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醉不歸
어느 해 봄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는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만 없다
<허수경>
크게 안녕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혹여 너무 심하게 안녕하지 못할까봐 몸을 사리는 날들.. 이건만!
조금 전 문득, 며칠 전 lamb lamb 이란 곳에서 온 편지봉투가 생각이 났다.
아이를 마중하러 나간 길에 우편함에 꽂혀 있던..
기억이 맞는다면 특이한 문구류를 파는 곳으로
아마도 나는 꽤 여러번 그곳의 물건을 애용해 주었을 것이다.
거기서 최근에 물건을 산 적이 없는데 뭘까 하는 순간 아이가 왔고
난 편지봉투를 잊고 있다가 조금전에야 생각이 난 것이다.
봉투를 열어보니 아무런 메모도 없고 달랑 즉석복권이라고 여겨지는 카드 3장과
사진을 끼울 수 있는 칼라시트가 들어 있었다.
난 무심코 카드를 긁었다.
그건 쳇~ 복권이 아니라 오늘의 운세였다.
운세 왈.
[당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돈도 잃을 것이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친절하다. 그래서 당신의 행동에 어떤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에게 불행을 가져올 것이므로 친절하고 약해 보이지 말아라. 당신은 당신이 의지하던 오랜 친구를 잃을 것이다. 당신의 소원은 이루어 질 수 없다.]
흠.. 미안하지만 안 물어 봤는데.. 그리구 뭐 별다른 소원이 없는데..
승복할 수 없어 나머지 두장도 마저 긁었지만 뭐 거기서 거기로
오늘 나는 재수가 없단다. 오늘 반가운 사람들을 여럿 만나기로 했구만..
이럴 때는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황당하다. 진짜..
머리가 살짝 아플려고 하지만
오늘 재수가 없는 건.. 바로 니네가 보낸 편지 때문이거든요.. 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것이, 아픈 詩에게 너무 미안하다.
어쩌면 이 詩를 피하기 위한 안간힘일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