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의 《원더보이》를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야 덮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리뷰를 안 쓸 생각이었는데, 이런 책은 어째 리뷰를 써줘야할 것만 같은 강한 의지력이(-.-)
어쨌든 그 《원더보이》의 여운은 조금 남겨두고
이번 주일에 나와 함께, 나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 책들!!
변종모 작가가 세 번째 책을 냈다.
두 번째 책을 처음 읽고 좋아서 첫 번째 책도 샀었는데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책.
제목도 어찌 이리 잘 짓는지 변종모 작가는 이걸 줄여 <아 그 거>라며 킥킥거리더라마는
줄임말이 재미있긴 하지만 역시 이 책은 그대로 불러주는 것이 책에 대한 예의겠다.
그리고 끊임없이 여행을 다니는 그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방금 헤어지고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다시 만나자고 이야기한 적 없는데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멀리 있지만 항상 마음에 두고 싶은 사람이 있다. 아득히 멀어졌지만 생생히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 자주 못 볼 사람이지만 꼭 다시 만나게 될 것 같은 사람. 당신은 아무 말하지 않았는데 나의 마음만 자꾸 부풀던 일. 그래서 가끔 반대편을 바라보며 위로하던 일. 결국 당신에겐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 전부인 일. 그것은 모두 내가 사랑한 일. 그랬으니 괜찮다. 십 년 뒤에도 당신일 것 같으니, 그 하나의 사랑일 것 같으니. _ 본문 199p, <보고 싶은 사람> 중에서
감성적인 그의 문체가 이번에도 마음을 슬쩍 건드린다.
만화다. 시사만화. 이런 것도 좋아한다. 이 만화로 MB 4년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왠지 마음이 아플 것 같고, 속이 상할 것 같고, 한숨이 나올 것 같지만...
책 제목처럼 기억하라! 그래, 기억해야만 할 일들로 가득할 것이다.
2012년은 희망의 해이므로!
지난 4년을 돌아보고 싶었다. 과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의 삶이 이다지 팍팍한지 되짚어 보고 싶었다. 여러 사건이 있긴 했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4년간의 신문을 일일이 들춰볼 수는 없는 노릇. 시사만화를 보기 시작했다.
허벅지가 아팠다. ‘아, 맞아. 그랬지’를 연발하며 쳐댔기 때문이다. 머리를 꽝치는 ‘작품’을 만나기도 했다. 한 달 동안 허벅지와 이마가 성치 않았다. 시사만화로 사건을 만났고, 좀 더 깊이 있는 내용을 알기 위해 지난 신문들을 검색해 보았다. 지난 4년의 흐름이 차분히 정리가 됐다.
2012년 희망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지난 4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 기억이 화두였다. 이 작업의 처음과 끝이 바로 기억이었다. 2012년의 힘찬 발진을 위해 이전 4년에 대한 역사적 학습은 이 책을 통해 갈무리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게 하자. 2012년 희망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 교과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4년의 팍팍한 삶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를 바랐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하루 정도 허벅지와 이마가 아플 것을 각오해야 한다. ‘마빡이’처럼 신나게 ‘자해’하다보면 잊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을 것이다.
기획의도대로 지난 4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신의 연애세포를 요동치게' 해준다는 문구가 나를 끌었지만
사실은 달콤쌈싸름한 연애 소설은 아니란다. 그래도 왠지 끌렸다.
스웨덴 작가의 첫 장편이란다. 북유럽에서의 사랑은 어떤 형식인지 궁금!
한 사건을 두고 서로의 시각이 현저히 갈라진다고 하니, 그게 남자와 여자의 차이겠지.
책 읽기와 오페라를 좋아하는 고상한 도시 여자 데시레와 관심사라고는 오로지 축사의 젖소들과 농기구뿐인 투박한 시골 남자 벤니. 두 사람은 각각 남편과 부모님의 무덤을 찾아갔다가 묘지 벤치에서 만났다. 서로를 흘끗거리며 탐색하던 그들은 오묘한 감정을 감지하던 와중에 서로의 미소에 반해 덜컥 사랑에 빠져버린다. 벤니는 데시레의 난자를 처음으로 요동치게 만든 남자였고(이건 데시레의 죽은 남편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데시레는 벤니가 애써 짜낸 우유를 모두 버린다 해도 아깝지 않을 만한 여자였다.
그렇게 한순간에 불타오른 사랑은, 그러나 서로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면서 현실적으로 변해간다. 도시 여자 데시레는 변변한 책도 한 권 없고 세련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너저분한 벤니의 집을 둘러보고는 ‘문화 충격’을 받고, 시골 남자 벤니는 미트볼조차 만들 줄 모르면서 부엌에 가만히 앉아 대접받기 원하는 데시레에게 실망한다.
왠지 흥미진진할 것 같은(-.-)
그러니까 밥 대신 문화를 즐기는 도시의 여자와 책 대신 젖소를 돌보는 시골 남자와의 이야기라는 거지?
황정은의 책이 도착했다.
워낙 독특한 문체를 사용하는 작가라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이런 것, 난 넘 좋다. 어려운 듯, 이해하기 힘든 듯한데도 마구 관심이 가는..
여기 묶인 아홉 편의 이야기는
그런 시절과 저런 시절에 다른 누구에게 필요했다
라기보다는 일단 내게 필요했기 때문에 쓰였다
내게도 말을 잃은 시기가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 그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아무도
아무도
뿐이었다
소설이 잘 되지 않는다고 의기소침해지면
네가 인간의 꼴을 띠기 시작한 것이 고작 십년
풋내기 인간으로서는 분발하고 있다,라고
격려해주는 친구가 있고
동생들이 있다
터프한 인간이 되고 싶다. _황정은의 한마디
간결, 정제된 단어와 함축적인 대화, 이미 《백의 그림자》에서 그 재미를 보았기에
무조건 기대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