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니 오늘 새벽에는 김밥을 싸야 한다.

지금은 새벽 3시..

조금이라도 자는 게 나을까,

잠드는데 어차피 최소 1시간인데 그냥 깨어 있는 게 나을까..

그게 결론이 나지 않아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이건 도대체 무슨 병이람..


이십년 가까이 지나간 한 시절에 관한 이야기들이 

기억의 수면위로 떠오르는 일이 가까운 사람을 통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스토리 상으로 나에게 전혀 무거운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지나왔을.. 지나오면서 누구나 그랬을...

그때는, 그 시절에는 내가 그랬었지.. 하면서

어쩌면 웃을 수도 있을.. 아니 즐겁게 웃기도 했었던..

십대를 마감하고 이십대로 넘어가야만 하는 그 시기에 누구나 가지는

견딜 수 없던 존재의 불안함.. 그 불안함에 쫒기던 거친 시간들..

그런 시간들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했던 아주 명징한 기쁨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 때를 기억하면서 웃을 수가 없다..

구체적인 어떤 것 때문에 그럴 수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나는 그 시절에 느꼈던..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우수수 빠져 나가듯 뭔가를 놓쳐야 했던

속수무책의 심정으로부터 벗어난 적이 없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건 어쩌면 그 스토리가

그 이후로 계속 반복되는 실패의 징조 또는 전주곡이었을 거라고 

내 무의식이 내내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오늘 새벽 나는 굳이, 참으로 굳이 글로 풀어 쓰고 있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하면 그뿐인데..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는데..

내가 그 이후로 다르게 살았다면 그뿐인데.. 다르게 살 수도 있었는데..

나는 생긴대로 살아왔고.. 생긴대로 살아 왔으므로.. 극복하지 못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십년 가까이나 지나버린 이야기를 가지고 새삼스레

어떤 기승전결을 필요로 하는 내 자신이

또 그 오래된 이야기에다 온갖 이유를 뒤집어 씌우는 내 자신이..

문득 너무 구질구질하다..

김이 샌다...


내가 가벼운 사람이었으면..

내가 이리도 무겁고 복잡한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정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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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5-10-25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언니가 지금 있는 그대로 좋은데,
언니는 누가 뭐래도 언니가 스스로 만족할만한 경지가 되어야 자기애가 비로소 실현되는 형인가봐.
어쩌면, 일련의 일들에서 생기는 딜레마보다는,
그런 고고한 자족감에의 갈망 때문일지도...

rainy 2005-10-2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생각에 그건 늘.. 결핍의 문제인 것 같아..
우리가 늘 [father]에 관련해서.. 영화를 보거나, 주위에서의 일들을 접할 때..
일단.. 허기를 느껴버리는 것..
논리도 부족하고, 정확한 근거도 부족하지만..
그냥 허기가 느껴져서 가슴이 뻐근해 지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처럼..
그래서 어쩌면 니말이 맞을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을 거야..
단 한번만 배부른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어쩌면 그 다음부터는 많은 것이 달라질 텐데.. 라고..
늘 비겁하게 결론짓고 마네..