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용우가 읽는 박태원 삼국지’은 사극 연기가 돋보이는 삼국지 오디오북이다.



원작인 ‘박태원 삼국지’는 모종강본 삼국지연의를 정역한 것으로, 가장 원전에 충실한 것으로 유명한 소설이다.

물론, 삼국지는 원전이라는 걸 따지는 게 좀 그런 작품이기는 하다. 애초에 ‘나관중’이 작성한 것도 순수 창작이라기보다는 이미 소설에서와 같은 개작이랄까 야사, 민간 신앙같이 퍼져있던 것들을 그러모은 일종의 편집본, 단행본같은 것이라고 보기도 하고, 이후 여러 판본들이 나오며 세세한 변화가 있기도 했으며, 심지어 모두 나관중을 저자로 표시하는 것과 달리 그렇게 후대에 만들어진 것(대게 모종강본 혹은 요시카와 에이지 평역본)을 기본으로 삼기에 더 그렇다.

특히 한국의 삼국지 판본들은 요시카와 에이지 평역본의 영향도 있고 평역이라며 개작도 했다보니 2차 더 나아가서는 3차 창작물스러운 느낌도 있는데, 박태원 삼국지는 그와 달리 모종강본에 충실했기 때문에 거의 원전에 가깝다고 하는거다.

그래서 삼국지의 정석처럼 얘기되는 표현, 이야기들이 박태원 삼국지에서는 나오지 않거나 다르게 표현되기도 해서 오히려 좀 색다르고, 시같은 것을 읊기도 해서 꽤나 고전적인 맛이 있기도 하다.

낭독자인 ‘길용우’도 그것들을 꽤나 맛깔스럽게 살렸다. 단순히 소설을 읽어주기만 한 게 아니라, 다수의 사극 연기 해온 배우라는 장점을 살려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직접 연기하기도 하면서 역사물의 맛을 잘 느끼게 한다.

기본에 충실한 모종강본 완역판이라는 점, 온전히 집중해야하는 소설과 달리 다른일을 하거나 누워서 쉬면서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삼국지연의를 처음 접하는 혹은 첫 정주행을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당한 삼국지가 아닌가 싶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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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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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F; エフ)’의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なぜ銅の剣までしか売らないんですか?)’는 게임 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보다 정확하게는 판타지 RPG 게임에는 거의 공용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여러 시스템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파워 인플레이션 또는 파워 에스컬레이션이 이뤄지고 또 거기에 적응하게 하는 마을과 상점 설정도 그 하나다. 모험을 시작하는 마을(소위 태초마을)은 거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며 구할 수 있는 것도 나무검이나 껏해야 동검 정도밖에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건 사실 주인공의 성장과 게임 난이도 조절을 위해 채택한 편의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대게 한 방향으로만 직진하며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는, 자유도없는 소위 일본식 RPG에서 많이 사용한다.

그렇기때문에 이게 현실적으로 적용된 세계는 있기 어렵다. 조금만 더 열린 세계이기만해도 문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제작자의 편의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대단히 제한적인 설정이 존재하는 기묘한 세계를 저자는 게임물이 아닌 판타지물로 잘 만들어냈다.

이 소설에 담긴 내용이나 그걸 다루는 방식 같은 건 전형적인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판타지 클리셰를 비튼 작품 등에서 다룬 적도 있어서 그렇게 신선하거나 하지는 않다만, 용사로 지명받아 떠나는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비를 마련해주고 싶어하는 태초마을의 상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상하게 느껴지는 세계에 의문을 품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어두운 사회의 구조 등의 완성도는 괜찮아서 전체적으로 볼만하다.

소설은 그렇게 암울한 분위기의 다크 판타지는 아니다만, 밝은 사회의 이면을 꽤나 진중하게 그리고 있는데다 그것이 그저 소설의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의 그것을 담고 있기에 묘한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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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슛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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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 슛(Ready-Shoot!)’은 수천억을 둘러싼 속고 속이는 인간 드라마를 그린 소설이다.

참, 흥미 돋구기를 잘 하는 작가다. 그 자체로 신선한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자주 이용되던 거액의 유산을 둘러싼 군상극 혹은 소동극에 사기 작전이라는 요소를 더해 범죄물같은 느낌도 더하고, 등장인물들의 사연을 꺼내놓으며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교차하며 굴곡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꽤 잘 해낸다.

덕분에 이 소설은, 좋게 말하면, 단순하지 않다. 마치 주인공처럼 이야기의 시작을 열었던 비운의 배우 ‘혜수’가 우연한 기회를 잘 포착함으로써 그동안의 악재들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인생역전을 이룬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기는 커녕 맥거핀처럼 던져놓았던 배경 이야기들을 다시금 끌고와 주요 이야기로 풀어내면서 소설 전체를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당연히 일상적이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따지고보면 많은 무리가 있고 거의 순수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서 만들어낸 것도 있기는 하다만, 그러면서도 전혀 유사경험이 없는 독자마저 이입하고 공감할만한 점들을 등장인물에게 부여해서, 사람들에 이입해서 이야기를 따라간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면서 꽤 몰입하게 만들기도 한다.

다만, 이야기를 그런식으로 폈기 때문에 유산 강탈을 위한 사기극이라는 점에 끌려 하이스트물처럼 조금은 경쾌한 이야기를 생각했다면 기대와는 좀 다를 수 있다. 특정 장르물일거라 생각하고 그를 기대하고 보지는 않는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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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
시가 아키라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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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아키라(志駕 晃)’의 ‘그리고 너는 속고 있다(そしてあなたも騙される)’는 소프트 대출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소프트 대출’은 일반적인 대출만큼 까다롭게 조건을 요구하거나 하지도 않고 깡패 등을 이용한 강압적인 추심을 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친근하게 말하며 조언을 해주는 등 기껍게 대하기도 하기에 그러한 점을 강조해서 ‘소프트’라고 이름붙인 사채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비교적 나아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론 대부업으로 정식 등록을 하지도 않고 법정 최고금리(한국은 연 20%)를 준수하지도 않으며 선이자 등의 별도 수수료까지 떼어가는 분명한 불법 사채, 즉 사기의 일종이다.

친절한 이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 쉽게 사채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소프트 대출은 오히려 기존 사채보다 더 악질적인 면도 있다.

소설은 이것을 꽤나 잘 보여준다. 사기 수법에 대해 알려주는 시사 교양적인 측면도 있는 셈이다.

간혹 그런 것이 좀 두드러지기도 하고, ‘속는 사람’이 어째서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가도 다소 대충 흘리는 면이 있긴 한다만, 그래도 소프트 대출에 대한 내용과 그에 얽힌 인간들의 이야기를 잘 섞어 전체적으로는 소설적으로 꽤 나쁘지 않게 완성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특히, 소설을 크게 2부 ‘속는 사람’과 ‘속이는 사람’으로 나누어 양측에서의 시점을 모두 그린 것이라든가, 소프트 대출 얘기만 이어져 있는 줄도 몰랐던 미스터리를 완성하는 방식도 꽤나 괜찮아서 다 읽고 나서는 작은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곱씹어보면 제목도 참 적절하게 잘 지었다.

물론, 그를 위해 다소 무리하게 집어넣거나 혹은 뺀 내용이 있어서 완성도가 높으냐고 한다면 절로 망설여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시사 교양과 드라마 그리고 미스터리 세가지 모두 꽤 괜찮은 수준의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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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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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교쿠 이즈키(紅玉 いづき)’의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サエズリ図書館のワルツさん 1)’는 근미래 도서관을 무대로 한 잔잔한 이야기다.

사전 지식없이 읽기 시작했다면 뭔가 좀 기묘하게 느껴질 것이다. 왜냐하면, 엄밀하게는 근미래의 특수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도 막상 이야기 자체는 딱히 그렇게 동떨어진 시대감이나 그로인해 생겨나는 다른 감성으로 인한 차이 같은 것을 느끼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별로 배경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냥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이야기처럼 받아들이고 있다가 문득 기묘한 이야기들과 설정들이 눈에 띄어서 별로 생각지않고있던 배경을 뒤늦게 돌아보고는 ‘아, 뜻밖에 SF요소가 있는 소설이었네?’하며 살짝 멋쩍어지기도 한다.

나쁘게 말하면 캐릭터와 배경, 그리고 서사가 좀 어긋난 느낌을 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이야기라면 이런 배경이겠지 하는, 이런 배경이면 이런 이야기가 나와야 하지 않나 하는 자연스러운 것에서 벗어나 있다는 거다. 어떻게 보면 예상을 벗어났다고도 할 수 있다만, 그렇다고 그게 신선하거나 독특하게 느껴진다기보다는 어색하고 작위적인 느낌에 가깝기 때문에 살짝 부정적이다.

반대로, 저자가 전하고자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런 요소들을 모아 이야기의 방향성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덕분에 그런 것들 중 어느 하나에라도 공감하는 지점이 있다면 의외로 다른 것들까지 너그럽게 봐주게하는 작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소설이 그러한 점 자체가 아니라 그를 둘러싼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단점은 희석되고 장점은 부각되는 면도 있다.

다만, 그 이야기도 다소 너무 일상적으로, 그러니까 치밀하게 짜여있지 않은 것으로 이루어져있기에 조금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명시하진 않았지만 이 책은 시리즈 1권으로, 인기를 끌어 후속작도 만들어졌는데, 과연 다음권은 어떤 이야기를 담았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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