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탄절에 제일 받기 싫은 선물로 책과 음반이 뽑혔단다. 그 기사를 보면서 말도 안돼! 라는 생각을 했다. 내 주변엔 온통(!)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뿐이고, 웬만하면 음악 다 듣고 살기 때문에 그것들만큼 좋아할 선물이 없기 때문이다. 성탄절이 아니라 생일에도 선물 받을 책 리스트를 적어두고 선물 받는 친구들이 수두룩한데… 제일 받기 싫은 선물이 책이라닛!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조사를 한 것일까. 하긴 취향이겠지. 고개 한번 살짝 돌려보면 책하고 담 쌓은 사람들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오늘도 꿋꿋하게 책을 읽자며 리스트를 올려본다. 바야흐로 ♥발렌타인데이♥, 내가 발렌타인데이에 읽을 좋은 책들은 없을까, 친구에게 물었더니 이 친구 왈: 발렌타인에 책도 주고 받아? 하더라.ㅋㅋ 아무렴 어때. 초콜릿 주면서 책도 덤으로 주면 좋지 않겠어. 해서 뽑아 봤다.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과 함께 주면 좋아라 할 책!!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다
나의 마음을 모르는 그대, 너무 야속하다. 초콜릿 하나 달랑 보내준다면 그가 감동을 할까. 그렇다고 먹지도 않을 게 뻔한 초콜릿 잔뜩 주긴 싫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여기 있다. 달달한 초콜릿에 어울리는, 당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책. 바로 『심장의 시계장치』이다.
시처럼 아름다운 문체를 가진 소설『심장의 시계장치』는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홍보 문구에도 쓰여 있듯이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인 셈이다. 운명처럼 만난 한 소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그녀를 찾아 떠나고 마침내 그녀를 만나지만 너무나 뻔한 '진실'과 '믿음'과 '오해' 속에 갈등을 겪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잭을 보며 우리는 지나온 사랑 혹은 현재 진행 중인 사랑, 앞으로 겪을 사랑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쩌면 뻔하고 식상한 스토리지만 그 스토리를 이토록 상상력 넘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또한 몽환적인 내용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는 읽는 재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켜주기도 한다. 나른한 봄날, 내 마음에 자랄 작은 사랑의 씨앗을 아름답게 키우고 싶다면 심장의 시계장치를 달고 다니는 잭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시길!
찬란한 그대와 행복한 사랑을
사랑하는 이에게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은 어쩌면 내 마음 같은 시집일 거다. 우연히 펼친 시집 속의 한 구절이 내 마음 같고,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시를 적어 건네지만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 그에게 이런 방법은 어떨까,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을 읽고 내 맘 같은 시구에 밑줄 좍좍 그어 선물을 하는 거다. 내가 정말 아끼는 시집인데 어쩌고, 그대와 통하고 싶어 저쩌고, 시를 모르는 그라도 당신이 밑줄 그은 시구는 읽어보지 않을까? 여기 딱 좋은 시집이 있다. 이병률 시인의 『바람의 사생활 』
이미 여행산문집 『끌림』으로 많은 여행자에게 책을 내게끔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끌림』과 유사한 여행산문집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러나 그의 글빨(!)과 글에 맞게 제대로 포착하는 그의 사진빨(!)에는 미치질 못한다. 감성적이다 못해 마음이 오그라드는 그런 글들, 바로 시인의 감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달콤하고 감성적인 시를 한번 볼까?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봄이 꺼질까 아슬아슬해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고/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간곡하게/봄날은 간다/(…)/(「당신이라는 제국」) 봄날을 보내는 마음,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 이런 시집 정말 좋다.
그대, 우리 좀 더 옴팡지게 사랑해요!
그를 만난지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를 만나는 게 점점 좋아진다.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헤어지면 보고 싶다. 그도 내 맘과 같을까? 그런 그에게 초콜릿 선물 통하기나 할까? 고민스럽다. 그런 그가 당신을 옴팡지게 사랑하게 만들 책이 있다. 책 안 읽는 그를 위해서도 장땡이다. 바로 메가쑈킹 만화가의 『애욕전선 이상없다』 - 참고로 이 책은 19금이다!(오예~!)
오래전 스포츠투데이에서 연재한 만화를 묶은 것이다. 이 책은 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꾸몄다. 뭔가 발칙하고 성적인 묘사가 넘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 '연애'에 빠진 커플들의 이야기다. 어느 정도 진전이 된 커플들의 관심은 오로지 상대의 성적 매력뿐이다. 남자는 어떻게 하면 여친과 뽀뽀라도 한번 해볼까 궁리를 하고 여자들 역시 성적 접촉에 적극적이다. 뭔가 퇴폐적인 냄새가 나는 듯하지만 그런 냄새는커녕 만화를 보는 내내 킬킬거리게만 만든다. 그 재미는 만화 속 에피소드도 한몫을 하지만 주고받는 대사들이 장난아니게 웃기기 때문이다. 애욕전선 어록이 나올 정도로 능청스럽게 웃기는 대사들은 <명대사 70선>이라는 제목으로 검색이 되기도 한다. 어찌보면 말장난에 불과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는 확실하게 되며 상대를 웃기기엔 안성맞춤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에게 화를 낼 수가 없을 테니. 그런고로, '믿는 순두부에 이빨 뽀개질 염려 없을 테니' '쓸데없는 걱정이랑 모공 깊숙히 숨겨두고' '옴팡지게 사랑스러운' 메가쑈킹의 대사발을 읽으며 애욕전선 이상 없음을 확인해보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다 파멸할지라도
사랑은 영원할 수 없다. 또한 사랑은 언제나 행복할 수도 없다.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 때 그 사랑은 아프다. 고통스럽다. 한데 이 책을 그에게 선물해도 괜찮은걸까? 사랑을 위한다면, 그 상처를 감내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맛보고 싶다면 눈 딱 감고 선물해보자. 어쨌든 사랑이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이 책은 화가의 눈으로 읽어낸 명화 속 사랑을 이야기 한다. 많은 그림들 중에 사랑을 시작하고, 함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다가 당신과 함께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결국 헤어지고 마는 사랑의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프랭크 딕시의 <고백>, 존 워터하우스의 <페넬로페와 구혼자들>, 라파엘로 산초의 <라 포르나리나> 등등 한번쯤 본 듯한 그림을 통해 저자는 그림 속 사랑을 들려준다. 어렵지 않은 그림의 해설과 사랑의 그림을 보노라면 내 사랑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어쩌면 당신의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우리 서로 사랑하다 파멸할지라도, 서로 바라보고 사랑하였음에 행복하여라. 지나고 보면 그 사람이 아프겠지만 추억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

프랭크 딕시(1853~1928)의 <고백>은 고백의 순간이 자아내는 고통과 희망의 양면성을 어두운 색과 밝은 색, 어둠과 빛으로 대비시켰다. 그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낭만주의 화가로서, 신화나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그림을 그리곤 했다. <고백>은 남자와 여자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 작품은 남녀에게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가 고백이며, 그러한 고백의 목적에 불확실한 사랑의 감정을 밝히는 일이 포함된다는것을 말하고 있다. 딕시는 거칠고 무거운 붓 터치를 주로 남자 쪽에 사용함으로써 고백을 듣는 자의 고통을 생생하게 표현했다.(왼쪽 그림p86)
그러니 있을 때 잘해!
내가 보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을 보는 남자. 처음 나를 만날 땐 세상 모든 것을 다 줄 것처럼 하더니 이젠 눈길이 딴 곳으로만 간다. 이런 그대에게 내가 발렌타인데이 라고 초콜릿을 선물해야 하나? 정말 주기 싫지만 그대를 사랑하나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대! 소중한 것은 항상 떠난 후에야 알게 되더라 그러니 나 떠나고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 하렴. 바냐처럼 되지 말고 말야!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
완전한 사랑이란 대체 뭘까? 나를 변함없이 사랑해주는 사람과 영원히 사랑하며 사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그런 사랑이 존재하기나 하는 걸까?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걸어 다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그들은 그저 땅바닥만 바라보며 걸으면서 무언가를 찾고 또 찾으니까요."
사람들은 늘 그렇다. 진실한 사랑이 옆에 있을 땐 그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다. 더구나 서로간의 믿음이 깨지면 그 가치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상대방을 믿어야 하고, 믿음을 주되 그 사랑을 잘 지켜나가야만 그 진실한 사랑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아름답고 예쁜 글과 깜찍한 일러스트가 매력만점인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동화적 상상력이 따뜻함을 전해준다. 특히 바냐에게 상처를 받아 점점 작아지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싸냐의 태도는 비록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지만 나만은 변함없이 너를 사랑한다는 진실함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럼, 올해도 다들 행복한 발렌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