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1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10
존 그리샴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사 / 199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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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의 작품 중에선 '타임 투 킬' 을 가장 좋아했다. 원작도 원작이지만 영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영화화된 여러 소설들----'의뢰인' 이라든지 '펠리칸 브리프' 같은 다른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지만 존 그리샴의 작품에서는 항상 거대하면서도 불의한 힘에 저항하는, 한마디로 골리앗에게 도전하는 다윗과 같은 사람들이 나온다.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언제나 정의의 편은 승리한다. 케케묵은 권선징악적 구도이지만 그다지 식상하지 않고, 속이 시원한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참 신기하다. 나만 그런 기분을 느끼는 것은 아닌 모양인지 그리샴의 소설들은 출판할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화되어 큰 성공을 거둔다. 사람들의 심리란 다 비슷비슷한 모양이다.

존 그리샴의 처녀작이자 대표작 중 하나인 'The firm' 은(어째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 라는 이상한 제목이 붙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그의 후기 작품에도 쭉 이어지는 이러한 구도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 작품 중 하나이다. 재능은 있지만 힘없고 가난한 변호사인 우리의 주인공은 어떤 법률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거기서 능력을 발휘하며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어떤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취직한 회사가 실은 거대한 범죄조직의 하수인과 다름 없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고민한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지위와 돈을 보장받고 편안하게 살 수 있다. 진실을 밝히려고 하면 돌아오는 것은 죽음 뿐.. 그렇지만 주인공은 양심에 따라 정의의 길(?)을 선택하고, 결국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전직이 변호사였던만큼, 존 그리샴의 소설에서는 언제나 법률문제가 등장하고 법률회사나 변호사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요즘 추리소설이 갖춰야 할 필수조건인 스릴과 서스펜스도 훌륭하지만, 미국의 변호사 제도와 판결 제도, 보험 제도 같은 현대 미국의 사회적인 측면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게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존 그리샴 소설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도 물론 영화화되어 있기 때문에(톰 크루즈 주연의 '야망의 함정' 이라는 이름으로),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며 읽는 재미 역시 쏠쏠할 것이다.

무더운 날씨로 짜증이 더해가는 7월, 'The firm' 을 읽으며 골리앗을 때려잡는 다윗의 통쾌함을 느껴 보시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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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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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나온 모든 추리소설들 중 가장 잘 씌어졌다고 평가되는, 일명 '세계 3대 추리소설' 은 다음과 같다.

1.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2.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3.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

이 세 작품 모두 의심할 여지 없는 명작임에는 분명하다. 추리소설에는 절대적으로 필수인 치밀한 구성과 짜임새 있는 전개는 물론이고, 글 전체에 흐르는 서스펜스와 독자들을 경악에 빠뜨리는 막판 반전 역시 훌륭하다. 모두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작품들이기 때문에 어떤 추리소설이 '세계 최고의 추리소설이다' 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지만 이중에서 굳이 최고의 작품을 골라 보라면, 나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를 꼽을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묻는다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그만큼 환상적인 추리소설이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당연히 영화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 형식으로 방영된 적이 있기 때문에 대강의 줄거리는 꽤 알려져 있는 편이다. 각기 미심쩍은 과거를 지니고 한적한 섬으로 찾아오게 된 열 명의 손님들. 그들은 미리 짜여진 죽음의 시나리오에 따라 하나 둘씩 목숨을 잃어 간다. 그럴 때마다 저택에서 없어지는 인디언 인형. 끝내 범인은 밝혀지지 않은 채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은 모두 사라져 버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서야 드러나는 사건의 진상은......

진정 최고인 작품에게는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다. 말로 이것저것 구차하게 설명할 필요 없이, 일단 읽어 보고 나면 어째서 그 작품이 최고인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쓸데없는 찬사와 칭찬을 늘어놓지 않겠다. 읽어 보시라. 그럼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에만 그치지 말고, 세계 3대 추리소설에 해당되는 다른 두 작품도 꼭 읽어 보시길 바란다.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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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x헌터 HunterXHunter 1
토가시 요시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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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한명 존재합니다. 그는 자기에게 절실한 어떤 이유 때문에 모험을 시작합니다. 주인공 주변으로 동료가 하나 둘씩 모입니다. 적이 나타납니다. 싸웁니다. 어려움을 겪으며 적을 물리칩니다. 그런데 또 그보다 더 강한 적이 나타납니다. 또 싸우겠지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처음엔 약했던 주인공은 점점 강해집니다. 주인공의 동료들은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고 때로는 죽기도 하지만----초점은 언제나 주인공에게 맞춰져 있지요. 주인공과 동료들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난 뒤에는 '그리고 그들은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는 결말.

이게 소년만화의 일반적인 공식입니다. 잘 알려진 '드래곤 볼' 이후 대개의 소년만화들이 이런 전개를 따르고 있죠. 주제가 환타지 모험물이 아닌 학원물이나 스포츠물인 경우에도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대개 저런 식의 전개를 보입니다. 이런 단조로운 전개 때문에 소년만화를 '단순하고 유치하다' 라는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요.

헌터헌터는 분명 소년만화입니다. 그런데 보면 아시겠지만 이 만화는 어찌 된 영문인지 소년만화의 일반적인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동료를 만나고,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점점 강해지는 기본적인 노선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지만 만화의 초점은 결코 주인공에게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주인공의 동료들에게, 적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들에게, 심지어 대적해야 할 상대임이 분명한 악당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때도 있지요. 주변 인물들이 너무나 개성 넘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우습게도 헌터헌터는 주인공보다 주인공의 동료들이 더 인기있는(?) 만화가 되어 버렸지요.

또한 이 만화를 결코 평범한 만화로 놓아 두지 않는 것은 만화를 통해 등장하는 이색적인 요소들입니다. 얼핏 보면 미래 같으면서도 과거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세계관이나 헌터라는 특이한 직업, 넨(念)의 존재는 말할 것도 없고, 경매 시스템이라든지 13권부터 등장하는 GI(그리드 아일랜드) 게임에 대한 것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머리를 써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횡설수설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한 전개와 수없이 깔린 복선들은 이게 과연 소년만화인지 미스테리 만화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지요. 때문에 한번 보아서는 헌터헌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없습니다. 아니, 그냥 '보아서는' 안됩니다. 꼼꼼하게 '읽어야' 할 만화입니다. 흘끗 보면 사이좋은 친구처럼 보이는 곤과 키르아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경쟁심리라든지, 크라피카의 처절한 복수극,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 같으면서도 동료를 위해선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버리는 모순된 집단인 환영여단 등등.. 아무 생각없이 한번 슥 읽고 말기엔 너무나 아깝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토가시 요시히로의 전작인 유유백서와 헌터헌터를 비교하여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유백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하지만, 저는 헌터헌터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소년만화의 개념을 바꿀 수 있는, 몇 안되는 만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어지럽게 이것저것 말하긴 했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헌터헌터는 정말 재미있는 만화입니다. 그러므로? 아직 이 매력적인 만화를 접하지 못한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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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과 불의 노래 2부 - 왕들의 전쟁 2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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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과 엘프와 드워프는 기본. 옵션으로 호빗이나 오크 같은 종족들이 추가되기도 하고 때로는 신족이며 마족까지 끼어서 이종족 전시회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고, 눈 돌아가게 현란한 마법과 화려한 칼싸움이 난무하며 용사가 드래곤 한두 마리쯤은 우습게 때려잡는, 가벼운 말장난과 어울리지 않는 진지함이 마구 뒤섞인, 서양의 중세 무대쯤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정말 중세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의미 불명의 시대에서 벌어지는 잡탕 사건의 파노라마----이것이 우리가 접해오던 일반적인 환타지였다. 때문에 우리는 '환타지' 라고 하면 늘상 '아, 저런게 환타지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버렸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일반적인 환타지만이 진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읽지 마시길. 아니,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이 책을 죽어도 읽어 보시길. 겉보기엔 지극히 사실적인데다가 정치적인 색채를 짙게 풍기고 있지만, 행간에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신비감과 마력은 마법의 힘을 대놓고 묘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 속에 절실히 와닿는다. 구성이라든지 문체, 매력적인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 읽어 보면 알기 때문에.

'반지의 제왕' 이후 최고의 환타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빨리 다음 시리즈가 나오길 바라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영영 끝나지 말았으면 하는 모순된 마음을 품게 만드는 작품. 환타지 소설 좋아하는 분들께, 또는 환타지 소설이 허황되고 의미 없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까지도 절대로 추천..!! '얼음과 불의 노래' 는 얃쪽 모두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몇 안되는 진짜 작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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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의 비밀
P.D. 제임스 지음, 이미경 옮김 / 큰나무 / 199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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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제임스는 상당히 좋아하는 추리작가 중 하나이다. 예전엔 우리나라에 여러 작품들이 번역되어 나왔지만(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 검은 탑 등) 현재는 절판된 것이 많아, 우리나라에선 작품을 접하기 힘든 작가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위에 언급한 두 소설 모두 읽어 볼 기회가 있었고, 읽어 보고 난 후 좋은 소설을 쓰는 작가라고 생각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도 몹시 기뻤다. 댈글리시 총경의 이름을 다시 보았을 때는 마치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재회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고..

P.D 제임스의 다른 소설들처럼 '나이팅게일의 비밀' 도 치밀한 구성과 함께 막판의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알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과 의외의 전개에서 나오는 스릴과 서스펜스 역시 탁월하다. 내용 자체는 그다지 흠잡을 데 없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마음같아서는 별 네개나 다섯개쯤은 주고 싶지만, 허술한 번역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P.D 제임스의 가장 큰 특징인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문체를 살리기는커녕 어법에 맞지 않는 이상한 번역체의 남발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군데군데 들어 있는 오자와 탈자 역시 눈에 상당히 거슬렸다. 차라리 지금은 절판되어 버린, 옛날에 나왔던 P.D 제임스 소설의 번역판이 더욱 나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번역이 허술하다고는 해도 소설 자체는 수작이다. 특히 추리소설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P.D 제임스의 작품을 그나마 쉽게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홈즈와 뤼팽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품을 읽어보고자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께 권해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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