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베이커리
이연 지음, 이지선 그림 / 소년한길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초등학교 다니는 조카가 놀러왔기에 이 책『오후 3시 베이커리』를 주면서 읽어보라고 했다. 열심히 읽고 있기에 재미있니? 했더니 대답도 없다. 다만 킥킥거리면서 웃느라 바쁘다. 아직 내가 읽기 전이라 무슨 내용인지 몰라 왜 웃느냐고 물었더니 나중에 고모가 읽어봐 한다. 조카가 가고 난 후 한참이 지난 후에 이 책을 읽었다. 조카는 앞부분만 읽고 갔는데 아무리 읽어도 뭐가 우스웠는지 감을 못 잡았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데 그건 사투리였다. 조카는 서울태생이고 나는 경상도가 집이다. 그래서 할아버지 집에 내려가면 집안  사람들 모두 사투리를 쓴다. 서울에서 표준말을 쓰던 나나 제 아빠도 고향에 가면 사투리를 쓴다. 처음엔 그걸 너무 재미있어 하더니 이젠 그다지 재미있어하지 않더니 눈으로  사투리를 직접 읽으니까 굉장히 재미있었나 보다. 이 책에 나오는 사투리는 부산 사투리인데 서울에서 태어난 저자의 사투리 솜씨가 정말 놀랍다. 아, 그러고 보니 너무 쓸데없는 이야길 많이 했네. 각설하고,

이 책은 정말 아이들에게 많이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내용이 너무 따듯하여 읽는 내내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요즘처럼 TV만 틀면 여기저기 보여주는 폭력적인 만화의 홍수에서, 웬만하면 다 있는 컴퓨터의 난해한 게임들에서, 어린이 책이라고 나오는 책들도 보면 환상적이거나 너무나 우울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자칫하면 우울할 수 있는 부모의 이혼이나 폭력적인 아빠를 둔 가정의 이야기인데도 너무나 경쾌하고 발랄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렇게 가볍고 유쾌하게 풀어나가다가도 클라이맥스에 가서는 한번쯤 눈물 흘리는 것이 모든 이야기의 방법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마저도 깔끔하게 풀어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너무나 즐거웠던 거다.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던 상윤이는 아빠가 서울에 사는 아줌마와 재혼을 하자 아빠 집으로 이사를 온다. 엄마는 상윤이랑 같이 살고 싶어 하지만 여건이 안 된다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상윤이는 아줌마랑 잘 지낼 수 있을 지 지레 겁을 먹는데 다행하게도 아줌마는 좋은 아줌마였고, 상윤이와도 잘 지내게 된다. 엄마와는 다르게 모든 것을 상윤이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아줌마, 스스럼없이 아직은 상윤이보다 조카가 좋다고 말하는 아줌마 그리고 아무리 잘해줘도 자신은 엄마가 아니고 아줌마라고 말하는 아줌마. 우리가 여태껏 보아오던 새엄마하곤 다르다. 신세대 새엄마다. 그런데 그런 아줌마가 상윤이는 좋다.

이 책은 “가족은 누가 정하는 걸까?”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상윤이는 자신이 속할 곳을 스스로 정해야 한다. 아빠랑도 살고 싶고, 엄마와도 살고 싶다. 엄마도 좋고, 아줌마도 좋다. 하지만 다 같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속상하지만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 상윤이의 친구인 장훈은 술만 마시면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와 살다가 결국엔 엄마와 동생과 도망을 나온다. 이제 아빠의 폭력에서 벗어나 엄마랑 동생이랑 아빠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여태 가져보지 못했던 ‘가족’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마음이 아프다. 아빠가 술을 마시다가 아무 곳에서나 자다가 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인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결손가족인 귀신 할머니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결손 가정의 주인공들은 그런 우울한 환경 속에서도 너무나 꿋꿋하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왔던 그 흔한 갈등 따윈 없다. 너무나 긍정적이다.

부모가 이혼을 하고 새엄마와 같이 산다면 아이에게 당연히 문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빠가 폭력을 행사하면 그 아들 역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선입견이 어쩌면 자라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는 건지도 모르겠다. 작은 문제가 생겨도 어른들은 그래서! 말썽을 피운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오후 3시의 베이커리』에선 그런 게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웃음이 나고, 따스한 기운을 느끼게 되며, 즐거운 생각이 들 것이다. 상윤이와 장훈이, 나오는 인물들 모두 나름대로 힘들지만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작가는 그런 사회를 만들고 싶었나보다. 사람들 모두 조금씩 더 웃고 점점  행복해지기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작가의 말대로 행복바이러스가 전해질 것이다. 당신에게도 아이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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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4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어린이책의 소재 중 한부모 가정이나 그외 좀 다른 환경의 가족들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아이들이 상처를 보듬으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따뜻하게 전해오는
그런 이야기들.. 이 책도 그렇게 보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냄새 중 하나가 빵굽는
냄새에요. 동네 빵집을 지나다가도 빵굽는 냄새가 나면 꼭 들어가서 실컷 맡으며
빵을 고르죠. 그것도 행복바이러스의 일종이겠네요.^^

readersu 2007-07-05 14:41   좋아요 0 | URL
요즘은 그런 책들이 많군요? 그래서 어떨 때는 진짜 어른들의 이야기보다 아이들 책이 훨씬 감동적이에요. 빵 굽는 냄새는 정말!!! 저도 좋아라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