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 - 전2권 세상을 뒤흔든 368일
왕쑤 지음, 송춘남 옮김, 선야오이 그림, 웨이웨 이 원작 / 보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본디,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다만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
 

 

대장정(大長征), 1934년 10월 15일 밤, 중국 남부 장시에서 약 8만 명의 남자와 35명의 여자들이 길을 나서며 시작되었다. 368일 동안 총 9654킬로미터의 험준한 지역을 걸었다. 열여덟 개의 산과 스물 네 개의 강을 건넜으며 많은 인민들이 굶주림으로 죽은 초지와 늪지대를 가로 질렀다. 국민당군의 끝없는 추격과 기습, 끊임없는 폭격 그리고 허기와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하루 평균 26킬로미터를 행군한 것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대장정에 대해 몰랐다. 아마 알고 있었어도 읽어보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이 중공이었을 때 태어나 공산당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을 알며 자랐고 그 시대의 중공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무찔러야 할 타도의 대상이었기에 제대로 알려고 해도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냉전이라 일컫는 그 시대가 지나고도 한참 지난 요즘도 나는 중국에 대해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한때는 공산당이었던 나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비로소 대장정이란 것에 대해 알게 되면서 중국공산당, 홍군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되었다.


국민당과 홍군의 싸움은 계급성이 너무 분명했다. 지주들은 숨어 있는 홍군을 붙잡아 관가에 보내거나 속여서 집에 데리고 온 다음 밥 먹는 틈을 타서 죽여 버리고 총을 빼앗았다. 그러나 가난한 농민과 대장장이, 목수들은 홍군을 몰래 숨겨주거나 산굴에 숨겨놓고 밥을 날라주고 상처를 치료해줬다. p119(상)


홍군의 대장정 길을 따라 가다보면 인민에 대한 사랑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장제스가 수많은 농민들이 처한 현실을 방치하고 공산당 섬멸하는데 전력을 쏟으면서 막강한 군대를 가졌음에도 자국민을 보호하는데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수많은 인민들을 학살하는 데 동원했기에 그만큼 인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던 거다. 그러나 홍군은 그러지 않았다. 대장정 기간 동안 중국공산당이 내건 행동 지침에는 공손하게 말하고, 물건을 살 때는 제 값을 치러주며, 빌린 것은 꼭 갚도록 지시했다. 또 피해를 끼친 것에는 꼭 보상을 하도록 하였으며, 사람을 때리거나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였다. 농작물을 망치지 말고, 부녀자를 희롱하지 말며, 포로를 학대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이러한 행동 지침은 대장정 기간 동안 농민이나 많은 인민들이 홍군을 지지하게 만든 바탕이 되었다. 실제로 이 책에도 그런 행동 지침을 실천하는 많은 홍군들을 볼 수 있었다. 병사들이 굶주림에 지쳐 죽어도 지주의 것이 아닌 물건엔 손을 대지 않았고, 농민의 것을 얻을 때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 주었다. 또 어떠한 어려움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노인을 공경하고 아픈 병사를 위해주는 홍군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정신력과 단결력이 아마도 그 길고 긴 대장정의 길을 걷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926개의 장면이 그림으로 나온다. 판화 형식의 흑백 그림은 나오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표현해주고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 생생함을 느끼게 해 준다. 그래서 그림과 글을 읽다 보면 나 역시 그들과 대장정의 길을 걷는 듯 착각을 느낀다. 특히 이 책에서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쭌이 회의나 다두 강을 넘는 장면, 설산과 초지의 장면은 그야말로 백미다.       


8만 명으로 시작한 대장정은 마지막 귀착지인 옌안에 도착하였을 때는 7천 명으로 줄어 있었다. 대장정 초기 홍군의 수를 절반으로 줄여 버린 ‘샹 강 전투’, 굶주림과 추위로 많은 인명을 빼앗아간 ‘쑹판 대 초지’ 그런 죽음과도 같은 368일을 버티고 이겨 낸 사람이 겨우 7천 명이었던 것이다. 그것으로만 보면 홍군의 패배였으나 그 기간 동안 홍군이 이루어 낸 성과는 나중에 인민들이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을 지지함으로써 승리라고 할 수 있다. 마오쩌둥은 대장정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대장정은 열 한 개 성, 2억에 달하는 인민들에게 홍군이 걷는 길만이 해방을 향한 유일한 길임을 알리는 일이었다. 대장정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홍군이 이루려는 위대한 진리가 무엇인지 인민들에게 알릴 수 있었겠는가?” 결국, 대장정이야말로 중국공산당이 인민을 만나고 온 몸으로 인민의 지지를 끌어내는 과정이었던 거다.


작년에 TV드라마 ‘서울, 1945년’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었다. 그 드라마에서 공산당으로 나온 인물들은 모두 인간적이고 진심으로 인민을 위하는 사람들이었고, 지주나 이승만은 기회주의자에 미국에 빌붙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로 묘사되었었다. 사실 그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도 이젠 이런 드라마도 서슴지 않고 보여주는 시대에 이르렀구나! 멋지다. 그동안 내가 몰랐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구나!


중국에 대한 이해도 이젠 조금씩 해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인민을 위한 봉사’라는 홍군의 정신을 신념으로 삼은 덩샤오핑이 초라한 목록의 재산을 남기고 죽은 것을 보면 올바른 혁명 의식과 신념을 가진다면 언젠가는 역사가 그 진실을 일깨워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3억 중국 인민의 꿈이 담긴 서사시 대장정,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첫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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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13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얼마전 옆지기가 감동적으로 읽었다고 권하더군요.
전 아직 못 읽고 있습니다. 인민화가가 그렸다는 그림만 대충 훑어보았네요.

readersu 2007-04-13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정말 감동적이랍니다.^^
이 책을 보고나면 홍군에 대한 존경심이 마구 생겨요.^^;;
그림이 좀 혁명적이긴 하지만 글과 너무 잘 어울린답니다.
기회가 되시면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