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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5월
평점 :
『일식』과 『달』을 읽은 친구에게 히라노 게이치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길 들은 적이 있었다. 일본 작가, 특히 요즘 작가들에겐 그다지 관심이 없는(추리, 공포소설은 제외하고) 터라 그렇거니 하고 말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자리에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이야기가 나왔고 책을 읽은 친구들의 열렬한 찬사로 말미암아 어, 그래? 재미있단 말이야? 그럼 읽어봐야겠군! 그래서 마침내 읽게 되었다.
아마도 처음엔 그저 그의 강연회를 간다는 생각에 휘리릭~ 훑어볼 생각이었다. 누군가는 난해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천천히 읽어야 한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쉬운 책이 아니라고 했기에 지레 어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고 두어 장 넘어가면서부터 책을 놓지 못했다. 아니, 이토록 독자를 끌어당기고 있는데 어렵다니!(갈수록 난해하다고들 하니 그의 책을 다 찾아 읽어볼 일이다. 그 두꺼운 두 권짜리『장송』을 읽은 친구도 너무 좋다고 했는데 말이다.)
『달』은 재미있다. 긴장감도 주고 궁금증도 유발한다. 그렇지만 절대로 가볍지는 않다. 시적인 문체는 아름답고, 비극적인 스토리 또한 흥미로워 잡으면 놓기 힘든 소설이다. 특히 뒷부분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읽는 듯한 아름다운 사랑의 문장들은 이 젊은(책을 낸 당시) 작가가 어찌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감탄하게 만든다.
이제 겨우 한 권의 책으로 히라노 게이치로와 소통하였지만 어쩐지 그의 모든 작품들이 내 기대에 어긋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