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서면서부터 너무 정신이 없었다. 평일은커녕 주말에도 책 읽을 틈도 없이 바빴는데(그 와중에도 너무 재미있었던 《시작은 키스》와 읽다 말았던 《깡패단의 방문》은 읽었다) 오늘부터 다시 텅 빈 시간들이 찾아왔다. 바쁜 후에 찾아온 시간이라서 여유롭다거나 혹은 아, 이제 좀 쉴 수 있겠다, 가 아닌 뭔가 허전하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 더 강하다. 친구는 이럴 때 술 약속을 잡아야 한다고 하는데 마땅히 잡을 약속도 없고 결국 내린 결론은 책이나 읽자는 것. 이번 주에도 읽어줘야 할 책이 한두 권이 아닌데다 책 안 산다고 해놓고선 적립금 생기자마자 찜해둔 책들을 마구 사댔었기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책을 읽어줘야 한다는 의무감?!^^;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 작가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라딘 서재에서 들었다. 전작을 너무 재미있게 읽은 탓에 후속작을 기다렸는데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소설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도우 작가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모를 수는 없다. 등단 작가가 아닌데다 로맨스 소설로 분류가 되기도 하지만 책을 읽고 너무 공감하며 홀릭하여 친구들에게 입소문을 냈던 책이기 때문이다. 또 읽은 친구들마다 다들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책수다를 떨만큼 좋았던 책이었기에 나 말고도 알라딘 서재에서 누군가 이도우 작가의 책 이야길 했을 때 대개 반가웠더랬다. 하지만 읽던 책들이 많은데다 간만에 나온 책이라 반응이 궁금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선 순위 구입 품옥으로 올려놓고 마침내 내 품에 들어온 것이다.

 

잠옷을 입으렴》, 책소개를 보니 읽고 싶은 마음이 배가 되었다. 더구나 그가 추억하는 어릴 때의 기억들이 죄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들과 맞물려 있는 듯하기 때문이다. 먼저 읽어본 사람들의 평이 한결같이 서정적이고 먹먹하다며 말하는 걸 보니 역시 이도우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당장 읽어보고 싶어졌다. 주말, 읽을 순위 1순위.

 

 

이웃 블로그 님의 롤랑 바르트 사진 이야기를 읽다가 그 책이 읽고 싶어 검색하던 중에 발견한 오래된 책《사랑의 단상》, 그동안 롤랑 바르트라는 이름만 들었지 그의 저서를 한번도 읽어보려고 한 적이 없었는데 독서의 세계는 놀라워라. 관심이 없던 작가도 어느 순간 갑자기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이 책을 구했다. 원래 관심을 두었던 책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고.

 

검색해보니 나온지 꽤 오래된 책이어서 동생 집 책꽂이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살펴본 결과, 역시 있었다. 정말 오래된(1991년 문학과지성사) 판본의 책으로 색은 바랬고, 활자는 작았다. 웬만하면 그 책을 읽어볼까 싶었는데 도무지 내키지 않았다. 하여 할 수 없이 비싼 책이었지만 구하고 말았다는.

 

서점의 미리보기로 잠시 보고 어제 받은 책을 앞부분만 펼쳤는데 아주 좋아라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하긴 '사랑'이라는 단어엔 워낙 약한 사람인지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당장 읽어볼 수는 없겠지만 두고두고 천천히 읽어봐야겠어.

 

 

친구가 상품권 생겼다며 만원 한도 내에서 필요한 책이 있으면 말해보라고 했다. 앗, 필요한 책?! 그런 책이 어디 한두 권이겠냐마는, 이게 웬 떡 아니 책이냐며, 책 선물하겠다면 욕심을 내는 처지라 만원 한도 내의 책을 막 골랐다. 요즘 다들 알다시피 소설 책 한 권도 만원이 넘는지라 고르고 골랐는데 마땅히, 굳이 살 책이 없어서 혹시 800원 초과하면 안 되냐니까, ㅋㅋ 괜찮다고 하여 구한 책, 바로 파스칼 키냐르의 《빌라 아말리아》이다.

 

키냐르의 책도 읽어본 게 없었다. 언젠가 동생 책꽂이에 꽂힌(동생은 책이 많다. 도서관 수준이라서 내가 꼭 사고 싶은 책이 아니면 무조건 빌린다)은밀한 생》을 제목이 주는 '은밀함' 때문에 시도를 했다가 포기했는데, 그래서 키냐르의 책이 나왔다고 해도 관심도 두지 않았는데 트윗으로 한 문장을 올린 친구 덕분에 책소개를 보고 관심을 두었던 책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고 했으니 내가 이 책을 왜 읽고 싶어했는지 알 것이다. 시작은 이렇게 되는 거란다. "15년간 함께 살아온 남자친구 토마가 다른 여인과 키스하는 것을 본 후 이제까지의 삶에 결별을 고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안은 위선과 거짓의 삶을 직시하는 고통을 감내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택하고 안은 새로운 생성을 위해 지금까지의 삶의 흔적을 지운다.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집을 팔고, 은행계좌를 닫고, 신용카드와 핸드폰을 없애고, 옷과 사진을 불태운다." 나도 한때는 어디선가에서 다른 생을 살아보고 싶었던 적이 있는지라(사랑 때문이 아니라) 책소개를 보는 순간 혹! 해버렸더랬다. 기대가 된다.

 

 

성석제 작가의 글은 워낙 재미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 책 《위풍당당》역시 완전 재미있겠구나 싶었지만 바로 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고 있었다. 한데 책 소개를 해주는 편집자들이 어찌나 재미있게 책 소개를 하는지 안 읽어볼 수가 없게 만들었다. 얼릉 읽고 성석제 작가의 위트와 해학에 빠져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내겐 웃음이 필요하니까.

 

그동안 성석제 작가의 소설을 안 읽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산문만 읽었던 것 같고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신간을 낸 적이 없었나? 찾아보니 개정판만 있고 가장 나중에 읽은 책이 소설집《지금 행복해》였던 것 같다). 암튼 읽은지 하두 오래되어(왜 안 읽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생각이 안 나지만도 읽으면서 편집자가 느낀 것처럼 웃어보면 좋겠다.

 

책을 펼쳐보니 재미있는 페이지가 나온다. 맨 마지막 부분, 작가의 말 뒷쪽에 '소제목의 출전'이라는 명목으로 죽 나열되어 있는 글들. 어랏, 노래 제목 같기도 하고 유심히 보니 가사 중에 한 부분을 소제목으로 사용했다. 오홋, 재미있는 발상. 언젠가부터 작가들이 책을 내며 글 쓸 때 듣던 음악이라든가, 같이 들으면 좋은 음악 같은 것을 알려주기도 하는데 이런 리스트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움 리스트에 나온 노래들 다 찾아 들어야겠다. 매 장마다 읽을 때 그 노래를 켜놓고 읽어봐야지. 어떤 느낌일지^^ 

 

 

이재익 작가의 책은 처음이다. 아침부터 읽고 있는데 처음 표지와 홍보 문구, 《41》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뜻을 몰랐는데 알고 나니 제목이 주는 끔찍함이 무거운 내용임을 암시하고도 남아 읽기를 주저했었다. 한데 읽어본 앞부분은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부분이라 아직까지는 범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오리무중의 연쇄 살인사건을 파헤치다보니 과거 어느 도시에서 있었던 집단 성폭행과 관련이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된다. 하지만 용의자를 파악하고도 증거가 없어 잡질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떤 범죄 소설이나 다를 바가 없다. 영화에서도 숱하게 보아온 구성이니까. 하지만 이 소설은 다르다. 실제 사건을 토대로 했기 때문이다. 한때 한 도시를 뒤흔들었던 집단 폭행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단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법’이라는 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불합리하고 부조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법은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집행되어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것을 다루는 자들에 의해 우리의 이성적인 판단과 예상을 벗어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법과 현실의 괴리라는 문제의 지점"이라는 것을. 읽고 나면 가슴이 답답해질테지만 읽는 중

 

 

마지막으로 에밀 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드뎌 품으로 들어왔다. 표지 너무 예쁘다. 책은 가볍다. 앞부분을 펼쳐 읽었다. 왠지 우리나라에 처음 백화점이 생겼을 때가 궁금해진다. 에밀 졸라는 이 책으로 현대 백화점의 전략들과 자본주의 매커니즘을 상세히 묘사했단다.

 

백 년도 지난 이야기인데 요즘과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그 시대에도 정가제라든가 세일, 미끼 상품이나 직원 성과급, 광고, 경품 증정과 같은 요즘 백화점에서 실시하는 마케팅의 대부분을 실행하고 있었다니 놀랍다.

 

더구나 그동안 에밀 졸라의 작품 들이 삶의 비참함이나 빈곤, 우울함을 그려냈는데 반해 이 책은 유일하게 해피엔딩의 결말이라니 제목에 왜 행복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지 알겠다는.

 

 

그러고 보니 이번 주에도 책이 장난 아니다. 저것들을 한 주 동안 다 읽겠다는 것은 아닌데 정말 시간이 많아서 하루에도 책을 서너 권씩 뚝딱, 해치우면 좋겠다. 그러면 행복해질까? 친구는 머리가 아플 거라고 하더라마는. 맞아, 하루종일 책만 읽는다고 행복하기야 하겠어. 할 일이 없으면 그래도 읽을 책이 잔뜩 쌓여 있어서 행복한 거겠지. 언제든지 손을 뻗으면 잡히는 책들. 그러니 주말에 꽃구경 갈 일 없다면 다들 즐독!! 책을 좋아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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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4-1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젠장이라고 말을 꺼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군요.
마침 적립금이 꽤 쌓이고, 당선작 상품권까지 받은 상황이라 책 세권을 주문했는데...
이도우 작가의 것을 그만 까먹어 버렸습니다. 아아 ㅠㅠㅠㅠ
리더스님 조금만 더 일찍 이 페이퍼를 써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엉엉

readersu 2012-04-16 15:27   좋아요 0 | URL
아아, 우짜노!!
제가 좀 더 일찍 올릴 것을 그랬어요^^;;
이미 주문한 책이 있으니 일단 그것부터 읽고 이도우 작가 책은
난중에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