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쓰기가 책대책이나 주제로 묶은 책들이에요. 이번에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은 남자들 머릿속엔 '첫사랑'의 환상이 어떤 형식으로 숨어 있는 걸까? 하는 거였어요. 주변에 '아는' 남자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다들 '첫사랑' 만큼은 꽤나 진지했더라구요.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몹시도 아파하고 또 그만큼 잊지도 못하고 있는 듯. 그래서!!  생각난 김에 "남자들의 지고지순한(!) 첫사랑"에 관한 책, 세 권을 골랐어요. 세상의 많은 작가들이 많은 작품 속에서 그 사랑을 얘기했지만 저는 세계문학에서 골랐는데 고르고보니 너무 대중적(-.-) 뭐 이유라면  제가 읽은 책을 위주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세 권의 책으로만(사실은 더 많은 책을 추천하고 싶었는데, 아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글쓰는 일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많으면 힘드니까ㅋㅋ 대충;;) 아무튼 처음으로 생각난 책은 F. 스콧 피츠제랄드의 《위대한 개츠비》입니다.

 

 

 

얼마 전에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봤어요. 그 영화 속에 스콧 피츠제랄드가 나오죠. 길이 스콧의 부인인 젤다와 인사 나누다가 깜짝 놀라는 모습이 다시 눈에 그려지는데요. 피츠제랄드, 그가 누구인지는 다들 아시죠? 네, 그 위대하고 위대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랍니다. 제가 이 작품을 본 것은 오래 전인데, 영화로도 보고 글로도 읽었던 것 같아요. 스콧 피츠제랄드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를 쓴 작가이기도 하죠. 언젠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 영화가 개봉되면서 여러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도 했어요.

 

 

소설은 화자인 '나(닉)'가 이웃사람인 개츠비에 대해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문장에 '나'는 아버지에게 들은 충고를 떠올리면서 시작하죠.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 시작부터 좀 의미심장한데요. 닉의 집은 볼품없으나 이웃 개츠비의 집은 거대하고 멋집니다. 연일 파티를 열죠. 이 모두가 한 여자를 불러(!)들이기 위함입니다. 파티가 끝나면 그는 마당 건너 저 아랫집 창문의 녹색불을 응시합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곳에 있는. 네, 상상하던대로예요. 그곳에 개츠비의 첫사랑 데이지가 살고 있습니다. 돈 많은 남편 톰과 함께. 한때 데이지와 사귀었던 개츠비는 가난 때문에 데이지와 헤어졌다고 생각하고 돈을 모아 복수하듯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죠. 그리고 ……

 

 

 

제가 생각하는 첫사랑은 순수함이에요. 상대에 대한 어떤 욕망이나 집착, 욕심도 없는 순수함 그 자체. 첫사랑은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을 하죠. 영화 [건축학 개론]의 승민이처럼. 한데 개츠비의 첫사랑은 그렇지 않았나봐요. 스스로는 순수하다고 생각했을지언정 열등감과 강박에 쌓여 부자가 되면 떠난 그녀가 되돌아올 것이다, 착각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여자는 여우죠. 가난하다는 이유로 남자를 버리는(!) 여자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걸 개츠비가 몰랐다면, 순수한 것, 맞다고 할 수 있겠네요(제 생각엔 멍청하다고 하고 싶지만(-.-)) 아무튼 첫사랑을 못 잊어 돌아온 개츠비를 보니 측은지심. 왜 그랬어? 세상엔 널리고 널린 게 여자인데, 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첫사랑과 다시 만나 잘 된 경우, 과연, 얼마나 되겠어요. 그쵸? 어, 이렇게 말하고 나니 갑자기 떠오르는 남자가 있군요. 험버트 험버트. 누군지 알 것 같은가요? 이름도 성도 험버트인 그 남자, 맞아요. 다음 책은 《롤리타》예요.

 

 

한 소녀를 지독하게도 사랑한 남자, 험버트 험버트. 김연수 작가는 《롤리타》관련 글에서 험버트*2라는 귀여운(!!) 글장난을 하기도 했는데 그 험버트 험버트의 첫사랑 기억하나요? 롤리타 아니냐구요? 오우, 노우! 험버트의 첫사랑은 롤리타가 아니었어요. 그럼 누구? 그에게 첫사랑의 상처를 준 여자는 애너벨이라는 소녀입니다. 애드가 앨런 포는 <애너벨 리>라는 시에서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이라고 노래했는데 험버트에겐 그 정도는 아니었나봐요. 애너벨이라는 첫사랑이 있긴 했으나 롤리타를 보는 순간 애너벨은 잊고 말았으니까요. "그녀 전에 다른 여자가 있었던가? 있었지. 그래 있었어. 사실은 어느 여름날 내가 어느 어린 소녀애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롤리타는 없었을 것이다. 바닷가 어느 왕자의 궁에서. 아, 언제? 롤리타가 태어나기 전, 그래 여름 내 나이 때."


험버트의 롤리타를 향한 사랑은 눈물겹습니다. 여자로서 도무지 그의 사랑을 이해할 수가 없지만 도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어린 롤리타에게 여자를 느끼게 했을까요? 첫사랑, 애너벨때문이랄까요? 그녀를 잃은 상처가 그런 사랑을 만들어냈을까요?

 


첫사랑이라고 하면 반드시 떠오르는 남자, 여기 또 있습니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입니다. 러시아 문학의 3대 거장(톨스토이, 도스터예프스키)으로 꼽힌다는 그의 작품 《첫사랑》은 '창작이 아니라 나의 과거'라고 했을 정도로 자전적 요소가 짙은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개츠비나 험버트에 비하면 블라디미르의 사랑은, 진짜 순수한 사랑이었어요.


열여섯의 블라디미르는 많은 시를 외우고 있었고. 블라디미르 안의 피는 방황했고, 심장은 달콤하면서도 간지럽게 죄어 들었으며 무언가를 늘 기다리면서도 두려워했지만 모든 것이 놀라웠고 준비가 되어 있었죠. 그런 그 앞에 온 몸이 떨리고 정신을 아득하게 만드는 여자, 지나이다가 나타납니다. 블라디미르는 첫눈에 빠져들고 말아요. "날씬한 몸의 선, 가는 목, 아름다운 손, 흰색 스카프 아래 약간 헝클어진 금발머리, 반쯤 감은 영리한 눈과 눈썹, 그 아래 부드러운 뺨……" 정신없이 빠져들지만 그녀에게 블라디미르는 '어린아이'에 불과하죠.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따로 있었으니까요.


첫사랑은 늘 그렇습니다. 이루어지지 않거나 내 사랑이 받아지지 않은 채 끝나버리죠. 그리고 세월이 흘러 누군가에게서 첫사랑에 대해 이야길 듣습니다. 대부분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을 살고 있기도 하고 간혹 세상을 떠난 사람이기도 하여 마음을 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첫사랑은 풋풋하기도 하고 아릿한 기억을 주기도 하지만 남자에게 첫사랑은 살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런, 추억인가 봅니다. 개츠비도 험버트도 마흔이 다 되어 평범하지 않았다며 첫사랑 얘길 꺼낸 블라디미르에게도.


그렇다면 여자에게 첫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라고 여자의 첫사랑도 쓰려다가 힘들어서 포기^^;;

그래도 나중에 생각나면 꼭 써보도록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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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2-08-2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의 첫 사랑은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께요,,이런 페이퍼 좋아요!!리더수님 화이팅!!^^

readersu 2012-08-20 15:31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좋아해주시니까 힘이 불끈!
조만간 꼭 써보도록 하겠어요. 좀 더 깊고 넓게 써보고 싶은데 제 글쓰기의 수준이 너무 얕아서 아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