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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속을 걷다 - 이동진의 영화풍경
이동진 지음 / 예담 / 2007년 10월
평점 :
몇 년 전에 담양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 대나무 공원에서 <영화촬영장소>라는 팻말을 본 적이 있는데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한 곳의 세트를 그대로 두고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곳이 많아졌다. 과연,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를 가면 그 장면이 생각나면서 감회가 새롭긴 하다. 이 남자, 이동진 기자는 그런 면에서 무척 부러운 사람이다.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의 촬영 장소를 찾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글도 써서 돈도 벌고.^^;;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이동진 기자의 감성적인 문체다. 몇 년 동안 좋은 영화들만 봐서 그런가? 가슴을 살짝 떨리게 하는 문장들이 많다.
“머물렀던 기간이 짧았다고 해도 떠난 사람의 흔적은 도처에 남는다는 것. 남겨진 사람들은 그 흔적과 마주치며 온기를 얻는다는 것.” <p27>
“이름을 부르고 또 불러서 입술에 희망이 붙을 때까지. 고단한 두 발은 뽀얀 흙먼지로 뒤범벅되더라도.” <P76>
우리는 또 어떤 슬픈 인연의 사슬로 이 차가운 별의 한쪽 귀퉁이에서 이렇게 마주치게 되었을까. <p256>
영화에 관한 책들은 많고도 많다. 하지만 그 글을 쓰는 저자의 취향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 딱딱한 인문서 같은 영화책도 있고, 달콤한 첫사랑 같은 영화책도 있다. 나는 물론 달콤한 첫사랑 같은 영화책을 좋아한다. 소설을 좋아하듯 생각이 많은 영화보다 보고 감동 받거나 가슴이 뭉클해지는 영화가 좋다. 그런 면에서 이동진 기자의 이 책은 나와 코드가 맞는다. 난 그의 취향에 동감한다. 그래서일까? 두어 편만 제외하고 모두 기억에 남는 영화들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애틋함과 감정이 살아난다. 더구나 이 책은 여행과도 관련이 있지 않은가? 여행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인지라 거의 감탄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약간의 과장 포함.^^;)
암튼, 다음에 나올 그의 책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