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하고 있다, 곧 나올 것이다! 하기를 어언 일 년은 더 된 것 같다. 번역 다 끝났다, 는 소식도 들었는네 책은 안 나오고 있어서 이건 뭐야, 속셈이 있는 거야? 혼자 상상을 했다나. 한데 그렇게 기다리던 책이 어제 내 손에 들어왔다. 드디어! 마침내!!!

 

뭔 책인데 그토록 기다렸냐구? 이 작가는 내게 좀 특별하다. 이름이 있는 작가도 아니다. 사람들이 잘 모른다. 이 책이 겨우 두 번째 책이고 첫 책 《유령 비행기》는 2008년에 나왔다. 두 번째 작품인 《소년탐정 실패하다》가 곧 나올 것이라는 소식만 듣고 있었기에 늦어도 2010년엔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었다. 근데 이제서야!! 내가 원서를 주르륵 읽을 줄 아는 실력이면 이미 죠 메노의 작품을 다 섭렵하고도 남았을 터인데 실력이 없으니 그러지도 못하고, 번역이 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그럼 죠 메노가 누군인지 궁금할 것이다. 그는 작가다!(크크 장난하나?! 맞다. 장난 크크). 첫 책 《유령 비행기》의 프로필에 보면 '미국 팝아트 소설가'라고 되어 있다.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잘 모르는 출판사에 처음 보는 작가, 광고도 없었고 눈을 끄는 표지도 아니었기에 읽을까 말까, 하다가 단편이니 어디 읽어봐? 하며 읽었더랬다.결과는 대박! 단편집이었는데 삽화랄까, 그림이랄까. 아니, 문학에, 단편 소설의 단행본에 삽화나 그림을 넣는 무모한 어쩌고 저쩌고 하며 좀 가볍게 여기며 읽었는데(더구나 20편이나 되는 단편이라니!) 문체가 완전 내 스탈이었다. 좋았다. 스토리도 독특했는데 스무 편의 소설이 지구상의 재앙, 그러니까 태풍이나 지진, 전쟁, 홍수 그리고 나날이 무능해지는 정치인들에 이르기까지 그 재앙으로보터 벗어나려는 의도로 기획되어 출간된 것. 그러니 독특, 그 자체일밖에. 그중 단편 하나를 읽고 리뷰라기보다는 단상을 적은 글  == >http://blog.aladin.co.kr/readersu/2436726  그때도 나는 좋은 책, 내 맘에 드는 책을 보면 친구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중에 이런 주제로 글을 썼더랬다. <내겐 너무 아까운 책>, 이런 글을 쓰게 한 작가였으니 내가 목메고 기다릴만하지 않겠는가. (암, 그렇고말고 나의 작가 편애는 끝이 없다)

 

 

 

 

언젠가 모 작가님이 내게 단편집 한 권 추천해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오! 작가님이 내게?->아우, 잘난 척 크크 ->내가 신간을 워낙 많이 접하니까 가끔 물어본다) 마침 내 책상 앞 책꽂이에 꽂힌 《유령 비행기》가 보였고 그 작가님과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취향이긴 한데 어떨지~ 하며 추천을 해줬더랬다. 나중에 다 읽고 그가 말했다. 본인 취향도 맞다고. 아주 맘에 들었다고. 좋은 책 소개, 고맙다고. 야아~ 내가 추천한 책을 읽고 공감하며 이런 말해주면 추천한 사람으로서 완전 기분 좋다. 그와 내가 비슷한 취향이구나, 오홋!!  하긴 그래서 내가 그 작가님을 좋아하지... (암튼 그의 단편집도 조만간 나올 것이다. 그때 가면 누군지 알려주겠음^0^ 억수로 인기 좋은 젊은 작가!)

 

어랏, 쓰다보니 사설이 너무 길었다. 그럼 진지하게 《소년탐정 실패하다》의 책 소개!

 

줄거리는 이렇다,

 

열 살 소년 빌리 아고는 생일선물로 탑정놀이 세트를 받는 순간부터 탐정이 되어 타고난 천재성을 발휘한다. 빌리와 여동생 캐롤라인, 동네 친구 펜튼으로 구성된 소년탐정 3인조는 거침없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승승장구한다. 하지만 빌리가 범죄에 관한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들의 화려한 유년시절은 막을 내리고, 엄청난 비극들이 들어닥친다.==> 이후의 이야긴 직접 읽어보셔야만 한다! 흥미진진하므로.

 

이 책은 국내에서는 두 번째 출간작이지만 죠 메노의 작품으로선 《유령 비행기》보다 이전에 나온 작품이다. 이 책으로 죠 메노는 2003년에 '넬슨 올그런 단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소년탐정 실패하다》는 처음엔 마치 '탐정놀이'에 빠지는 아이들의 이야기처럼 시작하지만

'인간세계의 모순과 사악이라는 심오한 주제'에 관한 작품이다. 유년시절의 막이 내리고 삼인조에게 닥쳐온 비극이 무엇이고, 그 비극을 빌리가 어떤 식으로 해처나오며 마지막 사건을 어떻게 종결하는지 따라가며 우리는 '절대악'이라는 본질을 알게 된다.

 

미국 작가에게 9*11테러 사건은 굉장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그걸 모티브로 수많은 스토리를 내보이고 있으니까. 죠 메노 역시 그때 가졌던 거대한 의문점을 풀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자국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작가들의 끊임없는 진실에 관한 글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광주민주항쟁에 관한 작품이 잊을만하면 나오듯이.

 

 

 

 

이 책의 뒷부분 작품해설에는 옮긴이인 김현섭과 죠 메노가 직접 주고받은 질문과 답변이 실려 있다. 또 흥미롭게도 부록으로 딸린 부분엔 '소년탐정과 함께 퍼즐 풀기' 라거나 '비밀 메시지 찾기', 작품 속, 인물이 만든 요리 따라 만들기 등등 재미있는 페이지가 들어있다. 그리고 뒷표지 일부분은 '소년탐정 암호해독기'를 만들어보는 페이지가 달려 있기도!! 소설이면서 이런 '창의적인' 재미까지 주다뉘. 역시 '팝아트 소설가'답다. 죠 메노에겐 정말 잘 어울리는 듯.

 

 

 

몰랐던 작가의 책을 읽고 그 작품에 빠져보는 일은 언제나 신비롭고 흥미롭다.  처음 그 작가의 책을 읽고, 감동 받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같이 공감하는 일. 책을 읽는 독자로선 괜히 즐거운 일이다. 아직도 죠 메노를 모른다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독특하면서 흥미와 일상의 감동까지 전해주는 글들에 아마 반할지도~

 

흥미로운 것은,

빌리가 사는 곳이 '고담'이라는 도시라는 사실! 어디서 많이 듣지 않았던가??

온갖 범죄와 악당들이 판을 치는 배트맨의 어두운 도시~

 

우리 도시의 일간지에는 죽은 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에 대한 광고가 실려 있다. 그런 광고들은 사라진 자동차 기계 연결부를 다시 복구해준다는 광고 옆에 있다. 그들의 사무실에는 가구가 없다. 그들의 사무실은 조용한 회색 방으로 바닥에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온, 혹은 그렇게 보이는, 수십 개의 라디오가 놓여 있을 뿐이다. 바로 이런 이상한 사무실에서 직업에 어울리는 옷을 입은 여인이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어디에서 목숨을 잃었는지 물어볼 것이며, 그 다음에는 줄지어 있는 이상한 형태의 라디오들을 응시하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 손으로 가리킬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부터"라고 그녀가 말할 것이다. "아이슬란드에서 죽은 사람들은 결국 모두 이곳으로 오지." 당신은 라디오 스피커의 십자무늬에 귀를 기울릴 것이다. 그녀는 한두 마디를 외치고 나서 스위치를 켤 것이다. 그러면 곧 놀랍게도 당신은 낯익은 목소리가 말하는 것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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