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 코앞에 어린이날 나두고 이런 글 올려봐야 별 소용 없겠으나 그래도 뭐, 어린이날만 선물하나? 싶어 그냥 어린이책 몇 권 올려봅니다. 이 책들은 초등 3, 4학년에 다니는 제 조카들에게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들이에요. 고모의 감수가 들어간 생각을 던져주는 책들! 아래와 같습니다.
김남중 작가의 단편집이다. 모두 네 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미소의 여왕』 우리가 늘상 생각해오듯 '그리하여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와 같은 동화적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네 편의 단편이 돋보이는 것은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다. 미소의 여왕에 뽑혀 세상에 태어나 제일 많은 칭찬을 받아 행복해하는 아이에게 닥친 할머니의 안타까운 소식, 길거리 농구시합을 위해 아이들이 예순네 살의 할아버지와 농구팀을 결성한 사연, 밤마다 울어대는 고양이에게 총을 쏘아 얻게 된 조금 섬뜩한 교훈, 새엄마와 친엄마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이의 심리 상태를 다룬 이야기까지 기존의 동화들과는 다른 '너라면 어쩔 거야?' 하는 질문을 아이에게 던져주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른인 나도 읽는 내내 내가 이 아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조카에게 꼭 읽혀서 답변을 들어보고 싶다나.
이 상상력 가득한 유쾌한 책은 칸델라라는 아이가 첩보원이 되어 '위'에서 떨어진 꾸겨진 종이에 적힌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재미있는 문체가 웃음을 유발하고 독특한 그림은 호기심을 당긴다. 더불어 아이들다운 상상력이 더해 읽을 수록 흥미진진해진다. 또 중간중간 나오는 첩보원 신분증 만들기(울 조카가 꽤 좋아할 것 같은!), 변장을 하는 아이디어들, 스파이가 가져야 할 물건들 목록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분명 내 조카는 이 책을 읽고 그대로 한번씩 놀이를 해보려고 할 테니 조카와 재미있게 첩보원 놀이를 할 일만 남았다. 난 어떤 스파이를 해볼까나?
빛을 그린 화가 클로드 모네에 관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은 그동안 여러 출판사에서 꾸준하게 예술가 이야기로 나오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모네의 그림이야기는 모네가 직접 가꾼 지베르니 정원에 사는 요정들의 안내에 따라 작품을 감상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아이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그림과 모네의 작품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 그림의 탄생 배경이나 모네만의 작업방식, 그림과 관련한 일화까지 담겨 있어 그림 좋아하는 어른인 나도 이 책 한 권 읽으면 모네에 대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그림보다는 만화 그리기에 올인하고 있는 조카에게 꼭 읽혀보고 싶은 책. 만화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 그림책은 『영원히 사는 법』과 함께 그림책을 보는 순간 빠져들었던 책이다. 화려한 색감과 판타지를 연상케하는 그림들. 마치 그림책 속으로 빨려들어갈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도서관에서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 구석구석을 살피며 패러디한 책제목을 읽는 재미를 주었던 『영원히 사는 법』과 같이 어떤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주는 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도 푹 빠져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다. 『태양을 향한 탑』은 환경의 소중함과 인간의 열정을 보여주는 역작이란다. 오래 전에 사라진 파란 하늘과 태양을 보기 위해 하늘로 하늘로 쌓아올리는 건축물들은 『영원히 사는 법』에서 책 제목을 보여주듯 쌓이고 쌓이는 건축물 곳곳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의 건축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디테일한 그림들을 살펴보는 재미와 도대체 어쩌다가 태양과 빛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고민을 하다가 보면 자연스레 환경 문제와 연결이 지어진다. 암튼, 그 모든 것을 떠나서라도 이 책은 그림을 보는 재미만으로도 한참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영원히 사는 법』과 함께 보자마자 눈독을 들인 조카의 안목. 아이들도 책을 볼 줄 아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