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살인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5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박순녀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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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 여사는 보수적인 도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들었다. 때문에 그녀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탐정들은 매우 엄격하다. 홈즈 같은 경우를 보라. 범인에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을 때엔 주저 않고 불의(?)를 저지르기도 하지 않는가! 하지만 포와로나 마플 양에게 용서라는 단어는 흔치 않다. 애초부터 범인들을 '뭔가 결여된 사람' 으로 설정해 놓고 용서의 여지 자체를 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내가 주인공의 처지에 있었다면, 나는 조용히 입을 다물고 모든 것을 깨끗이 잊어 버리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살인은 어느 때고 위험하다. 이미 오래 전에 묻혀버린 사건을 캐고 들어가서 좋을 것은 없지 않은가. 그러나 크리스티 여사는 악은 철저히 응징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인지, 우리의 주인공들은 위험하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묻혀 버린 살인 사건 추적에 나선다. 잠자는 살인 뿐만이 아니었다. '회상속의 살인' 이나 '코끼리는 기억한다' 에서도 지나간 사건에 대한 추적이 행해졌던 적이 있다. '운명의 문' 도 이런 소설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포와로, 마플, 부부탐정인 토미 - 터펜스는 독자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사건을 해결해 낸다. 항상 있는 일이겠지만 아슬아슬한 모험 끝에 사건은 종결되고 늘 해피 엔드. 그들은 언제까지고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 식의 결말. 안전하기는 한데, 이제는 살짝 식상해질 때도 되지 않았을까나.

개인적으로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잠자는 살인과 같은 류의 소설은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성에 대한 예리한 고찰이나 비판, 심리학적 분석보다는 '이런 류의 사람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어 있어' 라고 다짐하는 편견에 찬(?) 크리스티 여사의 목소리가 들려 오는 듯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 20년 이상의 시간의 벽을 뛰어넘어 증거를 모으고 용의자를 추적하는 등의 주인공들의 행동은 항상 흥미를 불러 일으킨다. 늘 그렇듯 가장 의외의 인물이 범인이라는 점은 - 굳이 스포일러라고 할 수도 없는 소리 아닐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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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9-17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유일하게 범인을 쉽게 맞춘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입니다.
구조가 너무 간결했던 것 같습니다.
리뷰의 마지막 문단에 공감합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