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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초콜릿
황경신 지음, 권신아 그림 / 북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예쁜 글과 예쁜 그림,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이런 책을 선물 받으면 참 좋겠다 라는 거다. 특히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이렇게 적고보니 내가 스무 살로 돌아간 것 같다. 아니 소녀 같기도 하고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여자 같기도 하다.
"사랑을 해도 외롭고 사랑을 하지 않아도 쓸쓸한 봄날, 하지만 세상은 너무나 아름다워 그것만으로 눈물겹게 행복해지는 봄날, 그런날들이 막 시작되려 하는 어느날 아침 나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다. 그건 어제까지만 해도 소중하게 붙잡고 있었던 기억이었을까? 아니면 끝내 떨쳐버리고 싶었던 기억이었을까? 다시 돌아온 이 봄날이 또다시 떠나는 그날, 그는 내게서 무엇을 가지고 갈까? 혹은 무엇을 남겨두고 갈까? " P109
몽환적인 글을 쓴다는 황경신 작가의 글을 나는 그동안 읽어보지 못했다. 아니 어쩜 『PAPER』를 펼치다가 무심결에 읽었을 지도 모른다. 처음 읽는 듯한 그의 글에 대해 아쉬운 점이 없진 않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그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 같다.(사실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글보다는 그림으로 인해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병률 시인의 말처럼 '지난 날들이 우리를 살아 있게, 반짝이게 해주기 때문에 큰 고통이 없는 한 지난 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과거란, 지나간 사랑이란 고통스런 시간이었다고 해도 지나고나면 아름답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기도 하겠지.
그리고, 권신아 작가의 그림은 그야말로 나를 소녀로 돌려놓았다. 이런 그림을 어릴 때부터 좋아라 하기는 하지만 이 책에 들어 있는 모든 그림들이 이토록 마음에 들 수가 없다. 마음 같아서는 다 오려서 내 벽에 붙여버리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고, 한 장 한 장 사진으로 찍어 블로그에 써 먹을까 생각중이다.^^
책이란 이제 글발만으로 만드는 시절은 지났나보다. 글과 그림이 어울려주면서 서로에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었기에 이 책이 조금은 돋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뭐 순전히 내 취향이겠지만 .
사족:제목을 "화이트데이날 여자친구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라고 적고나서 생각해보니 이 책이 <사랑>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행복한 사랑에 관한 글들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또 문득, 이렇게 사랑스런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테니 선물하기에 안성마춤인 책 맞아. 하는 생각도 들었다. 페이퍼나 다름없는 리뷰를 적으면서 정말! 별 생각을 다한다. 켁,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