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딸이 어느 트럭 운전사의 품에 안기게 될까봐 노심초사했었다. 그보다 더 나쁜 건 사회주의자의 품. 그리고 더 나쁜 건 흑인의 품!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파르르 떨렸다. 흑인하고 같이 있는 제니의 모습이라니! 그러자 문득 불안해졌다. 훌륭한 작가들 중에는 유대인이 많다는데, 혹시 쿼버트도 유대인이면? 끔찍한 일이었다! 어쩌면 유대인이면서 또 사회주의자일지도 몰랐다! 유대인은 피부색으로 구별할 수 없다는 것이 속상했다. 적어도 흑인들은 피부색으로 드러나니 훨씬 더 정직하지 않은가. 하지만 유대인들은 음흉했다. 경련이라도 이는 것처럼 속이 찌르르했다. 로젠버그 사건* 이후 그녀는 유대인들을 무서워했다. 소련에 핵무기를 넘겨주기까지 한 자들이 아닌가.** 쿼버트가 유대인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불현듯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시계를 보니, 쿼버트가 오기 전에 잡화상에 다녀올 여유가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_『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책을 읽다 보면 문장 속의 글을  읽으면서 다른 책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이 책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읽으면서도 그랬죠.

 

때는 1975년. 미국의 동북부에 위치한 뉴햄프셔 주의 오로라, 라는 도시입니다.(오른쪽 사진 속 맨 오른쪽 위 노란색 부분) 그곳에서 '클락스'라는 식당을 하고 있는 태머라는 자기의 딸 제니와 그곳에 글을 쓰러 오는 작가 해리와 짝을 지어 주고 싶어합니다.  제니와 유명한 작가(!) 해리가 결혼만 한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식당 '클락스'도 유명해질 거라면서 상상을 하죠. 위의 문장은 그 상상 속의 한 장면이에요. 해리가 나타나기 전까지 딸 제니에 대해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한데 막상 해리와 짝을 지어줘야지 생각하자 이제는 해리의 출신성분이 걱정입니다. 이건 아마 세계의 모든 엄마들의 걱정이 아닐까요?

 

그 걱정의 문장 속에 들어 있던 '로젠버그 사건' 

이 사건을 듣자마자 떠오르던 책이 있었습니다. 다들 생각나시나요?

물론 책에는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만. 네, 바로 E.L.닥터로의 『다니엘서』였습니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54 이죠.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로젠버그 사건 에 나온 글을 옮겨보면,

 

1953년 유대인 이민자의 후손이던 로젠버그 부부가 소련에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본인들이 무죄를 주장했고 죄를 인정할 만한 확실한 증거도 없었지만, 당신의 매카시즘 분위기 때문에 사형이 집행된다.

 

이쯤되면 '로젠부부 사건'이 궁금해지죠?

그렇다면 이 책 E.L.닥터로의 『다니엘서』 를 읽어볼 차례입니다.^^

 

다니엘서』는 핵폭탄 기밀을 소련에 넘기려 모의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당한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소설로 비판해온 닥터로는 이 작품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적인 의미와 정신이 어떻게 사회에서 음모로 위협받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허구를 오가며 그 구분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할 뿐 아니라, 소설을 빙자한 진실의 메아리를 독자에게 끊임없이 환기시키면서 오늘의 사회가 사형존폐론, 체제 권력의 힘과 개인적 자유의 상관성 등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시사한다. 

 

좀 더 자세한 것은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054

 E.L.닥터로의 『다니엘서』 미리보기를 참고해보면 되겠습니다~ 

 

다시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로 돌아와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지? 하는 것도 궁금했지만

매 장마다 나오는 해리의 글쓰기에 관한 조언이 참 유익했어요.

저는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닌데

해리의 조언대로 소설을 한번 써보고 싶은 생각은 들더라고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조언이라면 이런 것,

 

 

"작가들이 여린 존재라면 말일세. 마커스, 그건 그들이 두 가지 종류의 감정적 고통을 겪기 때문이네.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 두 배를 겪는 거지. 사랑 때문에 겪는 고통과 책 때문에 겪는 고통. 책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과 같지. 굉장히 고통스러워질 수 있네." 

 

"해리, 어떻게 하면 책을 쓸 능력이 있다는 확신이 생길까요?"

"그런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네. 자넨 그런 능력을 갖게 될 걸세. 마커스, 갖게 될 거야. 난 알 수 있네."

"어떻게 그렇게 단언하죠?"

"이미 자네 안에 있으니까. 그건 일종의 질병이네. 작가들의 병.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쓰고 싶지 않은데도 안 쓸 수가 없는 병."

 

"마커스, 누군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뭔지 아나?"

"아뇨."

"그 사람을 잃는 것이네."

 

 (…)

"그러니까, 단어는 단어일 뿐이고, 또 모든 사람의 소유라는 말일세. 사전을 열고 아무 단어나 골라보게. 그 순간부터 비로소 흥미로워지지. 그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나?"

"어떻게요?"

"단어를 하나 고르고, 그걸 자네 책 속에 계속 등장시켜보게(…) 원래 단어들은 모든 사람의 것이지만, 자네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네. 두고보게. 마커스, 책은 단어들과 관계를 맺는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지만, 그건 옳지 않네. 책은 사람들과의 관계야."

아, 정말 멋진 조언들 아닌가요?

요것은 겨우 1권에 나온 '새 발의 피'입니다.^^

해리의 조언대로 글을 쓴다면, 정말!!!

 

그래서

 

이 소설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추리 소설인지, 글쓰기 학습 글인지, 사랑에 관한 소설인지

아리송합니다. (아니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작품?!!)

꼭 고른다면 읽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튼 이런 소설, 놓치면 후회합니다.

지금 당장 클릭하세요. 그리고 주말을 『HQ: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과 함께!!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약장수 빙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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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3-08-0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이야 늘 잘 쓰고 싶죠. 덕분에 좋은 책 알고 갑니다.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요. 건강 잘 챙기시구요.^^

readersu 2013-08-20 09:22   좋아요 0 | URL
앗, 이제야 댓글을^^;;
휴가는 나중으로 미뤘어요.
날씨 넘 덥죠?
애티커스님도 건강조심!!
글도 열심히 쓰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