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정말이지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두 작가의 추천이 나란히 있고, 또 오래 전에 원서로 이 책을 읽은 친구가 이렇게 훌륭한(!) 책이 왜! 아직도! 우리나라에 출간되지 않았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었던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들 강추 강추 강강추 하는 책이 어제 드디어 도착했다.
그리고 스~을쩍, 책을 넘겼는데
이런 문장이 나온다.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여름날 약국으로 이어지는 큰길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 구간의 가시덤불에서 야생 라즈베리가 송알송알 알이 맺힐 때나,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약국으로 차를 몰았다. 은퇴한 지금도 그는 여전히 일찍 일어나 예전에 그런 아침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떠올렸다. 마치 세상이 혼자만의 비밀인 듯이, 발밑에서 타이어가 부드럽게 구르고 햇살이 이른 아침 안개를 가르고 모습을 드러내는 동안, 오른쪽으로는 만(灣)이, 그다음엔 키 크고 늘씬한 소나무들이 잠시 보였다. 코끝을 간질이던 솔숲 향기와 소금기 짙은 공기, 그리고 겨울이면 공기에서 묻어나는 냄새를 그는 얼마나 좋아했던가. 그래서 그는 언제나 창문을 열고 운전을 하곤 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에드워드 호퍼의 아래 그림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나의 느낌은 이런 것,
오래 전 마크 스트랜드의 『빈방의 빛』을 읽었을 때의 느낌 그대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어느 여름 작은 도시 역 광장의 일요일 아침, 해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지만 여명은 밝아오고, 조용한 거리엔 부지런한 몇 사람들만 오고갈 뿐이며 도로엔 지나다니는 차조차도 거의 없다. 아침의 맑은 공기는 내 코를 자극하고, 그 상큼함에 올려다 본 하늘은 더없이 높다. 그리고 살랑거리며 부는 시원한 바람은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을 전해준다.
“사람들은 잠들어 있다. 길거리에는 차도 다니지 않는다. 부동(不動)과 정적(靜寂)의 몽상적인 조화로 마술적인 순간은 길게 늘어나고, 그 앞에 선 우리는 특별히 허락된 목격자들이다.”
「오전 7시」, 「이른 일요일 아침」, 「펜실베이니아의 새벽」, 「서클 극장」, 「사차선 도로」 등 그의 그림엔 도로가 있지만 지나다니는 차가 없고, 도시의 아침은 밝았지만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내가 어린 시절의 고향이 떠올랐던 것도 아마, 그런 까닭일 게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앞 부분에 잠깐 소개된 일상을 보며 언젠가 나도 비슷한 감상을 느꼈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주변의 배경과 시대와 인물은 다르되 에드워드 호퍼나 『올리브 키터리지』의 약사 헨리나 빵집 딸내미였던 나나, 소도시의 아침 풍경을 그릴 때는 비슷한 느낌을 가지는 것 같다.
어쩐지 이 책,
내 맘에 쏙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 누구의 추천을 떠나서 첫 문장부터 저런 식으로 나를 사로잡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