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밥도둑
황석영 지음 / 교유서가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나간 날의 사랑을 기억해내는 데 있어서도 남자와 여자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즉, 여자는 연장되지 않은 사랑의 대상에 대하여는 깡그리 잊어버리고 현재의 사람에 관한 가까운 기억으로 대치시킨다는 것이며, 아니면 할머니나 삼촌이나 사촌 형제나 또는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를 떠올리듯이 친근하고 일상적이던 추억을 간직한단다.

그에 비하면 남자들의 흘러간 사랑에 대한 기억은 대부분이 퍼즐을 맞추어놓듯이 여자와 가졌던 에로틱한 순간들을 모아서 간직하거나, 좋고 나쁜 일에 대해서도 전체의 줄거리는 잊어버리고 어느 시간의 미세한 부분만을 곰살궂게 기억한다는 것이다.

흔히는 남녀가 그 반대일 것이라고 여기다가도 스스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맞는 구석이 많은 것 같다. 거친 세상으로부터 따로 떼어놓은 감각적이고 부질없는 순간들과 잠재된 욕정이 오히려 남자들의 옛사랑에 대한 추억의 본모습이라니, 어쩐지 수컷이 슬프게 여겨진다.

프로이트 선생의 말씀을 들지 않더라도 성욕과 식욕은 어릴 적부터 잠재되어 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지배한다. ‘남녀가 함께 밥을 먹으면 정든다’는 우리네 속담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영혼의 집』으로 유명한 칠레의 작가 이사벨 아옌데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와 같이 먹었던 요리에 대한 얘기로 책 한 권을 쓸 정도였다. _「기억의 고리, 그 시작의 끝」 중에서

 

_황석영 쌤의 이 책을 나는 이제서야 읽었다. 벌써 개정판이 두번이나 나왔던 책이라는데..

먹방이 대세인 요즘, 그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로 가득하다.

읽다 보면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나와 공유하는 음식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도

그 옛날 엄마를 통해 할머니를 통해 먹어보거나 들어봤던 음식들의 이야기가

황쌤의 추억과 맞물려 내 추억까지 끌어온다.

첵을 덮고 나니 그랬다. 엄마가 연탄불에 구워준,

어릴 때 먹던 꽁치가 먹고 싶어졌다. 엄마표 육개장이 먹고 싶었고,

엄마가 매콤하고 맛있게 만들어준 장떡이 먹고 싶었다.

그렇게 엄마가 보고 싶게 만드는 책. <황석영의 밥도둑>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6-03-15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기회에 일독해야겠습니다.

readersu 2016-03-15 17:47   좋아요 0 | URL
네! 좋아요^^
좀 옛날이야기라서, 걱정을 하며 읽었는데...(나이가 들었는지, 다 알 것 같은..)
또 여자라서 그런지 앞부분에 군대이야기를 해서 낯설기도 했는데..
읽다 보니, 점점 재미있어지고, 아, 좋다..막 그런 느낌도 들고...그랬어요.
그동안 빛을 못 본 작품이라는데..왜 그랬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