물이라면 그래도 가볍게 지나갈만한 인물조차 이름과 묘사로만 표현되는 소설에서는 하나하나 집고 애써 구분해야하기 때문에 수십명의 등장인물들은 좀 너무 많다는 느낌을 들게한다. 심지어 이들이 방대한 분량 속에서 조금씩 하나씩 등장하는 것도 아니라 더 그렇다.

이 두가지는 소설을 좀 읽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자칫하면 뭔소리를 하나 싶다가 쏟아지는 인물 이름들에 넉다운당해 도망가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정통 SF 부활의 신호탄이라는 야심찬 소개를 하며 내놓은 것 치고는 좀 더 (읽기 쉽도록) 가벼우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점이다.

그러나, 여러 요소들을 꽤 그럴듯하게 사용했다는 점과 그것들을 통해 흥미로운 SF 적인 상상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그래도 양호한 점수를 주고싶다.

초반부는 좀 힘들게 하지만, 이야기도 나름 흥미로운 편이다. SF를 좋아한다면, 한번 인내해가며 읽어볼 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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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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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꽃’은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소설이다.

만약, 자신에겐 너무도 확고한 신념이 있으며 그것은 설사 어떠한 상황이나 조건이 붙는다고 하더라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공고한 것이라고 자신한다면, 어쩌면 이 소설은 굳이 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소설 소개글에서도 얘기하고, 소설 내에서도 바로 앞 부분에서 말을 꺼내는, 바로 그 질문, 만약 인류의 구원자와도 같은 업적을 이룬자가 희대의 연쇄 살인마라면, 그래서 그가 자신의 업적을 공개하는 대가로 무조건적인 사면을 요구한다면 과연 무엇을 선택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이 이 소설의 알파이자 오메가, 처음이자 끝, 그야말로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단지 그것은 장황한 이야기란 살을 덧붙여 방대하게 늘려놓은 것일 뿐이다.

저자는 이 핵심 질문에 자칫 해가 될 수도 있을만한 짓은 최대한 피하려고 노력했다. ‘영환’의 업적이 어떻게 말이 되는지 같잖은 논리를 내세우며 그럴듯해 보일려는 시도를 애초부터 하지 않는 점이 그렇다. 그래서 이 소설에는 빠진 부분, 그렇기에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말이 안된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좀 있다. 애초에 대 전제부터가 잘 납득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소설이 원래 의도했던 바, 즉, 무엇이 옳으냐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끝까지 왜곡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틀어지는 것 없이 잘 유지된다.

나름 사연과 개성이 있고, 그렇기에 각자 다른 선택을 보이는 등장인물들은 그것을 더욱 부각해서 보여준다. 또한 단순한 질문일 때는 자칫 무시하기 쉬운 복잡한 상황들을 제시하면서 니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 그래도 처음의 니 생각, 신념이 계속 될까? 라며 조금씩 긁어댄다.

그런식으로 질문을 강화하기만 하고 끝낸 것은 끝까지 컨셉을 잘 지켰다는 점에서는 칭찬할 만하다. 주인공을 하나로 좁히지 않은 것도 다양한 상황을 보여주는데는 적합했다.

다만, 그것은 관심과 묘사를 분산시키는 역할도 하므로 누군가에게 이입하는 것도 좀 어렵고, 이야기 역시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평이하다.

그래도 소설인데, 다 보고 나서 남는게 단지 생각할거리 뿐이라는 것은 역시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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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괴수괴인 도해백과
고성배 지음, 백재중 그림 / 닷텍스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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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괴수괴인 도해백과’는 SF 영화 속 괴수와 괴인들을 파해쳐 담은 책이다.

인간은 참말로 비인간적인 존재들을 사랑한다. 세상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었을 때에는 그걸 보완하기 위한 것인 줄 알았는데, 꽤나 과학이 발전하고 웬만한 것들은 다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지금에도 비과학적이거나 특이한 괴수괴인들을 즐기는 것을 보면 사랑한다는 말 외엔 달리 그러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사랑은 각종 SF 영화들에서 진가를 발휘해왔다. 때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그저 순수한 공포를 선사하기도 하고, 또 어떤 괴인, 괴수들은 차마 미워할 수만은 없는 사연을 갖고있어서 절로 짠한 마음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서살 그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다녔을지라도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옛 SF 영화 속 괴수와 괴인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겉 모습에서부터 그들만의 특별한 능력, 영화에서의 활약 등을 장황하지 않도록 짧게 요약하여 담아 가볍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보면 (특히 외형적인 면에서) 어설픈 부분도 많지만, 중요한 부분들을 잘 살렸기에 오히려 요즘의 외계생명체라던가 하는 것들보다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그것을 괴수의 크기, 체중과 같은 정보나 해부도 등과 함께 볼 수 있어 괴수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있게 볼 만하다.

다만, 적은 페이지에 여러가지 것들을 집어넣으려고 해서 그런지 편집이 썩 좋지만은 않다. 책장을 넘겨가며 자연스럽게 읽어나갈 수 없고 흐름이 끊기는 지점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 그렇다.

많은 괴수, 괴인을 적은 페이지로 소화하려 한 문제는 괴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것으로도 이어진다. 일반적인 모습과, 해부도,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 등으로 나눠서 하나씩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두 그림으로 이런 것들을 퉁치려는 면이 있어서다.

작화 스타일도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어둡고 기괴한 느낌의 그림은 아트적으로야 그 나름의 매력도 있다만, 다소 뭉개지고 시인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도감이라 할 수 있는 책의 컨셉과 썩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컨셉과 내용은 차치하고, 편집 등의 완성도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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