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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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었던 작가다. 사실 에로티시즘이니 뭐니 광고를 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근데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다. 너무나 사랑스런 의붓아들 알폰소의 편지, "새엄마는 이 세상에서 최고예요. 가장 예쁜 사람이고요." 어쩐지 찐득거린다. 새엄마에 대한 사랑이 왠지 가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데 두어 장 넘어가니 "많이많이 사랑해요, 새엄마"란다. 허걱! 뭘 그런 말에 놀라냐고? (읽지 않았으면 말을 말라!)   

자, 그 이후부터 내가 두손으로 눈을 가리고 어머낫! 하고 얼굴 빨개졌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았겠지만 어쨌든 얼굴 빨개질 장면이 그 이후부터 줄줄 나오더라는 사실. 광고에서 분명 '에로티시즘'으로만 보지말라고 했지만 어째 자꾸만 에로(!)로 보이는 걸 난들 어쩌라는 건가!(-.-) 뭐 암튼 '에로' 때문인지 알폰소의 끈적지근한 말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펼치자마자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음은 인정하겠다. 사실, 궁금했거든!!! 도대체 새엄마와 의붓아들의 관계가 뭔지, 또 뭔일이 일어날지. 핫! 근데 새엄마와 의붓아들은 둘째이고 으아~ 한 장이 끝날 무렵 이 무슨 에로틱한 대사들!!! 책을 놓을 수 없음이다. 켁!  

'요사'라는 이름도 요상한(이거 남의 이름 가지고 놀면 안 되는데;;)  마리오 바르가사 요사는 매우 독특한 소설의 구성을 보여준다. 표면상으로 나오는 네 명의 인물, 아버지 리고베르토, 새엄마 루크레시아, 의붓아들 '앙팡테리블' 알폰소, 그리고 하녀 후스티니아나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그림과 함께 보여주는 또 다른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림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림을 보며 관련된 이야길 들려주는 글을 좋아하는데 이 책이 그렇다. 첫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루크레시아와 리고베르토가 던지는 에로틱한 대사와 함께 나타나는 그림, 야코프 요르단스의 <심복 기게스에게 아내를 보여주는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는 확실하게 몰입의 가속도를 높여준다. 이 펑퍼짐한(내 눈에는) 궁둥이를 두고 책 속의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는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산도 양치기도 아닌 아내 루크레시아의 궁둥이라고 처음부터 루크레시아의 궁둥이를 칭찬하기에 바쁘다. 그러니 어찌 그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겠는가? 그 뒷이야기는 책으로 읽어보시고^^;; (말하고나면 재미없어진다^^)   

간단한 결론은 이렇다. 사춘기 아들을 둔 남자와 결혼을 한 루크레시아, 첫 번째 결혼을 일종의 재앙이라 치부했고 사개월 전에 한 재혼에서 의붓아들과의 관계(새엄마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지만 "어쨌거나 마흔 살이 된다는 것이 아주 끔찍한 일은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젊고 아름다우며 행복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 '천사와도 같은'(아, 이 깜찍한 알폰소의 능청스러움이라닛!) 알폰소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결말, 마지막에 알폰소가 하녀 후스티니아나에게 내뱉는 말에는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너를 위해 그런 거야, 후스티타." 윽! "맙소사, 하느님 맙소사" 라는 말은 후스티타 뿐 아니라 내 입에서도 나왔다.  

인간의 욕망엔 남녀노소가 없는 가보다. 어리다고 놀리지마라는 노래도 있듯이 어리다고 생각한 그 '어린' 아이, 알폰소가 가진 천사와 악마의 공존함을 보면서 그 정교함(!)에 치가 떨리기도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떠나서 작가인 바르가스 요사가 보여주는 신화와 명화, 추상화까지 연결지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엔 감탄사가 나온다. 깊이를 따지자면 관음증에, 허구와 현실, 금기와 허용 등등 복잡한 연결고리가 많지만 그런 것은 차치하고라도 에로틱할 수도 있는(진짜 에로틱하게만 보면 절대로 안 되는) 소설을 그것만이 아닌 이야기로 만들어버리는(수많은 에로틱 장면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능력에 감탄사 절로 나온다. 그리고 내린 나의 결론은 이 작가의 책을 다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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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6-22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나이를 먹는지 예전엔 조신해서 이런 책 안 좋아했는데
지금은 막 끌려요.ㅋㅋ
함 읽어보고 싶어요.^^

readersu 2010-06-23 14:44   좋아요 0 | URL
ㅋㅋ나이가 들면 좋아하게 되는 책??ㅋㅋ
재밌었어요. 독특한 구성이 정말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어요^^
꼭 읽어보세요^^

2010-06-23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