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영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결말을 보면서 떠오른 책이 있다. 그리고 뜬금없이 '젊음'과 '늙음'에 관해 조잘대는 것은 오늘 아침에 읽은 책 때문이다. 그 책들에 대해선 이따가 얘기하고 우선, 어제 본 영화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이렇다.

 

젊음, 특히 여자들이 느끼는 노화의 공포(!)로 인해 젊어지고자 하는 욕심 혹은 관심이랄까, 어떻게 하면 더 젊어보이고 동안이라는 소릴 들을까, 하는 마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거다. 특히 나처럼 20대 이후로 변화 한 것이라고는 나이 먹은 것밖에 없는 노츠자로서는 마음은 아직도 스무 살인데 몸과 모습은 자꾸만 변해가는 것이 너무나 못마땅하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으니 그들보다 훨씬 젊어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젠 눈에 보이게 뚜렷해지는 늙음(!)으로의 진행.

 

아가씨에서 아줌마, 간혹 딴엔 잘 불러준다고 어머니나 사모님이란 말로 나를 지칭할때, 충분히 경기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이젠 할머니 소리 들을 날 얼마 남지 않아, 조금은 나이 같은 것 초월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그래서 내가 사악한 그 여왕의 마음을 이해한다. 이해 백만번하고도 남는다. 누군들 그런 마음이 없겠어,. 젊고 싶고,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욕망일테니까. 조물주께서 인간을 만들 때, 모습은 30대로 두고(내가 보기엔 30대가 가장 아름다운 듯) 나이와 보이지 않는 곳의 몸에만 늙음을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면 겉 모습에 드러나는 늙음 때문에 고민하지 않,.... 근데 그렇다고 해도 몸이 늙으니 젊은 몸을 욕심내긴 하겠다;;

 

아무튼 어차피 늙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곱게 늙어야지, 하고 맨날 생각한다. 정말 잘 늙었구나. 얼굴에 나타나는 그런 얼굴로. 그러려면 항상 웃고 긍정적이고 그래야만 하는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에서(앗, 이것은 스포일러가 들어갈 수도!) 사악한 여왕은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마을 어린 여자애들을 잡아와 그녀들의 기를 빨아마신다. 그러면 주름살이 펴지고 순식간에 탱탱한 피부로 변한다. 하지만 기를 빼앗긴 소녀들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변한다. 아마 영화에서 봤을 때, 사악한 여왕은 권력과 자신의 욕망을 위해 절대악과 거래를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 무조건적으로 봉사하는 동생에게마저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 걸로 봐서는 대단한 절대악. 그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책은 바로 얼마 전에 읽은 《스타터스》이다.

 

 

미래의 어느 날, 20살과 60세 사이의 인간은 멸종을 하고 20살 이전의 아이들과 60세 이상의 노인들만 남는다. 이런 구성에서 힘이 있는 사람은 당연히 부를 축적한 노인들이다. 그 노인들이 사회의 주축이 되고 사회를 이끌어가는 세상이 된 것이다. 과학의 발달로 수명도 거의 200세까지 산다. 그러니 쪼글쪼글해지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절망을 할까. 그래서 그들은 나름의 방법을 계발한다. 바로 젊은 아이의 몸을 지배(!)하는 거다. 그니까 정신은 노인, 몸은 젊은이. 그러다가 급기야 그들이 생각해낸 것은 아예 몸을 바꿔치기 하는 거다. 그게 성공하게 되었는지는 책을 읽어보시고.

 

 

이 책을 읽으면서 노인들의 욕심(!)에 너무나 소름이 끼쳤다. 아무리 200세까지 삶이 연장된다 하더라도 그렇게 해서라도 살고 싶은 걸까? (라고 이렇게 겉으로는 말하지만 솔직히 나도 요즘 입가의 주름이며 눈밑의 주름을 볼 때마다 주사라도 맞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지난주 만난 친구가 각진 턱 때문에 주사를 맞았는데 그 주사 한방에 어찌나 달라보이던지 정말이지 내 곳간에 돈이 넘쳐흐르면 한번은 맞아보고 싶은(곳간이 텅텅 비었길 망정이지) 마음이 생기더라) 한데 그런다고 해서 내 몸이 다시 젊음으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200세가 되면 죽고 말 것인데(라고 말은 하지만, 죽을 때 죽더라도 젊게 살고 싶기도 하지 ㅋ)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 것 같다. 판타지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어제 영화에 관해 말하면서 최악의 영화였다, 재미 드럽게 없었다,고 했는데 찾아보니 원작이 있다. 영화도 3부작으로 나올 예정이란다. 어제 글에 탑에 갇혀 지냈던 공주가 어떻게 뜬금없이 쌈 잘하는 공주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툴툴거렸는데 원작엔 이렇게 나온다. "여왕에 의해 탑에 유폐되어 있던 공주는 백마 탄 왕자님에 의해 구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망을 쳐서 검술을 배운다. 여왕의 통치로 인해 폐허가 된 왕국 곳곳을 지나면서 백성들을 위해 여왕과 맞설 것을 다짐하고 전사로서 각성한다" 내가 어제 온갖 동화의 패러디판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백설공주> 의 현대판이란다. 원작에서처럼 왕자에 의해 구출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망을 치고 검술도 배우고 앞장 서서 여왕을 물리치는. 이제서야 아하, 이해가 되었다. 차라리 원작을 읽고 영화를 봤으면 훨씬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너무나 많은 것을 생략한다. 더구나 판타지 영화에서의 사소한 생략은 의문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러므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을 보고 이해가 안 된다면 원작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책에서나 사악한 여왕으로 나오지만 그녀도 알고 보면 정복전쟁(!)의 희생자.

우연히 얻게 된 젊음의 욕망에 매몰되어 가는 조금은 가엾은 여인이나 근본은 역시 사악한 듯.

 

 

 

아무튼 내가 뜬금없이 늙음과 젊음에 대해 주절대는 것은 오늘 읽기 시작한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의 영향이다. 그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남자들이 더 이상 날 쳐다보지 않아." 이 얼마나 가슴 아픈 말인가? 라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면 나 역시 젊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 나의 어리석은 멘션에 띠동갑 젊은 친구가 내게 말했다. "저런 말에 공감하기엔 언니는 너무 젊잖아요. ^--^" 위로가 된다. 어쩌면 저런 말을 노리고 이런 글을 써대는지도 몰라. 그러니 친구들, 뭔 댓글을 달아야 하는지는 알쥐? ^0^

 

아놔, 근데 어째 바다로 갈 글이 산으로 간 느낌;;;

한두 번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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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0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 더 이상 날 쳐다보지 않아." 란 이 페이퍼의 인용문을 보니, 저는 몇 년전에 보았던 프랑스 영화 [미스트리스]가 생각나요. 거기엔 대단히 예쁜, 그러나 이제는 나이 들어 화려했던 과거처럼 남자들을 유혹할 수 없는 여자가 나오는데요, 그녀를 보고 한 여자가 자신의 친구에게 그녀의 시절은 갔다며 이렇게 말해요.

"서른 여섯. 더이상 남자를 후릴 수 없는 나이지."

아......정말이지 가슴이 턱, 막혀버렸지 뭡니까!

readersu 2012-06-05 15:41   좋아요 0 | URL
아아, 제가 서른여섯이라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을 다 후리고도 남았을.....^^;;;수 있었을까요? 서른여섯이라는 나이도 무진장 부러운 저는, 역시 젊음에의 욕망이 매우 강한 노츠자;;;

저 글에 친구가 답하길,
남자들이 널 쳐다보지 않으면 너가 남자를 쳐다보면 되지 뭔 걱정이냐! 하더군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바보 같은 소릴 했는데..그것은 살짝 뭐랄까, 자존심이 좀 상하면서..근데 아 정말, 저도 쓸데 없는 돈만 있으면 몸을 바꾸고도 남을 인간이지 뭐예요;;;

[미스트리스], 어떤 영화인지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