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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x헌터 HunterXHunter 1
토가시 요시히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이 한명 존재합니다. 그는 자기에게 절실한 어떤 이유 때문에 모험을 시작합니다. 주인공 주변으로 동료가 하나 둘씩 모입니다. 적이 나타납니다. 싸웁니다. 어려움을 겪으며 적을 물리칩니다. 그런데 또 그보다 더 강한 적이 나타납니다. 또 싸우겠지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처음엔 약했던 주인공은 점점 강해집니다. 주인공의 동료들은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배신하기도 하고 때로는 죽기도 하지만----초점은 언제나 주인공에게 맞춰져 있지요. 주인공과 동료들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난 뒤에는 '그리고 그들은 언제까지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로 끝나는 결말.
이게 소년만화의 일반적인 공식입니다. 잘 알려진 '드래곤 볼' 이후 대개의 소년만화들이 이런 전개를 따르고 있죠. 주제가 환타지 모험물이 아닌 학원물이나 스포츠물인 경우에도 약간의 차이는 있어도 대개 저런 식의 전개를 보입니다. 이런 단조로운 전개 때문에 소년만화를 '단순하고 유치하다' 라는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요.
헌터헌터는 분명 소년만화입니다. 그런데 보면 아시겠지만 이 만화는 어찌 된 영문인지 소년만화의 일반적인 틀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주인공이 등장하고, 동료를 만나고, 주인공이 수련을 통해 점점 강해지는 기본적인 노선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지만 만화의 초점은 결코 주인공에게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때로는 주인공의 동료들에게, 적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캐릭터들에게, 심지어 대적해야 할 상대임이 분명한 악당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을 때도 있지요. 주변 인물들이 너무나 개성 넘치고 매력적이기 때문에, 우습게도 헌터헌터는 주인공보다 주인공의 동료들이 더 인기있는(?) 만화가 되어 버렸지요.
또한 이 만화를 결코 평범한 만화로 놓아 두지 않는 것은 만화를 통해 등장하는 이색적인 요소들입니다. 얼핏 보면 미래 같으면서도 과거의 요소가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세계관이나 헌터라는 특이한 직업, 넨(念)의 존재는 말할 것도 없고, 경매 시스템이라든지 13권부터 등장하는 GI(그리드 아일랜드) 게임에 대한 것을 보면 작가가 얼마나 머리를 써서 만화를 그리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횡설수설하다 싶을 정도로 복잡한 전개와 수없이 깔린 복선들은 이게 과연 소년만화인지 미스테리 만화인지(?!) 헷갈리게 만들 정도지요. 때문에 한번 보아서는 헌터헌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없습니다. 아니, 그냥 '보아서는' 안됩니다. 꼼꼼하게 '읽어야' 할 만화입니다. 흘끗 보면 사이좋은 친구처럼 보이는 곤과 키르아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경쟁심리라든지, 크라피카의 처절한 복수극,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 같으면서도 동료를 위해선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버리는 모순된 집단인 환영여단 등등.. 아무 생각없이 한번 슥 읽고 말기엔 너무나 아깝고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지요.
토가시 요시히로의 전작인 유유백서와 헌터헌터를 비교하여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유유백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하지만, 저는 헌터헌터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겠습니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소년만화의 개념을 바꿀 수 있는, 몇 안되는 만화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어지럽게 이것저것 말하긴 했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헌터헌터는 정말 재미있는 만화입니다. 그러므로? 아직 이 매력적인 만화를 접하지 못한 분들은 꼭 '읽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