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
에프(F)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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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F; エフ)’의 ‘왜 동검밖에 팔지 않는 것입니까?(なぜ銅の剣までしか売らないんですか?)’는 게임 세계를 소재로 한 판타지 소설이다.

판타지, 보다 정확하게는 판타지 RPG 게임에는 거의 공용적으로 차용하고 있는 여러 시스템들이 있다. 자연스럽게 파워 인플레이션 또는 파워 에스컬레이션이 이뤄지고 또 거기에 적응하게 하는 마을과 상점 설정도 그 하나다. 모험을 시작하는 마을(소위 태초마을)은 거의 작고 평화로운 마을이며 구할 수 있는 것도 나무검이나 껏해야 동검 정도밖에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건 사실 주인공의 성장과 게임 난이도 조절을 위해 채택한 편의적인 장치에 불과하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대게 한 방향으로만 직진하며 정해진 이야기를 따라가는, 자유도없는 소위 일본식 RPG에서 많이 사용한다.

그렇기때문에 이게 현실적으로 적용된 세계는 있기 어렵다. 조금만 더 열린 세계이기만해도 문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제작자의 편의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대단히 제한적인 설정이 존재하는 기묘한 세계를 저자는 게임물이 아닌 판타지물로 잘 만들어냈다.

이 소설에 담긴 내용이나 그걸 다루는 방식 같은 건 전형적인 영웅 서사에서 벗어나 판타지 클리셰를 비튼 작품 등에서 다룬 적도 있어서 그렇게 신선하거나 하지는 않다만, 용사로 지명받아 떠나는 동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장비를 마련해주고 싶어하는 태초마을의 상인을 주인공으로 삼아 이상하게 느껴지는 세계에 의문을 품고 그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어두운 사회의 구조 등의 완성도는 괜찮아서 전체적으로 볼만하다.

소설은 그렇게 암울한 분위기의 다크 판타지는 아니다만, 밝은 사회의 이면을 꽤나 진중하게 그리고 있는데다 그것이 그저 소설의 위해 창조된 것이 아니라 실제 현실의 그것을 담고 있기에 묘한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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