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에 나온 책, 윌리 로니스의 사진 그리고 이야기를 담은 『그날들』 책이 나왔을 때, 사진을 보고 글을 쓴 형식(!) 때문에 관심이 갔었다. 소피 칼의 『진실된 이야기』를 읽고 공감했던 것처럼. 아마,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자주 올리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는 내 마음을 알 것이다. 사진을 찍고, 그 사진에 어울리는 글을 한번이라도 적어봤다면 소피 칼이나 윌리 로니스의 사진과 글을 좋아할 것이다.

 

이번에 이 책이 특별 개정판으로 나왔다. 구판이 양장본에 보기 좋은 큰 사이즈의 판형이라면 개정판은 무선이지만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대중판(!)인지 싸다(^^). 만약, 예전에 나왔을 때, 비싸서 차마 사지 못했다면 개정판을 강추한다. 사진 사이즈가 조금 작긴 하지만, 보고 느끼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니까.

 

책을 펼지기 전엔 사서 읽어야지, 하고 읽지 않은 줄 알았는데 책을 펼치니 떠오르는 기억. 맞아, 이 책을 몇 장 읽긴 읽었더랬다. 동생 책장에 꽂힌 책을 읽고 맘에 들어서 나도 사야지, 했다가 잊고 있었던 것.

 

책을 읽어보면 괜히 맘이 찡~ 한다. '그날'이라는 단어로 시작하는 책은, 내 이야기도, 내 사진도 아닌데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나의 과거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든다. 이상하지? 왜 그럴까? 막막 향수가 느껴짐(-.-);; 흑백사진이라서? 아니면 단순하게도 '그날'이라는 단어때문일까?

 

그날들, 그날은, 그래 그날에, 그날이었지, 그날!

 

아무튼 읽으면서 내내 내 책인양 빙의하여 추억에 잠긴다. 기분이 묘하게 좋다. 좋든 나쁘던 지나간 것들은 죄다 아름다운 건가보다. 그러고 보면 책은 추억으로 가는 플랫홈인 셈이다.

 

   그날, 나는 파리 외곽 몽트뢰유에 거주하고 있는 집시들 사이에 있었다.(…) 사실, 내 사진 인생을 통틀어 내가 가장 붙잡고 싶은 것은 완전히 우연한 순간들이다. 그 순간들은 내가 할 줄 아는 것보다 더 훌륭하게 나에게 이야기해줄 줄 안다. 내 시선을, 내 감성을 표현해주는 것이다. 사진마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데 뭔가 일어나고 있다. 내 인생은 실망으로 가득차 있으나 커다란 기쁨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이런 기쁨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삶이 슬그머니 아는 척을 해오면 감사하다. 우연과의 거대한 공모가 있다. 그런 것은 깊이 느껴지는 법이다. 그러면 그것에 감사하자. 내가 '의외의 기쁨' 이라 명명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머리에 꽂은 핀처럼 사소한 상황들. 바로 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뒤에도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늘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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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1-0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판 봤었는데... 참 좋은 사진과 글!

readersu 2015-01-08 18:26   좋아요 0 | URL
진짜, 글 다시 읽으며 우왕, 우왕, 했어요...멋짐멋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