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
시라이 사토시 지음, 오시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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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자본주의는 유일 최선의 경제체제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거듭될수록 자본주의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혁명을 일으켜 전혀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는 일은 환상에 불과하므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현 시스템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싶은 열망에 휩싸여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자본주의의 전체적인 흐름에 관해 관심을 갖기보다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속품으로서 우리 자신을 인식해 왔다.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의 저자 '시라이 사토시'는 주객이 전도된 현 상황을 알아차리고, 자본에 봉사하는 도구로 전락한 인간들을 향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냐고 호소한다. '디플레이션 마인드'를 지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저자는 '자본론'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여주고, 당신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 오라고 독자들을 설득한다.


요즘 일본 젊은 층은 유토리 세대를 넘어 '사토리 세대'라고 불린다. '사토리'는 '깨달음'이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불가능한 사치스러움을 꿈꾸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122쪽)


일본의 '사토리 세대'는 한국의 'N포세대'를 떠오르게 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포기해야 할 목록의 숫자는 3 그리고 5였다가 종국에는 N이 되었다. 사태 초기에는 청년 세대도 자신들의 피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에 관한 대응책을 세워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기만 했고, 청년 세대도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요구를 접고 체념해 버렸다. 주위를 둘러보면 나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또래들만 보이기 때문에 삶의 '디플레이션'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좀 더 자본과 자본가를 위해 일하며 자신을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자본주의는 폭력에 의해 노동자를 생산 수단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마르크스는 죽을 때까지 수탈로부터 시작된 자본주의 사회가 막을 내리고 언젠가 부르주아가 몰락하며 공산주의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본주의에 비해 공산주의가 확실히 더 나은 대안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자본주의가 평범한 노동자들에게 유일 최선의 방식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 '시라이 사토시'는 책 속에서 줄곧 인간이 '자본'에게 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더는 참을 수가 없다는 자기 나름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 이하로 필요 정도를 끌어내리려는 압력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투쟁을 통해 필요 정도를 올려야 한다. 그것은 자신의 가치, 즉 등가교환되는 가치를 높이는 행위다.(267쪽)"라고 말했다.

마르크스와 '시라이 사토시'는 모두 인간으로서 우리의 가치와 권리를 잊지 않도록 가르친다. 나는 이것이 『자본론』과 『삶의 무기가 되는 자본론』이 주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자본을 위한 노동에 치여 죽어가는 생명들을 떠올리면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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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의 마인드 : 결정적 순간에 차이를 만드는 힘 - 자신과의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는 멘탈 트레이닝
짐 아프레모 지음, 홍유숙 옮김 / 갤리온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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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시대,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책

『챔피언의 마인드』



"노력이 부족해서 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강철 멘탈이 필요한 독자들에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중·고등학교 시절 우리는 너 나 할 것 없이 무대 위 '아이돌'이 되는 꿈을 꿨다. 그 못지않게 사랑받던 장래희망이 바로 '운동선수'였다. '김연아'나 '박태환' 등의 선수가 대한민국이 절대 이뤄내지 못할 것만 같던 목표들을 연이어 성공시키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두 개의 꿈 모두 끝까지 밀어붙이는 아이들이 적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그들의 목표에 대한 강한 집념과 강인한 정신력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요즘 '정신력'에 관해서라면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예능이 있다. 바로 <강철부대>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특수부대 예비역들을 출연진으로 해서 회마다 쉽지 않은 도전들을 거듭해 체력은 물론, 놀라운 정신력을 보여주며 사랑받았다. '김연아', '박태환' 선수부터 <강철부대>에 이르기까지, 뛰어난 정신력을 보여주는 이들을 볼 때마다 우리는 종종 넘지 못할 벽을 느낀다. 하지만 『챔피언의 마인드』의 저자 '짐 아프레모'는 "다른 사람의 위대함을 알아볼 수 있다면, 당신에게도 역시 그 위대함이 숨어 있다.(75쪽)"는 점을 계속해서 일깨운다. 그는 저마다의 삶 속에서 '챔피언'으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시작할 각만 열심히 재다가 자발적으로 지는 게임만을 지속해 온 독자들을 책 속으로 끌어들인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자신이 하는 일을 하고, 하던 대로 경기에 임하라.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건 내가 매일 하는 일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자.(183쪽)

저자 '짐 아프레모'는 미국의 스포츠 심리학자로, 많은 운동선수와 그들의 부모, 코치, 감독의 든든한 멘탈 코치로 활약하고 있다. 『챔피언의 마인드』에는 저자의 다년간의 경험이 집약되어 있고, 챔피언이 되고자 하는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어떻게 지속적으로 멘탈 관리를 해야 하는지가 책에 모조리 담겨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들이 운동선수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짐 아프레모'는 중요한 순간마다 너무 어깨에 힘을 주고 뭔가를 확실하게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휩싸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기 자신이 아닌 무엇이 되려고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적당한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지적은 삶에서 제 나름대로 겪는 중요한 변곡점에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일반 대중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는 말이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가 오면 지나치게 긴장하면서 억지로 몰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때가 오기 전까지는 자신을 확실히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은메달에 만족하고 있는지, 아니면 금메달을 향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질문하면서 노력 부족으로 삶에 아쉬움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만큼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나아갔기에 저마다의 분야에서 챔피언들은 중요한 도전에 맞서게 되었을 때 자기 자신처럼만 행동하면 되었던 것이다. 『챔피언의 마인드』는 독자들을 끝까지 밀어붙이면서도, 이를 발휘할 때가 오면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누구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주변의 방해물들을 철저하게 멀리하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그 끝에서 최선의 성과를 낸 챔피언들을 지지한 사람들을 떠올린다. 챔피언들이 온전히 자신의 분야에만 집중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희생되었을 사람들 말이다. 누군가가 놀라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묵묵히 그들을 돕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처리해 준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면서 이 글을 끝내고 싶다.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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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의 마인드 : 결정적 순간에 차이를 만드는 힘 - 자신과의 싸움에서 무조건 이기는 멘탈 트레이닝
짐 아프레모 지음, 홍유숙 옮김 / 갤리온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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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안에 내재되어 있던 ‘챔피언‘으로서의 ‘마인드‘가 깨어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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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프로젝트 -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29개의 이야기
빅터 라발 외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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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자 사람들은 새삼스레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앞으로 닥칠 일을 예견하고,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하면 좋을지를 모색하고자 했다. 카뮈의 『페스트』처럼 코로나 시대에 갑작스럽게 주목받기 시작한 책이 또 한 권 있었다. 바로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이다. 『데카메론』은 흑사병을 주제로 한 무리의 남녀가 주고받은 이야기를 액자 소설 형태로 모은 선집이다. 그리고 《뉴욕타임스》는 이 놀라운 작품을 기반으로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프로젝트에는 『데카메론』의 리뷰를 작성한 '리브카 갈첸'을 비롯해 서로 다른 문화적·지역적 배경을 가진 29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29개의 다양한 목소리는 지금 여기의 현실을 적확하게 묘사하거나 팬데믹 시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놓기도 한다. 한국 독자들의 삶과 닮은 듯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여기를 다시 들여다보고, 지금까지 놓쳐온 것들을 정비할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이제 완전히 다른 미래를 꿈꾸게 될 것이다.


언젠가는 과거가 될 지금 여기의 이야기

'코로나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


이 모든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첫 번째 돌멩이가 그를 가격했다. 그는 그것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뒤따라 날아오는 돌멩이들도 보지 못했다. 심지어 손으로 얼굴을 가릴 시간조차 없었다. 그는 그저 돌멩이가 빗발치는 길 한복판에 쓰러졌다.(95쪽, 「돌멩이」, 레일라 슬리마니)


코로나 시대와 마주하는 일은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의 표현처럼 불분명한 곳에서 갑작스레 날아온 돌멩이에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기분이었다. 이제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을 때 어디에선가 갑자기 돌멩이가 날아왔다. 문제는 그게 첫 번째 돌멩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2020년에 처음으로 뒤통수를 가격 당했을 때 우리는 2021년이면 모든 일이 과거지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21년 7월 우리는 여전히 하나의 악몽을 공유하고 있다. 더욱 침울한 것은 우리가 똑같은 악몽을 함께 꾸면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국가 내에 살더라도 다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새삼 발견하게 되었고, 가난이나 인종 등을 이유로 그어진 경계 때문에 어느 한 쪽이 받는 차별이나 배제, 소외, 무관심은 격렬해졌다. 코앞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한 후에 인류는 고작 봉쇄와 분열을 대책으로 선택했다. 삶의 터전에 대해 사람들이 받는 위협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격리 생활이 지속됨에 따라 사람들은 생계수단을 잃어야만 했다. 우리가 꿈꾸던 미래는 온데간데없고, 인류는 도리어 존재론적 위기에 처해있다.


한편으로 '코로나 시대'가 꼭 우리에게 부정적인 작용만 일으킨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교훈을 온몸으로 배우게 되었고, 지금 여기 우리 주변에 놓인 것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코로나로 멀리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동네를 산책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동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의 소중함을 깨닫는 기간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로 직장 동료들과도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어졌고,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집 안에 가두면서 친구들을 몇 달씩 만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대화의 기회를 포착하면 한층 수다스러워졌고, 아주 잠깐이라도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과 장소를 마련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애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기를 갈망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내가 아닌 누군가, 내가 모르는 낯선 누군가의 얼굴을.(304쪽, 「죽음의 시간, 시간의 죽음」, 줄리언 푸크스)"


"미래에는 모든 게 다를 거야."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래와의 조우를 고대하며


"미래에 또 어떤 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겠는가?(350쪽, 「열린 도시 바르셀로나」, 존 레이)" 그렇다, 우리는 스스로의 미래에 관해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2020년 코로나19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하루 평균 확진자가 1,000명에 도달하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게다가 두 해씩이나 코로나 바이러스에 고통받게 되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인생을 '열린 책'에 비유하듯이 우리가 사는 이곳은 '열린 도시'가 되었다. 이번 모퉁이를 돌아나가면 그다음엔 또 무엇을 마주하게 될지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상황이 꽤 많이 진척되고 나서야 전조증상이 있었음을 알아차리고, 뭐든 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때가 되어서야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고, 하루빨리 “누군가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면 좋겠(190쪽, 「스크린 타임」, 알레한드로 삼브라)다는 생각뿐이다.


점점 더 희박해져가는 인류애 속에서 우리가 지금의 악몽ㅡ코로나 혹은 그로 인한 분열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모든 상황에는 결국 끝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믿고 또 알기 때문이다. 과거와 미래를 가리고 있는 현재의 형상이 거대한 몸집을 치우고 나면, 우리는 모든 것을 '과거의 이야기'로 두고, 전혀 다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라는 질병뿐만 아니라, 악몽과 악몽 이전에 우리가 유지해 오던 온갖 악습과 차별, 멸시, 무관심 등까지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로 두고 미래를 향해 떠날 것이다. 나 하나가 아닌 우리 모두가 악몽으로부터 기적적으로 탈출해 '살아야 할 운명'임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열렬히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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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빛나는 강
리즈 무어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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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범죄스릴러의 등장

자기파괴적이면서도 희망적 스토리를 가진

'리즈 무어'의 신작 『길고 빛나는 강』을 읽다


『길고 빛나는 강』은 무척 잘 쓰여진 범죄스릴러 소설이다. 마을 전체가 '마약중독'으로 고통받는 '켄징턴'을 주요 배경으로, 몰입도 높은 스토리라인을 자랑한다. 범인이 누구인지 다 알았다고 자만할 때가 되어서야 진짜 이야기가 시작된다. 24구역의 순찰경관인 '미키'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면 '켄징턴'의 진실이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고,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마약청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린 '켄징턴'에서 비롯되는 절망감과 그 안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은 '자매애'로 『길고 빛나는 강』은 단순한 범죄스릴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책은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그 틈에서도 '인간성'과 '인류애'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을 건넨다. 이건 '마약중독'만이 삶의 유일한 방책이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한편으로 세상의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간절히 그들을 구해내고 싶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나쁘기도 하고 착하기도 해. 모두가.(508쪽)

삶의 부조리 그 자체인 '켄징턴'에 대항하는 데 두 가지 방식이 있다면, 그건 각각 '미키'와 '케이시'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순찰경관 '미키', 그리고 그녀와 달리 각종 범죄 이력을 가진 '케이시'는 자매로서의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과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서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몰락과 부패에 맞서기 위해 그들은 오랫동안 주먹을 쥐고 있었지만, '케이시'는 끝내 세상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로 그 방향을 돌렸다. '케이시'뿐만이 아니라, '켄징턴'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다. 그들은 세상을 변혁시키는 어려움에 대해 너무도 잘 알았고, 그보다는 '약물중독'으로 자신을 어둠 속에 가두고, 기회만 주어진다면 다시는 눈을 뜨지 않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켄징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끝에는 언제나 '약물중독'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약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었으므로, '켄징턴' 안에서는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다. '미키'는 자신이 자라온 동네를 보면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떠올린다. 그녀는 마약이 휩쓸고 간 자리에 결국 살아남는 건 고요뿐이리란 생각을 한다. 그러니까 사라진 동생 '케이시'를 찾아야만 한다. 너무 쉽게 자신의 삶을 파괴해 버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또 아무런 죄도 없이 윗세대의 삶을 물려받고 반복하게 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그런 의미에서 『길고 빛나는 강』은 '미키'와 '케이시' 자매만의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길고 빛나는 강' 위에 새겨진 떠나간 영혼들의 이름들, 이제는 사라져버렸지만 이전에는 지극히 선하고 전도유망했던 이름들을 건져 올리기 위해서 추적이 시작된다.




케이시가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케이시겠지.(123쪽)


『길고 빛나는 강』에서 주축이 되는 인물은 사실 순찰경관인 '미키'가 아니다. 그녀가 애타게 찾아 헤매는 동생 '케이시'라고 봐야 한다. '케이시'라는 인물은 그 누구도 될 수 있다. 그녀와 같은 처지에 있던 여성들뿐만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범죄에 취약한 환경에 놓인 인물들은 누구나 '케이시'의 얼굴을 하고 있다. 범죄의 주체자이지만 나쁘다고 확언할 수 없는 사람들, 그렇다고 해서 세상으로부터 용서를 받을 수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에 담겨 있다. '케이시'는 부모에 의해 태어날 때부터 범법행위에 노출되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불행이 범죄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 '미키'처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케이시'와 그녀 주변의 인물들만 보아도 인간의 선과 악이 지닌 양면성을 알아차릴 수 있다. 1차적으로 우리는 그들 앞에 이제까지 우리가 학습해 온 거의 절대적인 잣대를 들이밀고 판결을 내린다. 그때 '머혼 부인'의 목소리가 끼어드는 것이다: "케이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525쪽)" 그래서 나는 길게 나열된 명부 앞에서 무슨 말을 꺼내야 하나? 악하지만 선한 것이 분명했던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 판단해야만 할까? 이럴 때마다 당혹스럽고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다만 확실한 건 '길고 빛나는 강' 위에 새겨진 그 이름들을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건져올려야 했다고, 이번에는 늦는 일 없이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후회 속에, 동시에 어떤 희망과 기대 속에서.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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