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이미지를 바꿨다. 지붕도 거기에 맞추어 바꿔 달았다. 저 사진은 처음 작게 보았을 때 등대라고 생각했었다. 자세히 보니 바닷가 평상위에 책들이 쌓여있고 그 위에 등불이 놓여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잔잔해지는 느낌의 색채다. 속이 시끄러울 땐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저런 느낌이라고. 새로 바꾼 서재 첫페이지가 아주 마음에 든다.
얼마전 마음이 시끄러워 서재 카테고리를 정리한다고 설치다가 詩를 날려먹었었다. 잠깐 동안은 내 서재는 이제 폐허라고까지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쓴 시를 날린 것도 아닌데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는데 고맙게도 복구가 되었다. 카테고리 이름은 '길 위에서 만난 시'에서 '다시 찾은 시'로 바뀌었다.
카테고리가 늘어나면 꼭 집안의 장농문을 모조리 열어둔 것 같은 마음이 된다. 정리도 안된 옷장문들이 모두 열려 있다고 생각하면 차분한 마음으로 살 수 없을 거다. 또 카테고리를 줄여서 글들을 몰아넣고 보니 서랍 한 칸에다 구분도 없이 옷들을 구겨 넣어둔 것 같은 기분이다. 계절 구분도, 아래 위 구분도 없이 마구 구겨 넣고 억지로 서랍을 닫아 둔 것 같은 기분으로도 또 편히 살아지지 않을 게다. 글을 제대로 써내지 못하니 이런 고민이나 하고 앉아 있는 게지.
펄프픽션이란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었다. 그곳은 지금 텅 비어있다. 설명하자면 '지어내는 이야기'쯤으로 해두자. 여기 올려지는 글들 중에도 현실을 비껴간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는 걸 깔아두고 싶은 거다. 때로는 남자가 될 수도, 때로는 아이가 될 수도, 때로는 할머니가 될 수도 있다. 그 카테고리의 화자는.
나는 가방을 좋아한다. 가방이 분수 넘치게 꽤 된다. 그러므로 가방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요즈음은 자꾸 여행가방에 눈이 가고 심지어 사기까지 한다. 가끔은 그 가방들을 주욱 둘러놓고 멍하니 오래 앉아 혼자 중얼거리기도 한다. 저건 2박3일용, 저건 3박4일용... 나는 떠나고 싶다. 하루 이틀 이렇게 감질나는 여행이 아니고 아주 멀리 아주 오랫동안 떠나고 싶다. 가끔 생각한다. 나에게 이곳 나의 서재가 소중한 이유는 이곳을 내가 어딘가 나만의 세상으로 떠나는 마음으로 찾아오기 때문은 아닐까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