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를 아시나요? 네, 사마천의 그 『사기』말예요. 중국도 잘 모르고 역사서도 잘 모르고 오로지 소설만 주구장창 읽어대는 몸인지라 『사기』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도 중국의 역사책인가보다 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죠. 또한 『사기』가 무려 130권이나 된다고 하니 알았다고 하더라도 읽어볼 엄두도 못냈을 것 같아요. 근데 그런 내게 『사기』를 읽어보라며 유혹하는 책이 나왔어요. ”사가의 절창이요, 가락없는 이소“로 일컬어지는 『사기』를 300컷의 일러스트와 100여 장의 도해로 재해석하고 글을 풀었다고 하는데 저 같은 왕초보 『사기』입문자에겐 딱(!)인 셈이죠. 바로 『사마천 史記』랍니다. 부제로 “그림으로 쉽게 풀어쓴 인간학 교과서”라는 말이 붙어 있는데 책을 펼쳐보니 아하! 공감이 가더군요.
『사기』는 중국의 여명기(황제)로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한나라 무제까지의 역사를 기록한 기전체 사서로, 「본기」12편, 「서」8권, 「표」10권, 「세가」30권, 「열전」70권을 합해서 모두 130권으로 이루어진 역사서의 모범이라고 합니다. 이런 방대한 양의 역사서가 200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내려오며 회자되는 이유는 『사기』가 비단 역사서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나 인생의 지혜와 통찰력은 물론이며 아름다운 문장과 서술이 문학적 감동마저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뜬구름이나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적이어서 인간의 생로병사는 물론이며,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욕망인 미와 추, 선과 악, 사실과 진실, 용기와 비겁함 등등 인간의 본성이나 본질, 삶의 추악한 면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하죠. 그런 까닭에 『사기』는 200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책이랍니다.
사실 책을 읽다 보니 그동안 중국 영화나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더군요. 그 이야기들이 바로 『사기』에 들어 있는 내용이라거나 혹은 『사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들이란 걸 모르고 있었던 거죠. 진시황의 분서갱유, 장자의 호접몽, 양귀비와 관포지교, 특히 <열전>에 등장하는 308명의 주인공들은 한번쯤은 어디선가 들어보았는데 그 출처를 그저 중국역사이거니 하고 말았던!(물론 중국 역사는 맞지요^^;;)
아무튼 이번에 새로 나온 『사마천 史記』는 원전 130권을 압축하고 해설하여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또한 길지 않은 글들과 이해를 도와주는 그림들로 인해 『사기』가 궁금하긴 한데 원전을 읽기는 어렵고 겁부터 내는 사람들에게 『사기』의 재미(!)를 알려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설만 읽어대는 제가 흥미를 끄는 걸로 봐서는 말이죠.^^
한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사기』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어졌지 뭐예요. 그래서 아래의 책들도 찾아볼 생각이랍니다.^^ 이 겨울 사마천의 『사기』에 함 빠져보시지 않으시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