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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기행 1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의 느낌이 난다. 분명 여행 서적인데 이제껏 보아온 여행 서적하고는 뭔가가 다른 느낌, 여행의 활기찬 모습을 담은 사진은 없고 어둡고 환상적인, 이곳이 과연 지구의 어느 곳인가 싶은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하지만 뭔가를 전하려는 듯한. 한마디로 철학적이며 가슴 한켠에 쿵! 뭔가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양기행, 저자는 1969년 여름, '살아 있다는 감각을 찾기 위해' 카메라 한 대 들고 인도로 떠났고 난생 처음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그 후 발표한 여행에세이 『인도방랑』『티베트방랑』은 수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여행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고 하는데 내가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느꼈던 그 감정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은 터키의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인도의 캘커타, 이제는 미얀마로 불리는 예전의 버마와 태국의 치앙마이를 거쳐 1981년 서울의 거리로 이어진 후 일본의 한 순례지에서 동양의 방랑을 마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풍경들이지만 왠지 낯선 느낌의 모습들은 한번쯤은 여행 서적들을 통해서라도 보았던 그곳의 풍경들이 아니다. 사진 한장한장마다 풀어낼 수 없는 사연들을 담아 놓은 듯 저자인 후지와라 신야는 '물질과 문명 너머에서 우리 인간들이 잃어가고 있는 뜨거움과 그 자체의 생명력'을 그려냈다.
똑같은 정보의 여행 서적, 비슷한 풍경의 사진들에 살짝 지겨움을 느낀다면 후지와라 신야가 보여주는 환상적이고 때론 낯설고 혹은 오래 전 정겨움을 맛보며 그의 눈에 비친 수많은 풍경들 속에서 삶과 죽음, 인간과 도시, 자연과 문명을 감상해보길 권한다.
“이제껏 읽어본 많은 기행서적 중 최고로 꼽는 책. 여행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각과 깊이 있는 인생의 성찰. 여행에 대한 환상이나 흥미 위주의 에피소드로 가득 찬 요즘의 여행책들과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진,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표현한 작가의 위대함을 알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