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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을 위해서 이년 동안 일하면서 돈을 모았어요."
"아깝지 않았습니까?"
"뭐가요? 여행하는 게요?"
"네."
"아뇨, 뭐.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런 계획을 하게 되었습니까?"
"어려서부터 미국 음악과 책을 좋아했어요. 그중에서 잭 케루악을 좋아해요."
"잠시만, 당신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1950년대 작가인데 『길 위에서(On the road)』라는 책을 쓴 잭 케루악이요."
"당신이 잭 케루악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구요?"
"네. 이번 여행을 하게 된 것도 그 영향 때문이에요. 『길 위에서』의 주인공이 갔던 길을 따라서 가는 여행이요."
"믿을 수 없군요."
"뭐가 믿을 수 없어요? 잭 케루악을? 아니면 나를?"
"아닙니다. 그럼 당신, 어떤 음악을 좋아합니까?"
"음악을 다 좋아하지만 요즘은 그레이플 데드와 스티브 밀러 밴드를 좋아해요. 운전할 때 들으면 정말 좋은 배경음악이거든요."
(…)
김동영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중에서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꼭 읽어야 할 책 100권에 속하는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On the road)』가 번역이 되어 나왔다. 오래 전 젊은 김연수 작가에게 번역의 지루함과 소설 번역으로 생계를 이어가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깨우치게 한 소설. 끝이 나지 않을 것만 같은 번역을 끝내고서 소설 속 두 청년이 뉴욕을 떠나 보스턴, 덴버를 거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던 것처럼 친구 둘과 7번 국도로 달려가게 했다던 그 소설. 결국 김연수 작가의 번역으로 나오지는 못했지만 잭 케루악을 아는 많은 독자들이 기다리던 그 소설이다. 생선으로 불리는 김동영 작가는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읽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나 잭 케루악이 다닌 그 길을 답습하여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란 미국횡단 여행산문집을 펴냈다. 또 그의 여행길에서 9.11로 민감했던 미국의 고압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리게 해 준 것도 잭 케루악이었다.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는 1950년 히치하이킹을 하며 미국을 종횡단한 두 청년이 길 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삶에 대한 풍경들을 그린 작품으로 그 시대 미국 사회의 반문화적, 혹은 혁명적, 저항적 청년 세대인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비트'란 beatnik이란 뜻으로 냉소와 허무주의자들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단다. 그런고로 기존의 제도권에 대한 반발이 많은 20대에 미국 문학을 한번이라도 접했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 중에 하나였다.
나야 이젠 20대를 훨씬 지나버린 탓에 제도권에 반발하기보다는 끌려다니기 바쁘지만 전설(!)처럼 들리던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를 한글판으로 마침내 읽을 수 있게 되어 기뻐다는. 한데, 지금 읽어도 공감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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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김동영 작가를 만났다. 그가 내게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가 한국어판으로 나왔음을 알려주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오며가며 본 것 같은 기억이 났음에도 그냥 지나쳐버렸던 것 같다. 우연히 며칠 후 김연수 작가의 블로그에서 또 한번 마주쳤다.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 문득 총애하는(!) 두 작가가 거의 동시에 내게 이 책을 읽어보라 추천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안 그래도 더 얼마 전에 김보일 샘에게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미국의 송어낚시』를 추천 받았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전설적인 작가 두 사람의 책을 듣게 되어 기분이 묘했다는. 『미국의 송어낚시』는 이미 읽었지만 『길 위에서』는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더더 당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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