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냉정과 열정사이>의 리뷰이나 다시 고쳐 쓰다보니 <내 맘대로 에쿠니 가오리평>이 되었다. 그런 줄 알고 그냥 읽어주시길..^^;


 

 

 

 

[냉정과 열정사이]는 영화를 먼저 보았다..영화의 여운이 너무 좋아서 책으로 읽어보고 싶지가 않았다..책과 영화가 대결하면 항상 책이 우선이었는데 나름대로 괜찮았던 영화의 이미지가 책을 읽는 순간 깨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때문에 읽어보고 말았다.

 내가 처음 에쿠니 가오리를 알게 된 책은 [웨하스 의자]였다. 그 전에도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일본 작가에 대한 나의 편견이 심한 편이라 하루키 아니면 류(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바나나정도였다. [냉정과 열정사이] 영화를 본 후에 나름대로 그녀의 책 중에서 가장 최근인 [웨하스 의자]를 골라 읽었는데 꽤 실망하여 더 이상 그녀의 책은 읽고 싶지 않았다. 제목처럼 여리고 여린 주인공도 맘에 안 들었고 (그 후에 그녀의 책들을 다 읽어보니 그게 트레이드마크이긴 하더라마는) 사랑이라는데...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짜증스러웠다. 그런 내게 우연히 읽게 된 그녀의 오래된 소설[선인장 호텔]은 에쿠니 가오리, 그녀를 다시 보게 해 준 책이었다. 아..그녀의 초창기 작품은 웨하스스러운게 아니었구나! 를 깨달았다고나 할까? 책에 관한한 작가에 따라 편식이 무척 심한 나로서는 그렇게 에쿠니 가오리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책을 모두 섭렵하게 되었다. 처음부터...하지만,

 그녀의 책이 감명 깊었다거나 내 스타일이라서는 아니다. [선인장 호텔]같은 책을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하자. 아니, 그 책이 좋았기에 에쿠니 가오리를 알고 싶었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그러나 그녀의 주인공 여자들은 너무 여리고 남자들은 하나같이 꽤나 멋지다.[웨하스의자]도 그랬고, [낙하하는 저녁]에서의 리카, [반짝반짝 빛나는]의 씩씩해보이는 쇼코도 사실은 여리다. 또 그녀들 곁엔 다케오, 무츠키,곤마저 멋지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오이는 조용하고 여리다. 쥰세이는 어떤가? 멋지지 않은가? 로맨스 소설처럼..

 에쿠니 가오리의 [냉정과 열정사이rosso]는 아오이의 일상이 적혀있다. 특별한 일도 없고, 눈에 띄게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는다. 무덤덤하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목욕을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가끔 보석집에 일하러 나가고 친구 이야기, 마빈이야기 등등등..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하면서 지나간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놓고 있다. 아름답지만...역시 이해는 하기가 힘들다. 오해 속에 떠났든 떠났으나 잊지 않았든 간에 십 년이란 세월이 짧은 시간인가? 강산이 변할 시간인데...그렇다면 쥰세이는?

 츠지 히토나리의 [냉정과 열정사이blu] 역시 아오이를 기억하며 지난 세월을 기억하고 현재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아오이를 오해하고 나름 괴로운 삶을 보냈지만 그를 사랑하는 메미가 있음에도 그 역시 아오이를 잊지 못한다. 집착인가? 아님 미련인가? 뭐 어쨌든...먼저 rosso를 읽고 blu를 읽는 것이 순서인 것 같고..이야기는 해피엔딩?

 사랑을 하는.. 사랑을 했던 사람들이 읽어보면 아련하고 짜릿한 감동을 느낄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은 후에 영화를 다시 보았는데 희한하게도 책보다 영화가 훨씬 더 좋았던 느낌이다. 이런 경우는 드문 일인데 말이다. 영화를 본 후에 책을 읽은 덕에 쥰세이와 아오이를 작가들이 아닌 배우들로 클로즈 업하여 읽게 되어..그 또한 나로서는 다행.^^;(난 책 속의 주인공이 항상 작가하고 겹쳐져서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웃긴다.ㅋ) 아오이 역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마도 영화가 더 좋은 이유는 소설에서는 보이지 않는 피렌체 밀라노의 풍경과 그 풍경들을 배경삼아 나오는 음악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영화 덕분에 책을 읽는동안에도 그 풍경들이 머릿속에 떠 올랐고 그 음악이...

 내용은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 알 것 같으니 생략하련다. 이런 류의 기획을 했다는 것이 돋보인다. 

기억에 남는 문장..

 '과거 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다들 미래만을 소리높여 외치지만, 나는 과거를 그냥 물처럼 흘려 보낼 수 없다.'

그녀 책은 갈수록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생각이 든 것은 내가 <도쿄타워>를 읽다가 생각한 것 같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영화에 만족하여 <도쿄타워> 역시 그 영화처럼 아름다울 거야 기대하며 보았는데...대 실망!!! <도쿄타워>를 반쯤 읽다가 영화를 본 탓에 책 읽을 기분마저 달아나 버렸다. 역시 대부분 영화와 책은 거의 책이 승리다. 그런 점에서 나에게<냉정과 열정사이>는 책보다 영화이니...특별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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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1-11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이제는 찾지 않아요..;;;

readersu 2007-01-12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첫 댓글!!!! 땡큐입니다.^^
아직 읽지 않은 가오리의 책이 한 권 남았는데..
새로 나오는 책들은 그다지 당기지 않지만..그래도 궁금은 합니다.
이게 아마 가오리에 중독되었거나..책이라는 것에 중독되었거나..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소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한다..뭐 그런..ㅎㅎ
맛난 점심 드세요. 창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정말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